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모화한우불고기단지(10:00)~봉서산~삼태봉~출발지점(16:20) gps로 11.5km
경주 남산에서 줄곧 눈에 밟히더니 다시금 묵은 숙제로 돌아온 산, 또 까먹기 전에 다녀온다.
바람 찬 푸른 하늘, 봉서산릉에서 돌아보는 묵장산~치술령 줄기의 위세가 배후의 영알 장릉이 무색토록 기세등등하다. 삼태지맥 능선에 올라 돌아보는 풍차들 너머 토함과 조항산릉, 그 너머 태백산맥 줄기 또한 많이 궁금하던 눈맛 그대로다.
허나 코스 전체론 기대만큼은 아니었다고 해야 할까? 깊은 맛 없는 근원경과 뺀질한 등로... 있는 그대로의 앎이 아닌 오인誤認을 통해서만 가능한 물物의 어떤 경계도 있으니, 쨍한 하늘이 아니라 낮게 깔린 박무가 아쉽기도 하던 여운없는 산길의 시간.
하산 예정한 능선 갈림 지나 좀 더 가본다. 위성 지도상으론 능선 서쪽 아래 암릉 조망처들이 보여 후딱 다녀오려 함이다. 그런데 최단거리 방향에 들머리가 파악되질 않는다. 우거진 숲 뚫긴 싫고 좀 멀기도 하다 싶어 그냥 돌아선다.
하산릉 들머리도 예상보다 흐리다.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인가, 아니나다를까...
기분좋은 낙엽길이 문득 급준 마사토 벼랑길로 바뀐다.
여기가 아직 젊은 지형 태백산맥 끝자락임을 실감한다. 토함이나 운제산릉 등에서도 보았지만 육중한 능선 곳곳이 활발히 침식 중이라, 능선이 파삭한 바위뼈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좌우론 가파른 침식골을 형성한다. 아직 벗겨질 마사토양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니, 단단하지 못한 대지를 걷는 걸음이 꽤 조심스럽다.
능선 막바지, 능선길은 자주 갈래지고 흩어진다. gps없인 독도 쉽지 않은 지형이다. 애초 맘먹은대로 능선 끝자락 억새밭까지 이어보자 싶어 방향 잡지만 쉽지 않다. 숲이 우거졌다. 포기하고 오른쪽 길로 내려서려 하나 늦었다. 울타리와 둑깊은 개울. 잠시 직진해보니 이번엔 밭 울타리..
당초 맘먹은 방향으로 우거진 숲 가로질러 나가니 너른 산소, 거쳐 억새밭 들어선다
억새밭을 이을 수도 없다 도둑놈가시 우수수 달라붙는다.
뜨거라, 싶어 최단거리로 탈출하니, 피하고 싶었던 공사판 앞으로 결국 나온다.
하산 후 원원사지 탑 보러 가야지 했는데, 신발 바꿔 신는 사이 까맣게 잊어버린다. 나도 짱도.
바야흐로 답없는 노친네들이 되어가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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