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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경주 도투락 목장~무장산 201225

by 숲길로 2020. 12. 26.

 

코스 : 암곡 주차장(09:35)~옛 도투락 목장터(태극기 휘날리며, 선덕여왕 촬영지)~암곡사슴농장터~운제 토함 종주능선~무장산~출발지점(16:20)  gps로 18.7km

무장산에서 건너보며 오래 궁금하던 곳, 이제사 가본다. 옛 도투락목장터. 화랑촌이란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지금은 천북관광단지 개발로 인해 목장터 대부분이 공사판으로 변했다. 사라질 날 기다리며 아직 남아있는 곳 거쳐 억새와 조망 명소 무장산 잇는다.

 

다시 기승하는 코로나 탓에 적막한 크리스마스 휴일, 바람마저 매서워 산길은 내내 호젓하다. 아침엔 좀 미진하던 시야, 오후 들어 한결 대기 깨끗해지며 원근 산릉 제법 투명하게 드러내놓는다. 근래 오르내린 경주 산릉들이 고스란히 시야에 드니 '산행의 팔할은 조망'임을 새삼 실감한다. 허나 하산 후엔 늘 발품 부족했다는 일말의 아쉬움... 조만간 사라져 없어질 곳이라 하니 더욱 그러하다.

  

사나운 바람 피해 임도따라 오른다. 목장 코스는 거의 전구간 임도이기도 하다. 
임도 벗어나 무장산쪽 기웃거린다 
가장 왼쪽이 무장산
가운데 봉긋하게 불거지는 능선이 눈길 끈다. 경주 포항 산릉들, 아주 높지도 않고 올라보면 펑퍼짐하기 그지없는 육산릉이지만 날등 좌우로 가파르게 날이 서 있다. 패인 골들 또한 활발히 침식 진행 중이라 사면이 살벌토록 가파르다. 젊은 지형.

 

산소마다 꽂힌 안내표지
먼 산릉 건너본다
경주 남산이 멋스럽게 든다 
여태 본 중 가장 멋진 남산릉. 앞으로는 명활에서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줄기, 가운데 쓰레기처리장 굴뚝 우뚝하다.  
왼쪽으로 마석 묵장
가운데 봉긋한 324.9봉, 너머엔 구미에서 어림 금곡 줄기  
324.9봉 줄기 너머 지난 번에 걸은 약산 금학산 섯갓산릉이...
약산에서 금학산까지, 너머 선도 벽도, 그리고 단석. 펜션단지 오른쪽 줄기는 저번에 하산한 능선.
경주 산릉 일별하다. 바로 앞은 324.9봉에서 갓골이나 손곡으로 이어지는 줄기인데 지금 걷는 능선과 암곡 원점으로 이어볼만 할 듯.
목장 폐축사 향해 간다.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중 한 군데.
축사앞 을씨년스런 분위기 
축사 마당에서 돌아본 무장 동대봉산릉
폐축사쪽에서 건너보는 남산 능선은 여전히 멋스럽다
멀리 공사장 골재 무더기가 보인다
오른쪽 멀리 저 봉우리는 시루봉쯤? 근데 바로 앞 저기도 올라보았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오른쪽 406.7봉과 382.9봉. 저 능선과 지금 걷는 길을 이으면 그럭저럭 암곡 원점 코스 가능. 
풍향계?
풍향 풍속 측정기구인데 잘 돌아가진 않는 듯?
보문호 너머로 명활산릉 너머 남산 금오봉, 너머 고헌산?
저건 또 뭐임?

 

사극 촬영장으로 지은 거 같은데... 
알고보니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라고
저 나무도 방송 출연했다는...
솔들이 잘 생겼다
올라본다
남쪽

 

유적 유물로 가득한 경주이지만 저 성벽은 진짜가 아니다. 영화 촬영지로 쓰였던 목장 폐축사 또한 옛것이 아니고 산업화 시대의 건축물이다. 목장이라는, 좀 이국적인 축산 방식이 한때 이 지역에 성했다가 몰락하며 남은 폐축사는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다가 이제는 잊혀지고 버려진 현대사 유물이 되었고, 억새와 잡초 우거진 초원에 비현실적으로 생경한 세트장 성벽은 유적 못지 않은 폐허의 아우라 뿜어내며 없는 기왓장이라도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복제품 성벽에 서서 학날개 편 남산 아래 고도 경주를 아득히 건너본다. 경주 들어서며 '경주에 투자'하라는 구호 적힌 현수막을 보았다. 고도 경주가 아닌 산업도시 경주였다. 유적 유물들은 그 자체 문화 콘텐츠이자 관광상품으로 소비되고, 옛 이야기는 현대적 상상력으로 각색되어 복원된다. 새로운 허구 서사는 사실과 거짓,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기능 잃은 낡은 것에서 전혀 다른 쓸모를 읽어낸다. 그 점에서 경주는 풍부한 가능성을 지닌 흥미로운 도시다.

 

진짜 옛것이 더 소중할까...? 헤집다가, 쓸모잃고 자유로워진 가짜들의 운명에 대해 생각한다. '왕이 된 남자''카게무샤'란 영화는 가짜의 정체성을 잃고 진짜의 운명을 착각(?)하는 몸 혹은 마음들의 이야기였다. 폐축사와 세트장 성벽, 진위의 경계를 떠도는 사물들이 있다. 물론 그 '진위'는 우리가 그것을 보는 방식이나 태도일 따름이니, 다중 캐릭터나 가상현실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21세기 인류에겐 전혀 낯설거나 혼란스럽지 않다.

 

문제는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이다. 본래 쓸모를 잃고 혹은 가짜로 태어나 비로소 다양한 정체성을 누려가고 있던 흥미로운 것들이 이제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 그 자리에 들어설 골프장이 못마땅하다기보담 그 건설의 획일적인 파괴성이 싫은 것. 큰 하나의 출현을 위해 수많은 작은 다양이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니, 이제는 진짜 가짜의 부질없는 감별이 아니라 큰 것과 작은 것, 하나와 다양,에 대해 생각해볼 때.

 

 

성벽에서 당겨보는 남산릉
가장 멀리 보이는 건 신불릉일까?
억새밭 오르며 돌아보다
동대봉산릉 오른쪽으로 만호봉 같은데... 토함은 동대봉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공사장이 건너 보인다. 소음도 들려오는데 더 북진 멈추고 여기쯤서 방향 틀어야 할 듯.
당겨본 골프장 공사 현장
도투락 목장 시절 부속 주택인 듯 

 

쇄석 더미에서 건너보다. 저기까지 가볼 순 있지만 공사판 도로를 걸어야 한다  

 

얼어붙은 웅덩이 지나 사슴목장쪽 길로 내려간다
목장 시절 이전, 아주 오래된 집터?
막아놓은 출입구로 나간다. 차량은 어렵지만 몸은 옆으로 얼마든지... 
사슴목장터. 텅 비었다.
운제 토함 능선쪽으로 가며
보상받고 시설 철거 중인 듯, 폐농한 밭

 

숲으로 들어서며 돌아보다
숲 사이로 당겨본 촬영장 성벽쪽, 너머 멀리 걸리는 만봉산이 흥미롭다. 그 앞으론 섯갓산.
공사장 쪽 최고봉인 471봉. 그랜드호텔이란 폐가 있었다던 곳.  지금은 빨간 무언가...
당기고...
당겨보니.. 지프차?
운토 능선 접속 앞두고
운제 토함 능선에 깔끔한 이정표 섰다. 포항쪽 이정이 상세하다. 
숲 사이로 보는 포항
운제산 정자도 보인다
내쳐 걷기좋은 운토 종주능선
능선 우회하여 골도 건너고...
운치있는 억새길 접어들다
무장산 정상 오르며 돌아보는 포항 바다
호미지맥 줄기 너머 눈시원한 동해 
양포쪽일까?
오미골 빚어내는 저 능선, 궁금하다.
정상에서 보는 바다
하산길 접어들다
보뭄호 너머 선도 벽도 단석산릉

 

 

오후 들어 더욱 깨끗해진 조망, 바람 찬데 걸음은 더디다.

 

조금 다른 각에서

 

 

 

정상 돌아보다

 

 

오전에 걸었던 능선이 보인다

 

흰 성벽, 너머 삼성 자옥 도덕 천장?

 

좀 더 아래에서. 공사장 너머 도덕 어래 봉좌, 너머 운주 보현 면봉...

 

조망권 벗어나기 직전에 돌아보니 골프장 공사장이 훤히 건너보인다. 

안강읍 서북쪽 길게 가로뻗은 어래산. '자도봉어' 중 미답인데 저 능선을 걸어보아야 어래산 제맛일 듯 
마지막으로 무장산 함 더 돌아보고...
먼산도 함 더....

무장산은 등하산로가 넘 너르다. 잼없다. 그래서 막바지 구간만이라도 임도 아닌 지름길로...

마을길에서 올려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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