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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금남)호남정맥

호남 한재~백운산~탄치 140525

by 숲길로 2014. 5. 27.

 

 

코스 : 논실 종점(08:05) - 한재(08:37) - 신선대(09:27) - 백운산(09:40) - 매봉(10:44) - 천황재(11:34) - 갈미봉(12:14 점심) - 쫓비산(13:29) - 토끼재(14:15) - 불암산(15:04) - 탄치(15:30) 

 

 

1년여 이어온 호남길을 마지막 한구간 남겨놓고 정맥 최고봉 백운산을 오른다. 

하늘은 흐렸지만 바람불고 내내 시원했다.

 

구름에 든 백운산릉, 조망 없었으나 큰 아쉬움 없다. 안개 자욱한 신선대는 오히려 신비롭고, 원경 닫으니 지척 산길 풍경이 한결 살아난다. 

한재에서 매봉까지는 호남 큰산 백운의 위세 느껴지는 울창숲이다. 이 계절에 첨 만나는 산빛이 안개 속에서 더욱 그윽하다.

매봉 지나면 한동안 내림길, 800m 이상에서 500대까지 꾸준히 고도 낮추다가 천황재 전후부터 고만고만 오르내림 이어간다.

호남길 끝자락답게 왼쪽의 섬진강과 나란히 가지만 시야 트이는 곳 없다. 숲길 또한 별 특징없이 단조로운 야산릉이다. 그래서 은근히 힘들고 지루한 구간이기도 하다. 수년전 매화철에 백운에서 쫓비산 거쳐 매화마을 가는 길에 느꼈던 인상 그대로다. 

 

갈미봉 직전 안부에 한 무리의 산객들 보인다. 갈미봉과 쫓비산 거쳐 다압 섬진마을로 이어지는 산길은 이른 봄날 매화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이름답게 잠시 숨차게 치올리는 갈미봉, 섬진강 따라가는 19번 국도나 건너 능선에서 보면, 매봉에서 길게 잦아져내리던 산줄기가 꼬리치듯 홱 치올리는 봉우리가 갈미봉이다. 울창숲 속이지만 사방 조망 트인다면 참 멋질 곳이다. 백운에서 억불로 이어지는 능선과 매봉 전후 이어지는 호남길, 섬진강 푸른 물줄기 건너 칠성 구재 분지봉 능선을 아스라히 바라볼 수도 있는 곳. 아쉽다.

 

어떤 지형도는 538봉이 쫓비산인데, 위 지도와 실제는 536봉이 쫓비산이다. 지형도 보며 무심코 가다가 예전에 보았던 표지가 보이지 않아 잠시 헷깔린다. 

쫓비산 지나면 길은 완만하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좌우로 진달래 유난히 많이 보인다. 매화철 아닌 진달래철에도 참 좋겠다.

이름 재미난 느랭이골 휴양림 들머리 토끼재, 이름모를 노란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다들 걸음 느려진다. 단조로운 산빛의 초여름 능선길이 비현실적인 황홀로 빛나는 한순간...

 

토끼재에서 올려다보는 불암산, 실제 고도보다 훨 높고 우뚝해 보인다. 오름길 또한 만만치 않다. 사유지라며 막아놓은 고갯길 대신 도로따라 우회하여 기어오른 것까진 좋았으나, 여태 걸어온 능선과 달리 바람 전혀 들지 않는 숲길이다. 불암산정까지 땀께나 뽑는다.

허나 노고에 보답하듯 정상부는 일망무제 조망이다. 종일토록 바람 좋았기에 흐린 날씨가 밉지 않았는데, 여기서만은 살짝 아쉬움 든다. 

오름길과 달리 날아갈듯 세찬 바람에 거친 숨 고르며 사방 둘러보는 사이, 잘 참아주었던 비마저 부슬거리기 시작한다. 땀범벅으로 젖은 몸뚱아리, 일행 어느 분이 시원하게 풍욕이나 했으면 참 좋겠다신다. 동감이다. 

 

탄치 내려서는 길이 토끼재 내림길 못지않게 부드럽고 예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코스 내내, 흐린 날씨와 울창숲으로 멋진 조망은 없었지만 걷는 맛은 더없이 좋았던 편이다. 물론 날씨가 가장 큰 도움이었지만, 산길 또한 아주 가파른 곳 없었고 거칠거나 어수선한 곳도 없었다. 깊고 울창하거나 부드럽고 수월했던 편인데, 국립공원이나 유명산들에선 맛볼수 없는 호젓한 오솔숲길 운치가 특히 일품이었다.

20여km 종주산행 마무리하며 탄치 내려선다. 가는 비 맞으며 돌아보는 울창숲이 더욱 푸르러지고 있다.                 

                   

 

포장도로따라 한재 오른다.

백운산릉엔 구름 무겁게 걸려 있다. 당장 빗방울 떨어진다 해도 할말 없겠다.

  

무건 하늘 아랑곳없이 어디선가 진하게 풍겨오는 꽃내음...

길옆 곳곳엔 찔레꽃 만발이다.

 

구비 오르는 한재 고갯길, 좀 지루하고 덥다.

능선엔 바람 들어야 할 텐데...

흐리고 서늘한 날씨에다 오후엔 비맞을 거라 예상하며 물도 많이 준비하지 않았다.

 

드디어 한재

 

잠시 가파르게 치오른다. 다행 바람이 좋다.

 

 

 

 

 

하천리(염창)쪽 능선 갈림길 지나면 완만한 능선길.

구름 속 접어들어 시야는 없다. 허나 짙푸르게 우거져가는 초여름 울창숲길 걷는 맛이 더없이 좋다.

몇 차례 오른 백운산이지만 이 계절은 첨인 듯.     

 

 

 

조망바위 올라 북쪽 건너보지만 오리무중..

 

안개 사이로 굽어보이는 북쪽 금천리

 

부지런히 걷는다.

조망 없지만 쉼없이 불어오는 바람 있어 마냥 시원하다.

 

유명산이지만 대로마냥 뺀질한 산길이 아니다.

매화철에 주로 붐비는 산이니 지금은 나름 호젓한 맛이다.    

 

주릉엔 비 내리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으나 안개만 자욱하다.

어차피 누리지 못할 조망, 숲길 분위기 그윽하니 오히려 낫다. 

산빛과 분위기, 모두 새로운 백운산이다.  

 

 

 

산죽이 꽃을 피웠다. 대나무가 꽃을 피우면 죽을 때라 한다.

한창때 생식사업에 골몰해야 하는 것들과는 전혀 다른 생태, 독특하고 흥미롭다.

 

 

 

조망바위에 섰으나 역시 깜깜절벽..

 

또다른 조망바위에서 돌아본다.

일렁이는 안개 잠시 걷히며 지나온 능선 힐끗 드러나기도 한다.

 

신선대쪽 바위가 얼핏 보이기도 하고..

 

 

신선대 아래서

 

 

신선대에서

 

 

 

눈꽃피면 참 보기좋은 곳이다. 

 

구름 사이로 슬쩍 건너보이는 정상부

 

 

 

정상 가는 길에 돌아보는 신선대

 

 

 

 

 

북쪽 계곡

 

 

 

진행방향, 매봉은 안개 속이다.

 

다시금 돌아본 신선대

 

내려서서 뒤돌아본 정상부

 

 매봉릉 접어들며 본 병꽃 군락.

 

길옆 조망터에서 건너본 가야할 능선. 마침 매봉도 얼핏 모습 드러냈다.

 

매봉 가는 길, 조망 전혀 없는 구간이지만 기분좋은 울창숲길이다.

활옆숲 지나가는 바람은 쏴~쏴~ 소리를 내고, 길옆 사초 무리는 산발한 머리채 제멋대로 흔들며 아우성이다. 

 

   

 

 

일행과도 수십미터만 떨어지면 문득 호젓하기 그지없는 적막산길, 

늦은 오월 짙푸른 신록만이 가득한 초록의 세상...

가파르지 않은 산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마치 저 큰 나무들도 그러하리라 여기는 듯, 깊게깊게 심호흡하며 간다.  

 

 

 

 푸른 하늘 보이지 않으니 숲은 더 깊고 어둡다. 

 

 

 

 

 

뒤돌아본 백운산 정상부쪽

 

간헐적으로 나타나며 이어지는 사초 무리는 계절빛 뽐내며 싱그럽고..

 

 

 

 

 저만치 보이는 곳이 매봉일까?

 

 

 

고목은 죽어서도 위세 변함이 없다.

 

 자태와 수피 멋스런 나무들 몇 그루 더불어 서 있다. 

 

조망없는 공터 매봉에서.

 

매봉 지나면 한동안 꾸준한 내림길. 살짝 치켜드는 봉우리 더러 있지만 대개 우회한다.

허나 그닥 인상적인 숲길은 아니다. 그런저런 동네 뒷산길 느낌인데,

왼쪽으로는 섬진강, 오른쪽으로는 백운에서 억불로 이어지는 능선과 나란히 가면서도 조망 전혀 없으니 감질난다.

예전에 이미 확인한 바이지만, 이번에도 행여나 하며 좌우로 기웃거린다.

그렇게 한눈팔다 솔방울 밟아 엉덩방아 찧기도 하며...  

 

어느새 다다른 천황재에서

 

 

 

좌우로 묵은 옛길 흔적 뚜렷한 외회재

 

갈미봉 오름길, 모처럼 가파르게 치오른다.

 

 

 조망없는 갈미봉.

한철 붐비는 매화산행 코스라 한가운데라 뭇 발길에 반질해진 정상부엔 점심먹을 만한 곳 많다.

우리도 여기서 점심상 편다.

 

갈미봉 지나면 저런 바위들 더러 보인다. 웃고 있는 물개같은..

 

매봉에서 토끼재까지, 유일 조망처에서 돌아본 갈미봉.

백운산정은 구름 속이다.

 

섬진강 건너 구재 분지봉.

 

억불봉릉도 구름 속이다.

 

 

 

 

 

쫓비산 이후 한동안 진달래 능선이다.

워낙 완만하고 부드러운 산길이니, 꽃시절 잘 맞추면 나름 괜찮은 꽃놀이 산책코스 될듯.

 

토끼재 내려서며 건너보는 불암산과 국사봉(오른쪽)

 

느랭이골 휴양림 꽃밭에서

 

 

 

토끼재 건너 저 곳으로 마루금 이어지지만, 사유지라며 철책과 철문으로 굳게 막아놓았다.

 

그것도 모자라 철문 옆엔 인심 사나운 협박의 글까지 적혀 있다.

함부로 들어오면 도둑으로 간주한다나 어쩐다나...

통과 쉽지 않은 곳, 오늘 코스 중 최난구간이라 할만하다. 무어 대단한 게 있길래 저럴까, 싶어 좀 불쾌하기도 한데

담장높은 집을 도둑도 눈여겨 보는 법, 살벌하게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게다.

우리 또한 어쨌든 우회하여 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광양 다압과 진상 잇는 토끼재 건너 왼쪽으로 도로따라 내려가다가..

완강히 둘러친 울타리 끝나면 적당한 지점 골라 올라붙는다. 

가야할 길은 결국 가야 하니.. 

 

농장길 가며 건너보는 북쪽 섬진강변.

건너보이는 산릉은 분지봉에서 이어져오는 줄기인 듯. 

 

 저 건너쪽은 억불봉 남쪽 줄기일 듯하고.

 

남쪽 수어저수지

 

불암산 향해 오른다.

 

내내 불어오던 바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습도 높은 날씨, 모처럼 땀께나 뽑는다.

허나 가쁜 숨 토하며 올라선 불암산정은 바람 좋은 조망제일봉이다.

쾌청 시절에 꼭 다시 함 올라보았으면 싶은 곳.  

 

굽어보는 섬진강. 왼쪽으로 구재 분지가 아슴프레하다.

 

하동읍쪽.

 

진행방향, 탄치쪽.

산중턱 벗겨진 곳이 담구간 첫 봉우리일 듯.

 

담구간 국사봉쪽

 

 

 

탄치 내려서는 길, 내내 걷는 맛 좋던 오늘 코스는 막바지까지 예쁘다.

 

 

 

 비로소 부슬거리기 시작하는 비 맞으며 탄치 내려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