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팔각산장 옆 주차장(09:10) - 1봉 ~ 7봉 - 8봉(정상 11:30) - 출발지점(12:25)
여름에만 두번 올랐던 팔각산, 오랫만에 다시 찾는다.
계절 깊었으니 찬바람 불고 하늘은 짙푸르다. 예년과 달리 아직 눈 없는 태백산맥이지만 사방 조망은 시리도록 눈부시다.
손에 잡힐듯 건너다보이는 주왕산 별바위, 단숨에 우설령 건너 훌쩍 내치고 싶은 충동 치밀어오른다. 푸른 동해 바라보는 낙동 옆길에 서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묵은 뜻을 새삼 음미한다. 오십천의 상류인 절경 암반협곡 옥계가 나누는 두 산줄기는 서로 닮아 있다. 울울창창 깊고깊던 낙동 줄기와 동해를 막아선 장성같은 동대와 향로, 역광 햇살 아래 묵직하게 마루금 그어가는 육산릉의 부드러운 선율이 돋보인다. 저마다 깊고 멀리 흘러간다.
많지 않은 일행 무리지어 진행하다보니 호젓한 맛 즐기기 힘든 수요산행, 대신 오늘같은 조망능선에선 여기저기 다양한 포즈로 자리한 모델들 많아 산그림이 한결 덜 썰렁하다. 같은 풍경이라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인물의 움직임 따라가며 똑딱이는 재미도 있다.
일곱 암봉 오르내리며 가는 산길은 시설물 많이 늘었다. 예전보다 진행 수월하다. 게다가 여름철 암릉길은 짱배기 따갑고 숨막힐 듯 더워 산성골 물생각만 하며 내질렀는데, 조망좋은 이 계절의 발걸음은 한결 여유롭다. 산성골 하산이 아닌 옥계 원점회귀하는 오늘 산행, 한나절만에 마무리하고 관광 스케줄 이어간다.
들머리, 바람이 제법 차다.
좋은 우회길 두고 너도나도 바위 오른다.
바위에서 돌아보고...
올려다 본다.
또 바윗길.
팔각산은 첨부터 정상 직전까지 바윗길이다.
왼쪽은 동대산, 가운데 멀리 향로봉도 보이려 하고...
옥계 수구동 마을.
참 예쁜 앉음새인데 지붕색깔이 단조롭다. 좀 알록달록했으면...
멀리 동해바다도 보이려 하네
또 올려다보고...
올라서면 뒤돌아보고.
1봉의 우뚝한 선바위.
참고로, 팔각산 여덟 봉우리엔 7봉만 제외하고 모두 정상 표지석 있었던 듯.
찍사가 여럿이라 시선방향 제각각이다.
저 하얗게 박힌 돌이 1봉 표지석인데, 정상을 제외한 여섯 봉우리엔 다 저런 형태로.
암봉 능선이 한눈에 든다.
우회하여 오르는 3봉 벼랑 아래 양지바른 곳에 놓인 추모비.
담담한 글귀 속에서 아내를 여읜 한 사내의 애틋한 심정이 느껴진다.
3봉에서 북쪽 조망. 당겨본다.
화림지맥 국사당산이 의외로 눈길 끈다.
화림지맥(華林枝脈)은
낙동정맥 명동산(明童山△812.4m)에서 남으로 약0.7km 지점인 805봉에서 동쪽으로 분기하여, 영덕군 지품면과 영해면 경계지점인 포대산(444m)을 지나 삼면봉(지품면 축산면 영덕읍)인 국사당산(512m)을 지나고 온전한 영덕읍의 화림산(348.4m)을 지난다. 그리고 영덕읍과 강구면계의 고불봉(235m)에 솟았다 영덕블루로드 A구간을 따라 강구면의 봉화산(150.3m)을 찍고 강구 항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약32.7km의 산줄기인데, 북으로는 송천을 남으로는 영덕오십천을 가른다. (출처: 무명님의 블로그)
진행 방향 암봉들과 오른쪽 너머 주왕산릉
왼쪽으론 낙동정맥 줄기. 조금 당겨본다.
왼쪽 가장 높은 곳은 낙동정맥 간장현 북쪽 803봉쯤이겠고,
가운데 멀리 높은 산은 면봉산(1113m)과 보현산(1124m)이 겹쳐 보이는 듯.
지나온 산릉
산성골 쪽도 들여다보이기 시작하고..
옥계 건너 동대와 향로쪽
고사목 멋스런 이 봉우리가 5봉이던가...?
건너보는 7봉쪽
들머리에서 꽤 차고 사납던 바람이 정작 능선에선 잠잠하니 다들 걸음이 여유롭다.
저게 6,7봉인갑다.
검푸르게 출렁이는 태백의 산줄기들,
차고 메마른 겨울 햇살 아래 선명하게 드러나는 육감적인 굴곡, 아름다워 자주 돌아보게 된다.
뒤돌아보다.
바데산 북쪽으로 잦아들며 바다로 향해 가는 산줄기들. 내연지맥이랬던가..
가야할 6,7,8 세 봉우리가 온전히 드러나고
정상 오른쪽으로는 주왕산릉 별바위가 멋진 자태로 눈길을 끈다.
같은 그림이지만, 산에 든 사람들의 역동이 포인트가 되어주는 느낌이라 자주 똑딱인다.
당겨본 주왕산릉. 우설령 거쳐 냅다 달려가보고 싶어지던...
능선에선 흐린 육안으론 분별치 못하고 대강 위치만 짐작했었는데, 나중에 큰 사진으로 보니 갓바위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아래).
(원본크기에서 자른 사진)
주왕산릉에서 명동 백암으로 이어지는 정맥 줄기
용립한 수직 암봉 7봉
6봉 내려서 뒤돌아보다
우회하여 오르는 7봉
우회길에서 돌아본 능선
여덟 봉우리 중 유일하게 정상표지가 없는 7봉. 잠시 다녀와야 한다.
7봉에서 굽어보는 지나온 능선
조망없는 육봉인 8봉 정상(632.7m)
정상 가는 길에서
뒤돌아보다.
낙동정맥 우설령 조금 북쪽에서 나뉘어 북으로 이어지는 줄기, 덕갈산(445.8m)과 시루봉(393.4m) 능선.
7봉을 돌아보다
다시금 돌아보는 바데와 동대산릉. 바데산 중턱의 마을은 해월리.
정상 직전 조망처에서.
조금씩 넓게, 멀리...
조망없는 정상에서 바람 피해 잠시 앉았다가...
출발지점을 향해 내려선다.
하산릉에서
굽이 흐르는 옥계
팔각산의 아름다움 더하는 소나무들
한나절 산행 끝내고
축산 경정리 대개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수요팀 새해 첫 만남 뒷풀이...
돌아오는 길에 7번 국도변에 있는 소위 '장사흉가'에 들러본다.
매스컴을 타기도 하면서 '장사 흉가'로 알려졌지만, 행정구역상으론 장사리가 아니라 남정면 부경리다.
소위 국내 '3대 흉가의 하나' 라느니 하면서 꽤 유명한 듯하나
막상 둘러본 분위기는 일반적인 폐가와 다를 바 없고, 일부 연출된 느낌마저 있다(지하실이 있다는데 몰라서 못 가본 게 아쉽다).
잠시 검색해본 소문들, 믿을 만하고 설득력 있어 뵈는 체험이나 기록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헛웃음 자아내기 딱 좋은 것들 뿐이다. 3대 흉가란 것조차 이미 헛소문으로 검증되었거나 조리와 근거있게 반박되었다.
허나 합리적 추론과 검증에도 불구, 대개의 귀신담은 입에서 입으로 건너가며 공포의 기대와 상상력을 부추기며 점점 번성한다. 놀랄 일도 기이할 바도 없는 도회적 삶의 단조롭고 상투적인 일상들, 쫒기듯 바쁘면서도 지루하게 반복되는 그 시간의 틈들은 종종 괴기의 이미지들을 향해 실금을 뻗친다. '별일'들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며 또다른 무늬와 빛깔의 일상을 꿈꾼다. 그래서 누군가의 기행奇行이나 사소한 불가사의들,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기담에 짐짓 귀 기울이며 홀려보기도 하는 것이다. 거기 더하여, 인간들에게 치일대로 치인 곁이니 사연많고 한많은 귀신들에게 한자리쯤 내준들 어쩌랴, 하는 심정들까지... 어쩌면 그건, 통념대로만 굴러가는 세상의 정치경제 톱니바퀴 속에서 잠시나마 일탈해 보고픈 마음들의 안간힘이며 위생학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붉은 페인트로 벽에 씌어진 '인간이 귀신이다'란 구절이 귀신담 못지 않게 고달픈 인간사 현실에 대한 통렬한 증언처럼 보인다.
1층 옥상에선 동해가 훤히 건너다 보인다. 전깃줄이 좀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행여 내 곁에 서 있을지 모르는 귀신들도 보고 있을까... 저 푸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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