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오은사(10:45) - 청운정(11:30) - 오도암(11:45) - 계단길 - 청운대 3거리(12:25) - 비로봉(13:20) - 마애불 - 서봉(14:30) - 오은사(17:00)
가까운 뒷산 한바퀴.
팔공산도 단풍이 꽤 고운 산인데, 지난 여름 무척 덥고 가물었던 탓에 올해는 영 볼품이 없다. 익기도 전에 메마른다.
조망좋은 곳마다 멈추어 서서 실눈뜨고 먼산 바라본다.
아득한 박무에 잠겨 짐짓 신비로워진 대구 분지 너머로 검푸른 머리만 솟아있는 비슬과 가야...
오도암에서 청운대 오르는 까마득한 계단길 생겼다. 원효 구도의 길이라던가 뭐라던가.
수월한 만큼 재미 덜하지만 파삭한 단풍이 그나마 볼맛이다.
1087봉 북능선 걷다가 내려선 계곡 삼거리에서 오은사 가는 묵은 산길 찾아보려다 잠시 헤매다.
아침에 보고 저녁빛에 다시 보는 오은암, 금박 대웅전의 생경함이 한결 가신다. 시간 혹은 빛의 간계...
오은사 너른 마당에서
돌아보다
절 오른쪽 오솔길따라 물가로 나간다
계곡 건너
지능선 따라 오른다.
오은사 입구에서 윗쪽으로 조금 더 가면 원효구도길 싯점 있지만
도로따라 걷기 싫어 호젓한 능선길을 택한다.
도중에 숲 사이로 열려다본 청운대 능선
별 경관 없지만 워낙 호젓하여 썩 맘에 드는 능선길이다.
원효구도길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청운정에서 돌아보다. 가산쪽이다.
능선숲속 쉼터인 청운정은 별 조망이 없다.
오도암에서.
사림문이 닫혀 있어 조망만 보고 나오려다..
인상좋은 처사님과 수인사 후 몇 마디 얘기 나누다.
만든지 오래지 않은 계단길.
한번에 이어지는 계단만 700여...
단풍놀이삼아 슬슬 오르다
멀리 가야산이 봉긋...
저 바위 너머가 원효굴 가는 길
줄 잡고 용쓰기 싫어 돌아선다.
참신망법으로 유명한 진표율사의 부사의방도 변산 의상봉 아래 깍아지른 벼랑에 걸려 있었다.
고도 기술자본주의 시대인 요즘엔 금융이나 IT 분야에 최고 두뇌들이 모여들지만
신라시대엔 승려란 직업에 당대 최고 엘리트들이 기웃거렸다.
신분배경 빵빵한 일급 두뇌들이 혈기와 성취욕 앞세워 덤벼드는 영역이었을 거란 것.
그럼에도 불구, 그들의 수도의지와 정진의 맹렬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바가 있으니
그들이 잠시 머물렀던 자리나 흔적은 시대상의 변천과 세월의 격절을 넘어
사물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드높은 지점, 일종의 숭고나 불가사의한 신비의 경지에 들어선다.
그러므로 오은사 오도암 원효굴 청운대에 이르는 '원효 구도의 길'은
역사적 상상을 끊어내는 그 초월의 욕망을 당대적 상품의 욕망으로 재구현해낸 셈이라 해도 좋을 터.
청운대 암벽에서 바위질하는 분들이 보인다.
좀 늦은 감도 있지만 물색 그리 곱지 않다.
아니 형편없다. 흐리고 푸석하다.
나중에 하산할 능선 가늠해 본다.
오도암 굽어보다
되돌아와 정상쪽으로 간다
북동쪽.
조림산 각시봉 선암산 방가산 화산 그리고 보현산...
낡으면 갱신될 철조망이지만 폭력과 적대의 무기인 금속 또한 풍화를 피해가진 못한다.
우리 문명의 불가피한 일부를 이루는 구체적 증오와 적대가 덧없는 자연풍광 속으로 애증어린 뒤엉킴으로 빛난다.
팔공산에서 가장 단풍 고운 곳 중 하나인 치산계곡 상류도 올해는 영...
돛대바위 있는 진불암쪽 능선도 물색 엉망이다.
비로봉 오르며 돌아보다
당겨보니..
바위에 달린 이들 있다. 둘.
꽤 나이 드신 분들이었다.
박무에 흐린 대구시가.
너머 아슬한 비슬...
동봉 비탈 수태골 상류는 그런대로 봐줄만하다.
서봉 우엔 가야가 하늘에 떠 있고...
가산 유학산 너머 금오산이 아득하니 시야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북서쪽.
사진 가운데 칼자국 있는 저 산릉, 예전에 함 올랐던 군경계 능선인 듯한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검단동 감돌아 흐르는 금호강...
망각 혹은 점점 흐려지는 기억의 잔상만 같은...
당겨본 동봉
동봉 바로 오르는 바위에 사람이 보인다
저건 말대가리 같고...
서봉 오르며 돌아보다
동산계곡
역시 단풍이 그다지 물색없다.
서봉에서
서봉 지난 능선 북사면길.
기억컨데, 팔공산 주릉에서도 유난히 단풍 고왔던 곳인데....
오늘 코스 중 주릉 마지막 조망처에서
어라, 길 잘못 들었네?
무심코 걷다보니 북능선 놓치고 잠시 왼쪽 옆길로 들었다. 떡 본 김에 제사라고 조망 보며 쉬었다 간다.
저 조망바위 있는 곳이 가야할 능선이다
제 길 접어들어 조망바위에서
오도암
능선 내려선 합수점에서
농장길로 나가지 않고 계류 건너서,
오도암 가는 옛길로 잠시 갔더니...
어제 내린 비 덕분에 이런 폭포가!
계곡따라 내려가보려 했으나 수량 땜에 포기.
묵은 계곡옆길따라 우거진 덤불 헤치며 내려오니...
이런 곳이 보여 시원하게 씻고..
계곡 건너가니 묵은 길이 보인다. 오은사로 이어질 듯하다.
잠시 따라 내려가니 아침에 올랐던 능선길과 만난다.
되돌아온 오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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