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석거리재(18:20) - 백이산(09:10) - 빈계재(09:36) - 고동재 - 고동산(11:27) - 장안치 - 큰굴목치(13:16) - 송광굴목치(13:49) - 천자암봉 - 천자암(14:22) - 송광사 주차장(15:55)
(지도제작 : 산에들다님)
백이산 고동산 그리고 조계 명산, 철쭉과 억새숲길 혹은 깊고 그윽한 활엽산길.
산빛 고운 철이라면 참 좋을 코스겠으나 이도저도 아닌 시절, 어쩌면 년중 가장 재미없는 때 아닐까 싶다.
포근하고 맑은 날씨임에도 시야 흐리다. 박무 자욱한 남도 산하.
내내 건너보며 가는 금전 제석마저 암릉 감추고 감질난다. 주암호와 모후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한 열흘보름은 더 기다려야겠지만, 진달래 꽃빛 눈에 밟힌 게 엊그제였으니
일각이 여삼추, 허송하기 싫은 삼월 꼬랑지가 아깝고도 애틋하다.
조만간 남쪽 섬산이라도 한바퀴 돌아야할 성 싶으다.
안개 일렁이는 석거리재 오른다.
금세 피어날듯 진달래 꽃망울들
백이산 건너보는 가파른 절개지 위에서
무얼 하려는 걸까? 혹 쓰레기 매립장쯤?
백이산 오르며 돌아보다. 왼쪽 멀리 존재산릉.
백이산(오른쪽) 가는 길
툭 트인 조망, 억새와 철쭉숲길
돌아보다
주암호쪽은 운해 깔렸다. 모후산은 보이지 않는다.
건너보는 고동과 조계. 맨 뒷줄 왼쪽봉우리가 천자암봉.
백이산정에서 돌아보다
고흥쪽. 멀리 두방 병풍산릉.
가야할 고동 조계산릉
당겨본 주암호방향. 왼쪽 흐릿한 게 모후산?
오봉과 제석산
금전 오봉.
시야 좋다면 낙안읍성이나 금둔사도 가늠되겠지만 오늘은 영 아니다.
내려서며 돌아본 백이산. 억새와 철쭉숲길이다.
뒤돌아본 백이산.
아래는 철쭉시절 백이산.
(출처 : 공명 조송훈님의 블로그)
빈계재 내려서며
이후 한동안 헐벗은 능선이다. 산불났던 걸까?
황폐한 모습이 한동안 눈길 끌기도 하지만 좀 지루하게 느껴진다.
뒤돌아본 백이와 존재
백이는 과연 그 이름답다. 은나라가 망하자 수양산으로 숨어 고사리 캐먹고 연명하셨다는 그 백이처럼 고고한 자태다.
고도에 비해 홀로 우뚝하니 오늘 코스 어디서나 선뜻 알아볼 만하다.
다시 금전. 오늘 내내 돌아보며 간다.
멀리 국기봉 망일봉 능선.
지난 구간 주릿재 조금 지난 지점에서 동소산 능선과 함께 분기하는데, 국기봉에서 동소와 망일 방향이 다시 나뉜다.
동소는 율어면 소재지로 잦아들고, 망일은 송광면 문덕면 경계 이루며 북향하다가 주암호에 끝자락 닿는다.
조림지
겹쳐지며 다가서는 금전 오봉 제석. 조만간 가 볼수 있을려나?
고동산
멀리 조계 이후의 정맥줄기인 듯.
저 황량한 봉우리는 우회한다. 굳이 오르지 않아도 시야 막힘 없으니..
다가가며 보는 고동산
뒤돌아보다
고동산 오르며 철쭉밭 너머로 건너보는 조계
또 금전 제석
금전 제석, 백이까지.
뒤돌아보다. 멀리 망일산릉.
백이와 존제쪽
금전산 왼쪽 뒤로 우산(564.2m)
고동산에서 보는 북동쪽. 조계 이후 정맥.
조계산쪽
흐릿한 모후산
통신시설물 있는 고동산권 지나면 비로소 호젓 산길 접어드나 싶었는데, 뜻밖에 능선따라 임도가 나 있다.
장비로 밀어버린 듯 너른 길, 조림지 작업로도 아닌데 이유를 선뜻 가늠치 못하겠다.
막연히 짐작키로는, 도중에 본 '남도삼백리' 잇는답시고 급조성한 길 아닐까 싶기도 하고.
기름진 산릉, 볼품없이 밀어놓은 너른 능선길 곳곳 얼레지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다.
다니는 이 많지 않은 길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얼레지는 땅속에서 7년을 보내고 비로소 땅위로 꽃대 올린다 한다.
그럼 지금 솟아나는 것들의 6배나 되는 얼레지 개체들이 저 땅 아래에 숨죽이고 있단 건데... 믿기 어려운 노릇이다.
뒤돌아보다. 살풍경이다.
저게 만약 예전의 산불 탓이라면 엄청난 규모의 화마였겠다.
깃대봉 전 장안치
깃대봉은 오르지 않고 굴목치 향해 우회
굴목치 다다르니 갑자기 왁자지껄, 알록달록 한 무리 산객들이 어디서 오느냐고 말 건넨다.
짧게 대꾸하고 후딱 내뺀다.
대부분 구간 살풍경 능선이었지만 내내 호젓하게 걷다가 문득 많은 사람들 만나니 왠지 거북하다.
큰굴목치 내려서며
보리밥집 지나며.
오래전 저기서 친구들이랑 밥 한그릇 먹어본 적 있는데 그 때랑 분위기 사뭇 달라졌다. 규모 자꾸 커져간다.
사진 오른쪽, 예전 텃밭이던 곳도 비닐하우스 식당으로 변했다.
저 많은 이들 먹이고 그릇 씻는 물이 모두 장안천 최상류로 든다.
조계산은 도립공원이다. 갠적인 생각이지만, 저 산중 식당은 그만 내보내거나 더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게 자연공원 관리에 바람직하다고 본다.
송광굴목치 이정목에도 식당팻말 붙여놓았다. 볼썽사납다.
당겨본 천자암봉
천자암봉에서 돌아보다.
아직 산빛 돌아오지 않았다. 담구간 올때쯤이면 연두가 얼마간 지펴 있을 듯.
가지끝 발그스레한 골산빛이라고 담아보았지만...
지나온 장안치쪽
고동산쪽
남쪽. 백이 존제 망일..
천자암에서
하산길에서
송광사 앞을 지나쳐간다. 미어지듯 피어있는 샛노란 산수유가 발길 유혹하지만 들리지는 않는다.
선암사나 송광사, 명성 자자한 대찰이지만 절집 구경 재미가 예전같지 않다. 붐비기도 하거니와 건물들 워낙 많이 증축되어 옛 분위기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독특하면서도 대범한 구도의 시원스러운 공간 구축이 돋보이던 절이 송광사였다. 자연과 조화하는 모습이 거침없고 당당했다. 허나 오랜 기간 공사판이었다. 새로 들어선 건물들 하나같이 최고목수들의 역작이라지만 한결 답답해졌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절집 중 하나로 꼽을만한 선암사 역시, 그윽하고 여유로운 공간감이 인상적인 절이었다. 허나 지붕과 지붕이 맞닿을 정도로 새 건물들 들어서면서
절마당에서 올려다보는 깊고 시원한 하늘 사라진지 오래다.
남들에겐 줄곧 비워라, 내려놓아라, 훈계하지만 정작 그들의 절집은 자꾸만 빈틈없이 채워진다. 마당이나 뒤란의 빈 공간과 선들은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사라진다.
갠적인 생각에, 텅빈듯 충만함이나 아늑한 적요로움이 산사山寺의 풍경이다.
건물이나 종교 구조물들 하나하나의 양식미나 세부적인 솜씨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공간 구성이 절집 아름다움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절마당을 쓸고가는 허허로운 바람 한자락만으로도 한없이 소슬해지거나 뿌듯해지던 느낌, 그런 것이 깊고 오랜 고찰의 풍경이요 아름다움이었다.
불사란 이름아래 무언가 끝없이 들이차서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져가는 절집들,
그 또한 이 나라 근대화를 이끈 불굴의 토건土建욕망 한 변종이거나
오로지 배우고 가르치고 훈계하고픈 국민적 학구열이 지펴놓은 수많은 교당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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