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완주 동상면 위봉산성 입구(08:30) - 산성길따라 - 601봉(09:05) - 513봉(귀뚤봉) - 원등산(11:40) - 학동재(14:25) - 대부산(15:55) - 수만교(17:10)
물색 가는 계절이지만, 전구간 곳곳에 자리한 조망처에서 굽어보는 완주의 산하가 아름답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기묘한 날씨, 더욱 짙어보이는 산빛.
앙상한 가지 드러낸 활엽 능선엔 낙엽 수북하고, 다정한 속삭임처럼 쉼없이 부스럭대는 발길은 더러 미끄럽다.
오래 전 걸었던 기억은 자취도 없으니 짧은 해와 느린 걸음, 대부산릉 다다른 몸과 마음은 끝내 따로이 노닌다.
첫 봉우리 601봉(맷돌봉)은 빼어난 조망처다. 운장 연석릉과 서래봉 능선을 좌우로 살펴볼 수 있는 코스의 첫머리로 손색이 없다.
낙엽 밟으며 구비치는 조망능선, 푸른 아침 이내에 묏부리 잠긴 먼산릉과 아득한 도회 전주를 한참 건너본다.
한껏 무뎌져 고개 흔적조차 사라진 송곳재 지나면 원등 향해 치오른다. 억새 몇 줌 일렁이는 황량한 벌목지, 사이사이 박힌 푸른 솔잎들은 무한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둥근 육봉 아래 암릉 감춘 원등산, 데불고 온 낡은 기억과 달리 여기저기서 조망 트인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엿보이기도 한다.
숨고르며 산물결 넘는다. 배움 따위 팽개치고 풍류의 날개등만 같은 학동산, 낙엽과 단풍숲길 누비며 가는 곱디고운 늦가을 동산이다.
대부산 오르며 비로소 크게 한번 돌아본다. 까마득한 벼랑끝에서 굽어본다.
저무는 11월, 떠나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오채의 산빛들... 그 빛 거두어 담고 있는 안도암 이름의 내력이 궁금해진다.
길지 않은 암릉 오르내리는 사이 저녁 물들어온다. 바람도 소슬 차가워진다.
쇠줄 부여잡으며 바윗길 벗어난다. 가파르지 않아 더 고와보이던 산자락 산빛.
졸졸 푸른 계곡물에 세수하고 발 담근다. 지나온 먼 길 한꺼번에 아득히 되돌아온다.
싸늘한 아침공기 마시며 산성길따라 접어든다.
풀잎들엔 하얗게 서리 내렸다. 머잖아 사라질 초록들... 몸 낮추고 아직은 길을 맴돌고 있다.
길은 줄곧 성벽이거나 나란하다.
비교적 잘 남아있는 위봉산성은 601봉을 지나 귀뚤봉까지 이어진다.
숨 돌리며 되실봉 건너본다.
정상부 왼쪽으로 서래봉 옆 암봉이 삐죽하다.
맷돌봉이라 불리기도 하는 601봉은 조망이 참 좋다.
동북쪽 굽어보니, 위봉산릉 아래 마을과 너머 멀리 가야할 대부산 암릉이 눈길 사로잡는다.
남쪽, 푸른 이내 깔려 있는 소양면 일대 굽어본다.
호남정맥 만덕산이 단연 우뚝하고, 소양의 남쪽 경계 이루는 묵방산도 꽤 당당한 산세다.
기억컨데, 호남길 만덕산릉에서 점치 건너 이어지는 묵방산릉 바라보며 입맛 다셨더랬다...
서남으로 멀리, 모악산이 매봉쪽으로 이어지는 긴 줄기 드리우며 특유의 윤곽 그리고 있다.
쨍한 아침 하늘 아니라서일까? 엷게 깔린 안개가 쉬 떠오르지 않고 있으니, 먼산 그림은 오히려 선명한 편이다.
빽빽한 흰 빛의 도시 전주, 큐빅 뿌려놓은 듯한 아파트들...
조망좋은 봉우리, 한참 뭉기적거리며 또다른 지점에서 만덕산쪽을 당겨 담아본다.
되실봉 건너 서래봉에서 동성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눈여겨본다.
조만간 저 능선도 밟아보게 될까...?
까칠한 암봉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서래봉, 원래 이름이 써레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가야할 능선
원등산정은 보이지 않고 귀골산릉의 670봉이 가장 높아 보인다.
513봉(귀뚤봉)으로 가는 능선은 내내 산성축 이어진다.
길은 성벽 안쪽으로 나 있다.
귀뚤봉 오르며 601봉 서남사면을 돌아본다.
가파르게 쏟아지는 암릉, 소양 나들목 부근에서 단연 눈길 끌던 쪽이다.
조망없는 귀뚤봉 지나면
한동안 낙엽숲길 기분좋게 이어지면서 가끔 서남사면으로 조망 툭툭 트인다. 걸을 맛 나는 길이다.
다시 만덕과 모악을 건너본다
깊고 길게 패인 계곡 건너 귀골산릉이 우락부락 암릉들을 펼쳐놓고 있다.
며칠전 추위 한번 지나가고 물색 많이 가셨지만 아직 볼만한 산빛이다.
조망바위에서 산자락 당겨본다.
뒤돌아보는 601봉과 귀뚤산.
513봉이 귀뚤산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601봉이 훨씬 위풍당당하다. 맷돌봉이란 멋진 이름을 적극 살려쓸 필요 있겠다.
진행할 능선. 왼쪽은 670봉
건너 귀골산릉도 산빛이 아직 고운 편.
또 조망바위 보인다
원등사쪽 계곡.
저 아래 붉은 지붕의 큰 건물은 '성요셉 동산양로원'이라고.
귀골산릉 분기봉 오름길,
계곡쪽 사면을 벌목 후 소나무 묘목을 심어놓았다.
산자락 칼질하듯 임도까지 나 있어 좀 볼썽사납지만 시야는 좋다.
지나온 능선 뒤돌아보다.
암릉 드리운 601봉이 단연 우뚝하고, 너머로 종남산릉이 걸린다.
귀골산릉 초입봉인 670봉, 큰 나무 없이 헐벗은 모습이 흉하지만 정상부는 사방 조망 좋을 듯하다.
후딱 다녀올까 망설이다가... 욕심 접는다. 해짧은 시절, 갈길만으로도 충분히 멀다.
건너보는 원등산릉. 아쉽게도 저 모습 시원하게 바라볼 곳이 없다.
원등지맥 여러 산들 중 최고봉(713.9m)인 원등산정은 조망이 트이질 않는다.
예전에(2005년) 율치에서 올라 원등 대부 능선 걸으면서도 꽤 조망갈증 느꼈었던 기억이다.
그래서 조망 포기하고 한동안 내쳐 걸어야지, 작정하는데...
정상 조금 내려선 지점에 동쪽으로 시야 트인다. 누군가 바위 부근의 나무를 시원하게 쳐 놓았다.
이후에도 몇 군데 그런 곳이 있다. 고맙게도 꽤 안목있는 이가 등로 정리작업을 한 모양이다.
운장과 연석 능선이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원등산릉은 주능선엔 조망처 많지 않아도 좌우 옆구리나 지능선엔 저런 큰 바위들이 많이 보인다.
서쪽 멀리 흐릿하게 걸리는 산줄기 있어 유심히 보니...
덕유능선이다. 희끗하니 눈덮인 듯하다.
운장연석 남쪽 정맥 줄기와 맨 오른쪽 흐릿한 선각 덕태산릉
당겨본 성수 덕태 선각 팔공...
그 앞으로 귀여운 두 봉우리 살짝 내민 건 마이산이겠고, 맨 왼쪽 각진 윤곽은 부귀산일 듯.
귀골산릉쪽으로도 조망 트인다. 귀골산릉은 서쪽과 달리 동쪽은 암릉 불거지지 않는다.
오른쪽 대부산 뒤로 운암산
일대의 대표적인 바위산, 동성 대부 운암을 당겨보다
다시 연석산쪽.
왼쪽으로 둥근 성봉 너머 멀리 뾰족한 건 명덕봉인 듯.
당겨본 덕유산릉.
거리 가까운 남덕유가 더 높아 보이고, 북덕유와 무룡산 정상부엔 눈이 희끗하다.
뒤돌아본 원등산릉.
멀리서 보거나 주릉에서 느끼기엔 부드러운 육산릉 같지만, 곳곳에 저리 가파른 암릉 드리우고 있다.
곰탱이 굴러떨어진 웅석봉 벼랑을 연산시킨다.
드디어 모습 드러낸 연석산 서북릉.
지난 주에 걸었던 줄기라 더욱 관심있게 보게 된다.
조금 당겨본다.
왼쪽 멀리 대둔산이 특유의 하늘금 그리고, 그 앞으로 이어지는 줄기끝에 단연 우뚝한 칠백이고지,
또 그 앞줄기는 장군봉에서 이어지는 삼정 중수봉 능선,
오른쪽 장군봉과 성봉 사이 너머로 뾰족한 건 태평봉수대같다.
어쨌든, 조망처 거의 없으리라 여겼던 능선이니 먼산릉 보는 즐거움이 한결 크다.
당겨본 대부산, 좌우로 동성 운암.
햇살 나니 벼랑 아래 비탈 산빛도 제법 볼만하다
학동산 남쪽 안부 향해 가파르게 내려서기 직전, 조망대에서 보는 대부산릉.
바로 앞 좌우로 날개펼친 듯한 봉우리가 학동산.
진행능선의 464.9봉과 동쪽 지능선의 458.8봉 중 어느 게 진짜 학동산인지는 모르겠으나
학동學洞이란 이름이 좀 맘에 안 든다. 멀 그리 끝없이 배우시길래 그런 썰렁하고 허세스런 이름인지 모르겠으나,
학鶴의 둥근 등줄기를 닮은 멋진 산세를 반영한 이름이 더 나을 성 싶다.
굽어본 다자미 마을
458.8봉 학동산릉 너머로 저번에 다녀온 문필 사달 럭키봉 능선.
500m대 능선에서 가파르게 내려서면 한동안 부드럽게 이어지는 낙엽길.
원등 대부 능선 한가운데쯤인 학동산릉은 호젓 산길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구간이다.
학동재 지나면 널찍한 조망암릉 나타나면서 바야흐로 대부산릉 접어드는 분위기.
당겨본 운장 연석.
정확히 말하면 연석산정은 보이지 않고 갓봉이라 불리는 연석산 서쪽 봉우리다.
지난번 잠시 기웃거렸던 암릉지대라 새삼 눈길이 간다.
대부산 오르기 전 고개 임도에서.
여기도 무슨 길이라 이름지어 안내판 세워 놓았다.
여기서 오늘 첨으로 사람을 만나 이 길에 대해 몇 마디 얘기 나눈다.
저 아래 차를 세워두고 임도따라 걸어왔다는 중년 남녀, 대부산 가파르게 오르며 돌아본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대부산 오르며 돌아보다
예서 굽어보니 이 계절에 걷기에 참 좋은, 예쁜 길이다.
대부산릉은 진도 무척 더디다. 곳곳 조망처다.
원등(가장 오른쪽 봉우리) 이후 걸어온 능선 돌아보다.
왼쪽 우뚝한 봉우리가 오늘 코스 첫 봉우리 601봉, 잘룩한 곳이 산행 시작한 위봉재.
저 능선으로도 산길 있으나 우린 저리 내려가지 않는다.
산세가 크지 않으나 산 전체가 암릉으로 이루어진 대부산릉.
광각 아니라서 한눈에 다 들지 않는다.
대부산은 크기에 비해 산행 재미가 알찬 산이다.
암릉 많은 산들 중에는, 막상 산에 들면 그 암릉을 제대로 느끼고 감상할 포인트 찾기 힘든 곳도 있다.
대부산 능선은 길지 않지만, 아주 알차게 챙겨 보고 걸으면서 암팡진 산세와 조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저물어가는 시각, 늦은 오후햇살에 빛나는 안도암쪽 골짜기 굽어보다
참한 소나무가 있어 사진찍기 좋은 곳일 텐데, 저 참나무는 영 그렇다. 밉상스럼 멀대같다.
미안한 얘기이나, 베어내었으면 싶다.
하산할 능선
뒤돌아보다
또 뒤돌아보다
산자락엔 안도암.
아마 저 부근에 마애불이 있었던 걸까?
예전엔 능선을 끝까지 잇지 않고 마애불 쪽으로 내려갔지 싶은데, 별 기억이 없다.
종종 느끼지만, 사진으로 담았다가 다시 들춰보는 장면들만 오랜 기억으로 굳어간다.
기억이란 모종의 맥락을 찾아 떠도는 이미지일수밖에 없음을 입증하는 그 가혹한 사실, 흥미롭고도 때로 두렵다.
그건 불멸을 향한 가냘픈 손짓같은 아름다운 진실인 동시에, 왜곡과 조작이 가능하기도 한 진실이다.
동상저수지쪽으로 뻗는 대부산 북쪽 끝줄기와 저수지 건너 동성산릉, 운암산릉.
운암산릉을 당겨보다. 담에는 저기에서 칠백이고지로 이어볼까...
사달 럭키산릉 너머 장군봉릉.
왼쪽 가장 멀리 보이는 시원스런 마루금은 선야봉 능선 같다.
사달산 암릉과 장군봉 성봉
다시금 뒤돌아본 대부산 암릉
가야할 방향
능선이 북으로 휘어지는 지점에서 뒤돌아보다. 여태 한번도 보이지 않던 북쪽 사면이 시야에 든다.
역시 참으로 알차게 스스로를 보여주는 산이다.
마지막 조망처에서 저수지쪽 산자락 굽어보다.
막바지 암릉 내려서는 곳엔 두어군데 밧줄 걸려 있다.
좀 부실해 뵈는 곳은 바위만 잡고 조심스레 내려서고, 튼튼한 쇠줄 걸린 곳은 줄에 의지한다.
능선 끝자락은 완만하고 운치로운 낙엽숲길이다.
하산후 또다시 히치.
다행히 맨 첫차가 세워준다. 묻지도 않고 타라신다.
연세 지긋한 부부인 듯한데,
해짧은 계절 산행과, 마지막 가을빛 뿜어내고 있는 일대 풍광에 대해 얘기 나누며 기분좋은 산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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