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여수 화정면 백야 출항(07:20) - 좌수영1호 -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08:00) - 두우고개 - 팔각정 - 대부산(09:40) - 칼이봉 - 느진목(11:45) - 옥녀봉(12:50 점심) - 도로(14:00) - 우학 - 미포 - 망산(16:08) - 장지(16:55) - 비렁길 5코스 - 심포(18:30) - 우학(19:00) 박.
지자체마다 내세우는 수많은 길 중에선 제법 괜찮더라고 소문난 금오도 비렁길, 평소 궁금하던 대부산 능선과 이어 1박2일 코스로 걸어본다.
산구비 부드럽고 곳곳 조망 툭툭 트이는 산세가 인상적인 대부산릉이나, 붉은 꽃 뚝뚝 떨구고 있는 동백숲과 늘푸른 대숲길 번갈아 이어지는 해안절경 비렁길, 워낙 호젓하고 여유롭게 걸어서 그런지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비렁길 다섯 구간 중 어디어디가 가장 낫더라는 얘기도 있으나, 내 느낌으론 순위를 매기거나 우열의 판단이 쉽지 않은 듯하다. 다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개성이 있다. 그저 아름답다.
봉수대 조망 궁금하여 올라본 망산 그림 또한 일품이었다. 우린 대부산행과 비렁길 5구간 사이에 넣었지만 비렁길 대미로만 삼아도 아주 좋겠다.
날씨는 좀 아쉬웠다. 구름 많은 첫날은 먼 시야 흐리고 남해 봄물빛 제대로 나질 않았다. 둘째날은 하늘 조금 맑아졌으나 기온 높아 후텁했다.
하늘 높아지는 늦가을날, 스러지는 계절의 찬란한 잔광 등지고 다시 한번 걸어보아도 좋을 금오도 길들.
여태 먹어본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금오도 막걸리도 다시 함 맛보고 싶고...
새벽잠 설치고 부지런히 달려온 먼 길, 백야선착장 도착하니 첫배 시간이 많이 남았다.
준비해온 김밥 한줄은 점심으로 미루어 두고, 선착장앞 백야휴게소에서 정식(\7,000)으로 아침식사.
크지 않은 배 좌수영 1호는 예정시간에 정확히 출발한다. 월욜 아침이라 승객은 모두 여섯명쯤?
흐린 하늘, 찬바람 무릅쓰고 갑판에 나가 건너본다.
길게 뻗은 돌산도 산릉 앞으로 섬들이 겹쳐진다. 가운데가 봉황산, 뒷줄 맨 오른쪽이 향일암 품은 금오산이다.
자봉도 지나와 뒤돌아보다
흰 해벽 드러낸 개도의 남자락들.
알고보니 개도 봉화산으로도 솔찮게 등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망이 아주 뛰어난 듯한데 언제 기회 될런지.
또 금오도 못지않게 개도 막걸리가 유명하다 하니 그 맛 보기 위해서라도 함 가보긴 해야 할 듯하다.
이틀간 4통 마셔본 금오도 막걸리는 균형잡히고 깊은 맛이지만 단맛이 덜하고 살짝 신맛 감도는데, 개도 막걸리는 단맛이 좀 강하더란 소문.
내 취향은 물론 전자이지만, 맛 잘 잡힌 막걸리라면 달아도 괜찮다. 동곡 막걸리가 그러하듯.
오른쪽 두 섬 사이 저 조그만 저 섬, 소횡간도인가?
가운데 뒷줄, 멋진 굴곡 보이는 산릉은 향일암 뒤 금오봉과 금오산
입항하며 보는 함구미
산행 들머리 가며 뒤돌아보다
들머리 마을길.
금오도의 집들 대부분은 저런 돌담에 둘러싸여 있다.
마을의 방풍림 역할을 하는 듯한 나무들은 대부분 동백
아래서 올려다보면 무슨 요새같다.
이웃끼리 너나없이 허물없이 지내왔을 마을에서, 하나하나의 사적 공간들이 보여주는 폐쇄성은 단연 놀랍고 의외였다.
물론 저 단단한 껍질의 인상은 사람들을 향한 것이라기보담 자연, 특히 바람을 향한 것이었을 터.
어쨌건 들머리부터 첫인상 아주 좋은 섬이다.
정겨운 돌담길따라 오른다.
이런 돌담길은 내일 비렁길을 걸으며 지겹도록 만나게 된다.
피어야 동백이 아니라 뚝뚝 떨어져야 동백은 제맛이다.
내륙에선 흔치 않은, 저런 고목 동백들을 들머리부터 줄줄이 만나는 느낌은 신선하기 그지없다.
돌담과 동백, 금오도 길의 풍경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단면이겠다.
대숲과 돌담은
동백과 돌담 다음으로 자주 만나는 것들이다.
지금 내가 사는 고장에선, 현재의 시간 저편으로 훌쩍 기울어져버린 풍경들인데
여기선 저토록 자주, 친근하게 만난다.
대부산 등로는 섬의 서쪽 두 봉우리를 잘라먹고 두우고개 능선에 올라선다.
가파른 능선 오른쪽으로 감돌아오르며 돌아본 서남쪽. 고흥반도인지 나로도인지가 흐릿하다.
대부산릉은 첫 봉우리가 최고봉(389m)이다. 소사나무 숲길 잠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조망없는 최고봉에서 살짝 내려서면 팔각정자
함구미쪽
화태도와 돌산도쪽.
희게 치솟은 교각은 화태도와 돌산도 잇는 연도교.
여수시 남쪽 섬들을 연도교로 죽 잇는 계획에서 금오도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빠졌다 한다. 백번 잘한 선택이라 본다.
배로 다니는 지금도 비렁길 때문에 휴일이면 인파 붐비는데, 차로 쉬 드나들게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뻔하다.
사람과 물산의 흐름이 달라지면 인심이 변하고 풍경이 바뀐다. 금오도의 자연스런 모습 지키는데는 진입장벽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할 듯.
진행방향 대부산릉.
가운데 두 봉우리 봉긋한 게 칼이봉.
가운데 뾰족한 게 옥녀봉
뒤돌아보다
두포항쪽, 굴등에서 넘어오는 길이 보인다.
왼쪽 멀리 망산. 더 멀리 보이는 건 연鳶도.
가운데 월호도.
부드럽게 이어지며 소사나무 숲길과 조망바위 연이어 나타나는 능선, 시야 썩 깨끗한 건 아니지만 자주 멈추어 서서 굽어본다.
어선들인 듯한 배들, 자주 오간다.
유송리(송고)
단조로우면서도 환한 소사나무 숲길, 한동안 이어진다.
3월엔 봄을 느끼기 힘들지만, 남국섬에서 자주 만나는 아름다운 나무들이다.
또다른 조망바위에서 건너보는 옥녀봉과 망산쪽
다시, 당겨본 유송리
문바위에서
춘란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작은가릿여(오른쪽)와 문여
두모리쪽
노루귀도 총총 꽃대 올리고 있고..
까막눈이 보기에도 대부산릉 식생이 잼나다.
두우고개에서 정상 거쳐 칼이봉까지는 소사나무숲과 사이사이 소나무 박힌 암릉 이어졌는데, 능선이 남으로 방향 트는 이후로는 상록활엽숲이 강세다.
덕분에, 점차 개여오는 햇살 받고 가는 동남향 산길은 그늘 짙고 시원하다. 또 따뜻한 비탈엔 어김없이 꽃들 옹기종기 피어 있다.
칼이봉에서 동남으로 뻗은 지능선.
저 도로따라 내려서면 대유.
느진목 고개 지나와 조망바위에서 돌아본 능선.
걸어온 산릉이 디귿자로 보인다.
한동안 이런 담벼락 이어진다.
동백들이 곳곳에서 걸음 붙든다
커단란 동백나무 속에 머릴 박고 머하노 싶어,
나도 들여다보니...
싱싱한 꽃들이 아주 많이 보인다.
옥녀봉 직전에서 굽어보는 냉수동(오른쪽)과 우학리, 너머 망산.
오늘내일 걷게 될, 우학에서 심포와 미포 오가는 길 한눈에 든다.
어떤 지형도엔 저 봉우리가 옥녀봉(260.8m)이다.
옥녀봉에서 굽어보다
두포 방향.
가장 높이 보이는 게 최고봉인 정자있는 봉.
지나온 능선
함 올라보고 싶은 충동 느끼게 하는 수항도와 형제섬
옥녀봉 내림길에서
옥녀봉에서 망산까지는 (지형도상 옥녀봉인 260.8봉과 학동 고개를 거쳐) 명색 마루금이 이어지긴 하지만,
등로상태 알수 없는데다, 설사 산길 이어진다 해도 몇 봉우리 숨차게 오르내리며 갈 생각은 없었다.
다만 봄볕 솔찮이 따가운 포장도로 걷는 건 최대한 줄여야 했기에, 검바위에서 도로건너 빤히 보이던 봉우리를 넘어 우학으로 들었다가 미포 거쳐 망산 오른 후,
장지로 내려서 비렁길 5구간따라 심포 거쳐 우학으로 오려 했다.
헌데, 옥녀봉 내려선 도로에서 건너 봉우리 오르는 길은 빤한데 농장울타리로 가로막혀 있다. 주인이 없는지 농장 지키는 개쉐이들까지 지랄난리도 아니다.
남의 농장 울타리를 넘지 않으려 좌우로 기웃거려보았지만 접근이 여의치 않다.
결국 도로따라 우학쪽으로 잠시 가다가... 왼쪽으로 산길이 보여 접어든다. 산소길이다. 산소길은 산소로만 이어지니 마냥 따라갈순 없다.
결국 산소길 버리고 갈 방향 잡아 우거진 동백숲도 가로지르며 잠시 애좀 먹다가, 여남중고 동쪽 우학 포구길로 내려선다.
우학 포구길 내려서기 직전, 우거진 동백숲 벗어나 한숨 돌리며...
포구길가엔 민들레 한창
요즘 어디나 지천인 광대나물
우학항에서 여남중고 뒷편 옥녀봉 돌아보며
미포 가는 길에 본 연안엔 물반 고기반이다.
양식장같지도 않은데...
물오르는 오리목 향기는 코를 찌르고...
미포 마을에 들어서니 짙은 매향이 휘날려온다.
밭에 시퍼런 건 방풍나물. 금오도 밭은 거의 저 나물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지금이 한창 수확철인 듯.
미포에서 심포 가는 도로 고갯마루에서 남동쪽으로 비스듬히 접어드는 임도가 망산 가는 길(별다른 표지 없음).
무엇보다 포장길 벗어났다는 기쁨과 잠시 후 그늘숲길 접어들리란 기대감에 한숨 돌린다.
올해 첨 보는 구슬붕이. 상태는 별로지만...
지천으로 보이는 제비도 담아보고..
망산 가는 임도.
잠시 후 길은 장지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장지와 심포(혹은 미포) 갈림길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500여m 정도.
근데 이 삼거리 이정표 거리가 엉터리다. 심포와 봉수대(정상)이 바뀐 듯.
강렬한 방향 붐어내는 오리목 꽃(?)도
다시금 동백숲 그늘에 들다
조망데크에서 굽어본 장지와 안도.
제주도 가는 비행기에서 날개 펼친 새같은 생김이 흥미로워 지도 찾아본 섬인데, 오늘 여기서 다시 본다.
망산 봉수대 직전에서 돌아보다.
우린 좋은 우회길 버리고 저 안테나 있는 능선 거쳐 왔다. 비추천.
뒤로 길게 가로뻗은 대부산릉.
왼쪽 돌출한 봉우리는 비렁길 3코스의 매봉(194m).
왼쪽의 세 섬, 오른쪽부터 초삼도 중삼도 외삼도.
연鳶도. 과연 웅크린 솔개의 자태다.
뾰족한 봉우리가 인상적인데 증甑봉(226.9m)이라나. 시루봉이라 하믄 될 걸, 웬 유식인지...
섬이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주민들은 '소리섬'이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굳이 한자식으로 연도라 쓰는 건 좀 웃기는 노릇.
그나저나, 비렁길 어느 전망대에선 저 시루봉을 '필봉'이라 적어 놓았던데...
봉화대에서 동남쪽 능선따라 좀 나가보니 멋진 전망대 있다.
남쪽 조망은 봉수대보다 나은 듯..
조망바위 옆 진달래는 망울 터뜨리려 하고...
내려서며 보는 장지. 비렁길 5구간 끝지점이다.
우린 5구간에서 1구간으로 거슬러 갈 에정인데, 오늘은 5구간만이다.
당초엔 5구간을 먼저 걷고 망산에서 낙조를 볼까 하다가, 순서를 바꾸었다. 금오도 서남해안 따라가는 비렁길 어디서든 낙조를 볼 수 있을 듯하여.
비렁길 접어들기 직전, 방파제에서 안도대교 건너본다.
당초엔 안도까지 한바퀴 돌아보려 했다. 그러나 이틀만에 안도까지 소화하긴 너무 버거웠다.
뉘집 담장 아래 꽃밭에서.
비렁길 5구간, 고목 동백이 반겨주는 들머리부터 아주 느낌이 좋다.
너덜이 이채롭다.
비렁길 곳곳 너덜이 더러 있었으나, 5구간의 여기가 가장 멋진 듯.
큰솥 작은솥, 소부도 대부도
시루나 솥처럼, 우리나라 지명엔 식기의 형용이 많은데
필시 그것들은 넉넉한 먹거리와 풍요를 상징했을 것이다.
그들은 늘 배고팠던 게다.
자주 보인다. 이쁜 별이...
바닷바람에 저녁햇살 묻어오는 시간...
아무도 없는 비렁길이 더없이 아름답다.
막포 넘어가는 고개에서 돌아보다.
망산에서 흘러내린 277.1봉 같다.
짐짓 들여다보다.
사람 온기 사라진 빈 집터에 담벼락만 오래토록 완강하다.
충산. 저 돌출지형을 일종고지로 부르는 듯.
잠시 후 일종고지(700m) 삼거리 있으나, 다녀올 엄두 내지 못한다. 몸 무겁고 시간 늦은 탓이다.
서족 바다 금빛으로 물들이며 해 저문다.
내려서며 보는 심포.
심포 마을 내려서기 전 포장길에서 낙조를 본다.
심포안길 거쳐가는 길에 돌아본 심포와 망산
도로 따르지 않고 구릉 넘어가는 옛길 따라 우학으로 간다. 운치로운 길이다.
당초엔 아침 7:35분 우학출발 심포 장지행 버스를 이용할까 했으나, 이 길로 다시 넘어오기로 한다.
우학 내려서며
내일 비렁길 4코스는 심포에서 시작이지만 숙소와 식사 편의를 위해 우학에서 묵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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