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내지 - 지리산 - 불모산 - 금평
누가 봄 사량이라 했던가? 다시없을 가을 사량을 다녀온 지금, 그 봄의 흐린 기억이 오히려 고마울 따름...
빛과 바람의 집인 허공과 물의 푸른 집인 바다. 고요히 흔들리며 서로를 읽어가는 경계는 차마 환장할 듯 눈부시다. 그래서 풍경이란 빛과 바람이 읽는 세상 속으로 슬며시 나를 밀어 넣는 일.
북녘하늘 높이 걸리던 신기루 지리산. 바다 가운데서 뭍을 꿈꾸며 꿈틀대던 구렁이를 돌로 만든 건 저 높은 지리를 향한 그리움이다. 사량의 지리망산에서 바라보는 지리는 흙의 입체와 무게, 지리란 이름조차 털고 기슭에 머무는 삶의 얼룩도 버리고 궁극까지 추상된 선과 빛으로만 남은 듯하다. 먼 남해 바다 가운데까지 메아리치는 울림, 더 감출 것 없는 그림자의 몸으로 그렇게 떠 있었다.
아마 나는 다시 사량을 오르지 못하리라. 늘 있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향이라는 이름의 그 시절 거기처럼, 온 몸의 기억으로 새겨질 저 물빛. 졸릴 듯 나른하게 떨던 봄날의 물빛과 달리 늦가을 서늘한 햇살 은파만파 한려(閑麗)의 바다에 검푸른 침묵으로 떠 있는 섬들... 산객 드문 하루, 솟아 굳은 구렁이 날등에 앉아 빛과 바람이 길어오는 저 고요에 하염없이 잠겨도 좋을 터.
돌아본 와룡산
사량도 가을빛
와룡산 너머 지리 주릉이...
아랫섬의 칠현산릉
오른쪽으로 옥녀봉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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