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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구미 청화산 냉산 141022

by 숲길로 2014. 10. 24.

 

 

코스 : 다항리(09:00) - 주륵폭포 - 청화산(10:50) - 땅재 - 냉산(13:55) - 다곡 B/S(16:00) - 출발지점  

 

 

 

예전 지명으로 불러보면 구미 아닌 선산 도개, 청화산 냉산릉 이어서 한자락 돌아본다.

작년 이른 삼월 혼자 다녀온 코스와 거의 겹치지만 계절이 사뭇 다르다.

 

가을비 연사흘 내리더니 깊지 않은 골에 한여름 물 내려온다. 들머리부터 우당탕 퉁탕 물소리 들으며 오른다.

뭉근하게 피어나는 젖은 숲내음 맡으며 흐뭇이 걷는다. 비에 젖은 폐사지 분위기와 홀로선 탑이 궁금했지만 물 건널수 없어 주륵사터는 가지 못한다.

숨차게 올라선 주릉은 바야흐로 무르익은 산빛, 수북히 뿌려놓은 싱싱한 낙엽 밟으며 간다. 화려하진 않으나 붐비지 않은 산길이 마냥 그윽하다. 조망처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본다. 비 긋고 천천히 개여오는 산천, 호호시절 구가하며 빛깔 물씬 짙어간다. 

남으로 저만치 낙동강이 유유하고, 북으로는 너른 안계벌이 금빛에 물들어 있다. 저들에겐 이 가을비가 썩 달갑잖았으리라.

정상마루에 선다. 산빛 삼키며 안개 일렁인다.

풀어지고 흩어지며 느리게 오르는 구름, 먼산릉 위로 푸른 하늘 비치지만 아직 햇살 들지 않는다.

 

단풍숲따라 종종걸음치며 내려간다. 금새 구름 개이려는지 소슬하게 바람이 든다.

바람막이 걸쳐입고 안개 가시는 냉산릉 건너본다. 오채의 그늘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빛, 조금 쌀쌀하거나 쓸쓸해 보인다.      

땅재 내려서는 동안 비로소 햇살 피어난다. 잎들, 물들며 반짝인다. 슬그머니 내려놓기도 한다.

군위 소보와 구미 도개를 잇는 한적한 땅고개를 건너 냉산릉 치오른다. 등지고 온 청화산릉 돌아본다. 말없이 숨고르며 느릿느릿 오른다.   

펑퍼짐한 능선 올라서면 길은 산책길, 너른 가을숲에 빠져들듯 걷는다. 

사방 울울창창 나무들,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가계家系의 연대기를 저마다 촘촘히 써내려간다. 낮게 깔리는 푸른 물비린내 메마르면 빈 하늘로 번지는 금빛 잎들, 스스로 물들며 물들이는 빛의 길을 따라간다.

 

냉산 정산에서 간식하며 숨 돌린 후, 고만고만 오르내리는 능선길

흐르듯 걷는다. 오늘 코스 중 가장 빛나는 단풍숲길 이어진다. 비 맞을까봐 오랫만에 든 똑딱이, 밀고 당기며 마냥 똑딱인다.

남조망처 기웃거리는 사이 일행들에 뒤처진다. 산길 문득 적막해지고, 갈수록 고와지는 단풍빛만 소란스럽다. 

환호작약 붉은 빛 드물다 하지만, 잎 메말라가던 그날의 지리들보다 더 곱겠다.

단풍길 끝나가면 활공장 툭 트이는 전망 나타난다. 쨍한 햇살 아니지만, 차분히 가라앉은 해평 들녘 너머 낙강과 금오산이 눈길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기묘한 지형들도 잠시 기웃거리며... 마지막 조망바위 다다른다.  

일선문화단지 쪽으로 잦아드는 나즈막한 능선 등지고 다항리 쪽으로 쏟아진다. 갈수록 살짝 거칠어지는 길

막바지 산자락 어지러운 간벌목 피해 왼쪽으로 내려서, 성묘길따라 다곡 버스 정류소까지.

출발지 돌아와 사방폭포에서 물벼락 맞으며 가뿐한 마무리.

 

 

임도따라 오르며 뒤돌아보다

 

연사흘 내린 가을비로 수량 상당하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주륵폭포에 대한 기대감을 저마다 피력한다.

  

 

평소엔 거의 건계곡에 가까울 골이지만 오늘은 물 건너기도 수월치 않다.

  

제법 볼만한 게곡경관이라 내려서 본다.

그런데...

설마 저게 주륵폭포일 줄이야...

 

애개개... 다들 조금은 어이없어 하지만

그나마 이만한 수량이니 봐줄만하다.

주륵폭포는 보는 폭포라기보다 여름에 물맞이하기 좋은 폭포같다.

 

 

우렁찬 물소리 들으며 오르는 길,

짙은 숲향 맡으며 꼽꼽하게 젖은 낙엽 밟으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차츰 개여오는 하늘이니 주릉 올라서면 멋진 조망까지 기대하면서..

 

 

 

몇 차례 물을 건넌 다음

지능선을 치오른다.

 

능선 오르며 돌아보다

 

가파른 지능선엔 단풍이 한창이다

최적의 타이밍인 듯.

 

주릉 올라서면 길은 부드럽고 수월하다.

 

중장비로 밀어서 낸 길인듯 넓어 멋대가리 없지만

짓이겨지지 않은 낙엽 수북 깔리는 이 계절이 년중 가장 좋을 때인듯.

 

뒤통수 환해져 뒤돌아보니..

오르는 구름 사이 갑장산이 희끗희끗 암릉 드러내며 멋드러진 윤곽을 보여준다  

 

637.2봉에서 북으로 난 길따라 잠시 나가보면 다인 비봉산쪽으로 시야 트인다.

 

보현지맥과 겹치는 저 능선, 일부만 밟았기에 아쉬움 남았다.

다시 오른다면 이 계절이 가장 좋을 듯하지만 막상 계획잡기가 쉽지 않다.

 

남으로 조망

일선교 걸린 낙동강이 점차 몸줄기 드러낸다

 

 

 

올라온 계곡 굽어보다

 

 

 

 

 

걸어온 능선 뒤돌아보다

 

 

 

 

정상에서 건너보는 안계벌판,

보현과 팔공 지맥 나누는 위천 유역에 펼쳐진 너른 분지같은 평야지대다.

행정구역으로는 의성군 안계 구천 단밀 단북 다인면 등에까지 이른다. 

 

당겨본 모습.

벌판지대에 솟아 유독 높아보이는 다인 비봉산(672m)이 눈길을 끈다. 

 

낮지만 제법 장쾌하게 뻗어가는 보현지맥 줄기 너머 멀리 학가산도 뚜렷하다

 

냉산쪽으로는 마침 구름 오르고 있다

 

가야할 방향의 산릉. 땅재까지는 제법 오르내려야 한다.

 

 

 

정상 내려서서 단풍숲길 걷는다

 

호젓하기 그지없는 등로

 

 

올망졸망 눈길끄는 베틀산릉.

좋은 계절에 베틀산과 냉산릉을 길게 함 이어보고 싶었었는데...

 

 

 

 

자주쓴풀

첨엔 대뜸 '어라, 자주쓴풀이네?' 했는데 

연이어 몇 포기 나타나니 이리 흔한 꽃이 아니라던데... 싶어 그만 자신이 없어진다.

사진으로 꽃만 보았던 터라, 형태나 크기, 줄기와 잎에 대해선 전혀 지식이 없었던 탓이다.

전체적인 형태가 용담을 연상시킨다 싶었는데 과연 용담과다.

어쨌거나 워낙 예뻐서, 발치에 닿는 크지 않는 꽃임에도 대뜸 눈에 띄었다.  

 

뒤돌아보다

 

조금씩 당겨본다

 

비봉 문암 독점산릉 너머로 멀리 보이는 산릉이 궁금하여 가늠해보니...

대간 저수령 부근에서 남으로 뻗어내리는, 예천과 문경의 경계 산릉쯤일 듯하다.

 

 하늘만 개여준다면, 땅재 가기 전 길 살짝 벗어나

팔공산 방향으로 시야 트이는 곳으로 나가보겠지만 오늘은 영 아니다.

역시 동쪽은 개이는 게 더디다. 

 

땅재 가며 건너보는 냉산

 

냉산릉에 햇살이 얼비쳐 내린다

 

땅재 너머 하늘 더딘 동쪽

 

땅재 내려서는 솔숲길에서

 

땅재 건너 냉산 오르며 뒤돌아보다

빈 비탈밭엔 키낮은 숙부쟁이들 여기저기 만발이다.

 

청화에서 보는 냉산릉도 그렇지만, 냉산 오르며 돌아보는 청화산릉 역시

능선의 묵직한 역동감이 좋은 편이다.

 

 

 

한동안 숨차게 치오르고 나면 한없이 부드러운 울창숲길 이어진다

계절 상관없이 특급 산책로일 듯.

 

솔과 활엽 적당히 어우러진 길

 

은은하게 물든 참나무숲에서.

얼마전 다녀온 지리산 계곡에 비하면, 오늘 코스는 단풍이 꽤 곱게 물드는 편이다.

 

한숨인지 노래인지,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길...

 

 

뒤따라가며 줄곧 똑딱인다

 

 

 

아침에 비 맞으며 집 나설땐 정말이지 한심했는데...

이쯤이면 대박이라 할만하다.

 

 

 

 

 

 

조망없는 냉산 정상에서 숨 돌리며 간식하고...

다시 단풍놀이 이어간다. 

 

 

 

하나 아쉬운 건, 한동안 남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이 없다는 점

 

 

조망이야 트이거나 말거나... 산길은 마냥 곱기만 하다.

 

 

북으로 트이는 조망바위에서

 

동북쪽으로 멀리 두드러지는 저 산, 어디일까?

 

 

 

 

 

 

 

 

 

 

 

 

 

민둥한 무명봉에서 보는 청화산릉

 

 

 

 

 

길 옆 시야 트이는 바위에서 건너보는 남쪽, 유학산에서 금오산까지

 

 

 

 

계절빛, 을 생각한다.

무한으로 열려있는 시간 이미지로서의 풍경

미어지는 것은 우리네 속절없는 가슴들이지만

 

무진무진 무너져내리는 빛의 세계

벼랑으로 허공으로 단단한 발 아래로 시시각각 스며드는

시간의 물결, 노랗게 물든 잎 하나

 

 

 

골똘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창,

별자리와 별자리를 잇는 시간여행의 통로같은 하나하나의 잎들,

벌렁 누워 흔들리는 잎 너머로 하늘을 보고 싶어진다.

  

해뜨지 않는 흐린 날의 오후는 늘 아침만 같다.

오늘처럼 뜬둥만둥 구름 사이 지나가시는 해는 하루의 낮시간을

사방팔방 균질로 번져들게 한다.

  

 

 

 

활공장에서 돌아본 냉산릉

왼쪽 멀리 보이는 건 가산릉인 듯.

 

 

 

 

 

 

해평 낙산리

 

 

 

 

 

 

 

 

 

 

 

 

사태지역에서 뒤돌아보다

 

 

 

 

청화산 자락 한가운데를 갉아먹은 저 공장은 분명 흉물이다.

게다가 종일 시끄럽다.

  

마지막 봉우리아래 조망바위에서

 

 

 

하산릉 가파르게 내려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