코스 : 영암사지 - 황포돛대 능선 - 모산 - 베틀바우 - 천황재 - 누룩덤능선 - 대기리
이마 위에서 흔들리는 나뭇잎. 햇살은 잎들 사이사이를 뚫고 부서진다.
눈 들어 바라보면 먼 곳을 지나가는 바람, 연둣빛으로 물 오른 숲이 흔들린다. 떠나 온 시간은 가뭇없이 스러지고 발 아래로는 수백 길 벼랑, 한낮의 태양에 데워진 바위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을 뿐.
굽이치며 뻗어가는 능선 끝에 환영처럼 솟은 거대한 바위더미, 누룩덤이 부동으로 굳어 있다. 저 눈부신 것, 오월의 푸른 현실을 뚝 떨구며 용립한다. 부동의 역동, 힘차게 솟는 정물의 침묵. 단절은 늘 날카롭고 캄캄하여서 그 너머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저것은 공간이라기보다 오히려 시간 자체로 빚어진 어떤 형태. 오랜 세월 조금씩 이루어진 형태가 아니라 어느 알 수 없는 한 순간, 완전한 모습으로 뚝 떨어지거나 솟아오른 듯 보인다. 저 바윗더미를 밀어 올리거나 떨어뜨린 힘은 여태도 흩어지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일인 양 더욱 단단한 한 점 중심으로 응집하고 있는 듯하다.
직립하는 부동의 힘. 정지는 운동의 한 극한, 모든 사물은 움직이기 않기 위해 역동의 극에 이르니, 운동 자체가 사라지고 마는 극한에 그것은 있다.
순결바우 능선
황포돛대 바우 능선
황매평전
누룩덤 능선 너머 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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