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고도 거문리(07:25)~영국군 묘지(07:55)~동쪽 능선 산소길 끝(08:20)~회양봉(08:48)~거문리(09:05)
코스 : 동도 죽촌(10:30)~망향산(11:30)~죽촌(12:35)
거문도의 이튿날, 고도와 동도를 돌아본다.
아침 먹기 전 시간반 남짓 산책삼아 둘러본 영국군 묘지와 고도의 산길, 꽃들 어우러진 묘원길과 짙푸른 상록 숲은 아름다웠다.
거문도 최고봉 망향산, 걷는 거리 짧아 아쉽지만 산길이 무척 예쁘고 거문도 전역을 일별하는 최고의 조망처다. 어제 날씨 탓에 보지 못했던 백도와 일대의 섬들까지 시원스럽다.
행여 일출 볼만할까 싶어 때맞추어 삼호교로 나와 보았지만...
흐린 동녘이다.
일출이야 그렇다 쳐도 오늘마저 조망 시원찮을까, 걱정이다.
다행 수평은 살아있으니..
물 한통 챙겨들고 짱과 함께 다시 나오니 그 새 흐리멍텅하게 해가 떠올라 있다.
해안따라 가다가.. 영국군 묘지 가는 길 접어든다.
아침빛 유채랑.... 분위기 좋은 길.
몽돌해안 내려가는 길, 잠시 가 본다.
서쪽, 저 바위를 넘어 해안으로 직진했더라면 이리 곧장 오겠다.
동쪽
밖노루
식전 산책길론 그만이다
영국군 묘지 들머리 계단
동방의 한 약소 왕국이 예고편처럼 겪은 제국주의를 좀 특이한 방식으로 증언하는 유적지인 영국군 묘지. 그들식 이름, 포트 해밀턴의 뒷산 양지바른 자락.
대영제국의 수병으로 복무하다 낯선 이역에서 죽어 묻힌 그들, 불멸의 위세 구가하던 자신의 조국과 짧았던 스스로의 삶이 충분히 영광스러웠을까? 아니면 죽음 앞두고 문득, 알수 없는 곳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몸을 돌아보며 당혹스러웠을까?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가장 큰 구현체라 할 제국,이란 단어 앞에서 우린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3.1절 앞에서도 그 단어는 위세를 발휘한다.
김정은을 당혹케 한 트럼프의 나라도 제국, 그것이라 할만하지만, 이제 김정은은 그 단어를 쉽게 입에 올리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모국을 강력한 전쟁기계로 거듭나게 하고픈 아베의 마음 또한 그 단어에 깊이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은 어떨까? 강력한 국가, 군사적으로까진 아닐지라도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나의 나라. 어쩌면 그게 욕망으로서의 제국, 그 단초가 아닐까? 자본주의 최고최후 단계로서의 제국주의, 라고 레닌은 그의 제국주의론 제목을 풀어놓았었다. 이윤율 저하 경향에 따라 단계적 독점 체제가 전개되고 전쟁의 파국은 필연적이라는 논지에 동의 여부를 떠나서, 경쟁을 넘어 나 혼자 먹기, 란 욕망의 잔뿌리들이 기댈 만한 숙주를 만나고 줄기로 뭉쳐지면, 나의 것은 우리 것으로 고양되며 민족과 국가란 이념을 불러내 벼르기에 이른다. 거문도 사건 이후 파국적으로 전개되어 간 양차 제국주의 전쟁의 참혹 서사는 익히 아는 바이지만, 국가가 오롯이 독점 자본의 무기로만 기능하려 할 때 이념의 무기는 무기의 이념과 다르지 않다, 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나의 나라, 국기 앞에서 손얹는 가슴의 경건함, 함께 부르는 애국가, 태극기 할배들이 내흔드는 절절한 애국심, 흔들릴수록 꼿꼿해지는 그 모든 욕망의 우듬지에서 벼려지는 날카로운 창끝같은 민족과 국가들... 사실 역사적으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그리고 제국주의는 날카롭게 분리되지 못했다. 애증의 필살기를 맹렬히 주고받으며 나란히 가거나 자주 뒤엉키곤 했다. 서구 열강의 세계 침탈이란 작용과 그 반작용이 낳은 강력한 대안체제로 역사에 등장한 미국과 소련(러시아)이 여전히 제국의 오명 한가운데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나, 대영제국의 추억을 붙잡고 현실감각 없이 브렉시트나 저지르는 영국이나, 지금 저기 또 하나의 제국몽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 옛날의 (반)식민지 나라 중국의 사례처럼 말이다.
영국군 묘지에서 건너보이는 서도쪽.
묘원 전경
영국군 묘지와 회양봉 거쳐 거문리로 내려서면 '포트 해밀턴'이란 이름의 모텔이 보인다. 농담처럼 추억처럼 소환하는 그 이름이지만,
1885년, 불과 130여년 전 여기는 그들의 땅이었고 2년동안 그들이 배타적으로 지배했다. 그러나 섬의 삶은 연면했다.
여태도 그들 중 몇이 여기 누워 있다. 팻말이나 묘비명이 없다면 고도 뒷산에 묻힌 누군가들과 전혀 구분되지 않을 무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제국의 수병이었다는 역사적 사실 또한 변함이 없다, 고 되뇌어본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이란 강박증적 자기구속의 금언처럼, 제국 수병의 어떤 죽음도 영원히 제국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까...? 허나 모든 진실의 틈새는 언제나 삐걱거리고 그 핵심은 낯선 질문들 앞에서 자주 공허해진다. 묘원에서 건너보는 바다는 마냥 고요하다. 저 바다는 대영제국 함대를 이끌었던 대양으로 향하는 난바다로 열려 있다.
흔들의자에 앚아 무슨 풍경 보시노?
회양봉으로 가지 않고 능선따라 나 있는 오솔길로 접어든다.
멋진 숲길이다, 전혀 뜻밖의...
문득 시야 트인다. 유채와 수선화 만발한 산소.
대소 삼부도가 건너보인다.
오른쪽으로 흐릿하게 백도도 보이는데 역광이라 사진엔 담기지 못했다.
대소 삼부도
길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어이쿠야, 지금이 몇월이다냐~~ 이 시퍼런 종자덜아~~
수월봉 건너보이고...
길은 산소길이다. 여기서 조금 더 가니 길은 끝난다.
지금은 길 벗어나면 엄청 우거졌지만 예전엔 갯바위 해안으로도 이어지는 길이었을까?
욕심이지만, 이 산소길을 영국군묘지 부근쯤까지 연장할 수 있다면 멋진 고도 자락길이 될 텐데...
마지막 산소에 만발한 수선화
거문도에는 산소 주변에 유채와 수선화를 심는 모양이다. 내내 적막할 산소에 핀 참 따스한 마음... 이랄까?
예전엔 밭에 유채를 많이 심었다지만 지금은 죄 쑥밭이니 유채는 이제 산소에서만 볼 수 있는 듯.
수선화가 지천인 섬이라니..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산소 조망처에서
흐릿한 백도를 담아보다
회양봉 가는 길
동서도와 대교 건너보이는 조망처에서
삼부도와 백도
회양봉 거창한 정자에 올라 굽어보다
고도 방파제의 압도적인 위용.
저 방파제 덕에 세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평온을 얻어 내해가 되었다. 덕분에 추위 피해 없는 참돔 양식이 가능하다고.
있다가 가게 될 동도
매향까지..
내려서며 보는 거문리
민박집 쥔장 추천으로 들른 식당에서 기대 이상 훌륭한 백반정식으로 아침식사 후
동도로 가기 위해 택시를 청한다.
그런데 무려 25000. 왕복 오만원이다. 독점이라 그런가,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본다. 별 어렵지 않게 차편 조달하여 동도로 간다.
죽촌리에서 농로따라 능선 향해 오르며
쑥밭과 죽촌리 돌아보다
어린아이 보기 힘든 섬동네, 드문 풍경이라..
당겨본 서도 음달산쪽
음달산 안부, 철조망 막혔던 곳.
포장길은 능선을 넘어간다
능선에 닿아 비로소 산길 들머리.
저기 보이는 곳이 망향산인 듯?
삼부도쪽 시야 트인다. 기대 이상 깨끗하다.
두 삼부도 사이 백도가...!
백도 유람선 포기하고 망향산 오른 셈인데 날씨가 좋아 썩 만족스럽다.
다가가며 보는 저 백도 모습이 궁금킨 하나, 상륙도 못하는 섬, 끝없이 안내방송 시끄러울 뱃놀이는 별 흥미없다.
밀고 당기는 재미나 즐긴다
오호, 특이한 빛깔의 염소다
오솔한 숲길이 썩 맘에 든다.
조망 트일 법해 길옆으로 슬쩍....
삼부도와 백도,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을 듯..
여름엔 살짝 우거질 듯..
조망바위에서 돌아보다
거문대교와 녹산등대
음달산
길이 넘 예쁘다~
또 조망처
초도 원도 장도... 왼쪽 멀리 청산도까지 보인다.
저 봉우리로도 길이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동도도 서도처럼 이어서 걸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오른쪽 너머로 역만도와 손죽열도 보이고..
정상이 지척
망향산 정상은 사방 조망 짱이다.
고도와 서도쪽
서도
기와집몰랑은 여기서 봐도 역시 지붕 형태.
근데... 저 이름 지은 이, 혹 귀양온 먹물씨였을까? 기와집 구경 힘든 섬동네에서 얼마나 고향의 기와집이 그리웠으면...
오른쪽으로 빙 돌려본다
왼쪽 멀리 청산도
가운데 초도, 오른쪽 역만도와 손죽열도
역만도 오른쪽으로 가물거리는 것들.. 평도 광도 문도...
섬 잘 보이지 않아도 수평 보이는 것만으로도 섬산행 맛이다. 그 점에서 어제 오후는 영...
대삼부도 왼쪽으로 문도? 오른쪽으로 백도
남쪽, 길없는 능선
이쯤서 백도쪽을 당겨본다
소삼부도는 거북이같고..
너머 어른거리는 백도.
거문도 세 섬 중 (서도에선 못 보았으나) 동도 망향산이 백도 보기엔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삼부도가 앞으로 있어 덜 단조롭고 거리도 가깝다.
불탄봉쪽 당겨본다.
불탄이 궁금한 게 아니라... 너머 어른거리는 것 때문에.
다름 아닌 제주다.
저건 여서도
저건 청산도
걸었던 봉우리들이 다 가늠되는 듯
역만도와 손죽도 소거문도
초도
다시 삼부도와 백도
가기 싫어 한참 뭉기적...
내림길은 시원하게 트인다. 근래 정비한 듯?
근데 넘 너르다.
이 즈음에서 길은 능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죽촌 긴 방파제 방향으로 휘어진다.
마지막으로 역만도쪽 다시 함더..
수월산
고도, 아침에 걸었던 능선을 끝까지 따라가면 벼랑이었겠다.
염소 기르기 좋은 양지바른 비탈길
끝까지 기분좋은 길이다
동도에서 다시 서도로 건너와서리
배시간이 많이 남아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방파제로 나가 백도를 다시 당겨본다
좀 전에 올랐던 망향산
장촌과 녹산등대
동도 남쪽끝 해벽
녹동행 배가 떠나고 있다.
망향산에서 내려왔던, 염소 많던 길
거문대교와 겹쳐지는 초도
마을 굽어보이는 벤치에 앉아 점심으로 준비한 빵을 우적이며..
큰 건물이 여수 오가는 배 터미널.
녹동행 터미널은 저기가 아니고 삼호교쪽
오늘은 날씨가 참 좋으네...
섬산행의 팔할은 조망.
오후배 타고 나오며 잠이 오질 않아 창가에 앉아 먼섬 먼산바라기한다.
물보라 뒤집어쓴 창은 지저분하지만 먼섬 윤곽은 충분히 가늠.
초도
용섬
역만도
무학도? 오른쪽은 시산도와 거금도
지죽도 금강죽봉과 유주산 천등산
금강죽봉 수직 주상절리가 뚜렷
낯익어 반갑고도 궁금한 산봉들
금강죽
봉긋한 수락도 뒤로 마복산릉
수락도 왼편 봉우리에 기상 레이더 보인다.
맨 뒷족으로 천등산 우마장산 줄기같고...
그럼 왼쪽 뾰족한 건 수덕산?
초도 손죽도 거치지 않고 곧장 나로도로 입항
왼쪽 애도(쑥섬)과 사양도
오른쪽 우미산과 팔영산
팔영과 우미
저 바윗뎅이는 낭도 남쪽의 문도?
낭도
낭도와 남쪽의 여러 섬들
하화도
하화도와 백야도
멀리 조발도와 화양 잇는 다리 공사 중
백야도
백야도
백야 등대
백야 대교와 봉화산
백야대교 오른쪽 화양면 산릉
화양의 산릉
여수로 입항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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