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오도치(08:25) - 방장산(09:40) - 주월산(10:28) - 무남이재(11:00) - 광대코봉 - 고흥지맥 분기(12:00) - 점심 - 모암재(존제산(13:18) - 주랫재(14:27) - 석거리재(16:00)
보성의 대표적인 산릉. 지난 구간보다 더 궁금하던 곳이지만 역시 하늘이 도와주질 않는다.
바람 사납고 흐린 날씨에 싸락눈발 날리기도 한다. 이른 봄날의 남도 산하가 서늘한 살풍경이다.
부드럽고 장중한 육산릉 오르내리며 이어간다. 방장과 주월은 조망 빼어나고, 초암산릉 만나는 광대코봉부터 존재산까지는 끝없이 계속되는 철쭉능선이다. 헌데 임도와 시설물들이 거슬린다. 접근성 좋은 육산릉이라고 난도질 심하다.
방장엔 통신시설, 주월엔 활공장, 이름만큼 드높은 존제에는 폐기지와 폐송신소. 한시절 꽃동산 초암 자락조차 지리멸렬 임도가 흉하다. 답답한 시야로 휘둘러보는 사방, 상처없이 오롯한 산줄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득량만 아득히 돌아보지만 겨울 서해처럼 흐리다.
철조망 밟고넘어 존제산 마루 공터에 선다. 무등에서 조계까지, 굽이치는 호남산하 한눈에 담고 한품에 안아보기엔 이 존제산쯤이 적당하리라 여겼다. 허나 환절의 대기로 투시하는 부감의 풍경, 흐리고 막막하다.
큰눈 한번 없이 호남의 겨울이 간다. 이례적이다.
주랫재에서 태백산맥 문학비를 만난다. 파란만장 한시절, 울분과 격정의 민족사를 대하大河로 풀어놓았던 입담좋은 이야기꾼은 징광산과 제석산을 언급한다. 허나 정작 시야에 드는 건 오르며 돌아보는 존제산의 뒷태가 고작이다.
잎을 보면서도 뿌리까지 흔드는 바람을 느껴보라고, 문학비는 주문한다. 지금 딛고선 산줄기에서 지나온 호남산맥과 그에 닿는 대간(태백)을 느껴볼 일이며, 그 산하를 통하여 이 몸놓인 현실까지 전해져오는 아득한 역사의 떨림을 느껴보라 한다.
간곡하고 옳은 말이다. 다만 쉽지 않은 노릇이다. 세상이 너무 빠르다.
대지는 봄비를 기다린다. 적시고 녹여 비로소 땅의 계절이 오지만
꽃소식은 풍문이나 빛과 같아서 발없이 날아든다. 어느새 거기 닿아 아지랭이처럼 떠 있다.
한줌 매향이 저 큰 산줄기를 흔들어놓는다.
이월 바람에 변덕든 걸까, 진종일 남으로 떠돌고 왔어도 또 남도산이 그립다.
방장산 가는 길에 건너보는 득량 오봉산릉.
앞줄은 작은 오봉, 뒷줄이 오봉이다.
길은 전반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큰 봉우리들 치오르고 나면 한동안 수월하게 간다.
방장산 직전 조망바위에서 굽어본 덕산제 저수지와 오봉산릉
흐린 득량만
뒤돌아보다.
방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 멀리 지난 구간 봉화산릉. 오른쪽 잘룩한 곳이 기러기재인 듯.
또 오봉산과 작은 오봉산으로(앞줄기) 이어지는 줄기가 서로 다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방장산에서 건너보는 주월산
오른쪽 멀리 고흥반도 들머리의 두방 병풍산릉.
2번국도나 고속도에서 눈길 끄는 곳이며, 조망산행 재미도 쏠쏠한 산릉이다.
방장산 통신소 옥상에서 보는 오봉산쪽
주월과 초암산릉, 너머 존제산
오리목 많이 보이는 숲길. 대기 차가워도 저들 숨결 가빠지는 봄기운 느껴진다.
주월산. 민둥한 곳이 억새밭과 활공장
주월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
슬슬 민둥해지려는 정상부
주월산에서 돌아본 방장, 이름값하는 모습이다.
주월舟越산정. 배넘이란 뜻인데 유래가 있을 듯?
조성면 일대. 시야 넘 흐리다.
고흥지맥. 고흥반도의 산들은 다 저 줄기와 닿아있다.
다시, 뒤돌아본 방장
봄맞는 오리목이 예뻐서리...
올라야할 광대코봉(초암산릉)과 너머 흐릿한 존제산.
산자락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는 임도가 흉하다. 일부 구간은 최근에 개설된 듯.
초암산릉
무남이재 지나 만나는 이 임도는 최근에 연장개설되었거나 포장된 듯.
가파르게 오르며 돌아보는 주월과 방장.
능선에 올라 돌아본 초암산향 줄기.
이제부터 전후 능선은 끝없이 이어지는 철쭉밭이다.
초암산은 아직 미답. 주월 방장과 원점 코스로 이어보려 맘먹었는데 막상 올라보니 맘 바뀐다.
존제산으로 이어야 꽃놀이 더 낫겠다. 그 경우 존제산 서릉으로 이어야 하는데 길상태가 궁금하다.
가야할 능선. 가장 높이 보이는 곳이 고흥지맥 분기봉. 왼쪽 존제는 안개속.
돌아본 주월산. 동사면에 골프장이다.
주월 방장
꽃철에 다시 오고 싶은 곳, 조망 좋고 철쭉도 좋은 능선이다.
돌아보는 광대코봉
방장이 흐릿..
뒤돌아보다
다시, 주월 방장
바람찬 철쭉 능선.
조망 좋으니, 햇살 덜 따가운 진달래철이나 철쭉 피기 직전 연두시절도 좋을 듯.
바다물빛 쨍한 억새철에도 좋겠고..
지맥 분기점 앞두고 뒤돌아보다.
지맥 분기점 지나 모암재 향해 내려서며
보성 율어와 벌교 잇는 모암재. 생태통로로 건넌다.
존제산 오르며 뒤돌아보는 초암산릉 너머 흐릿한 주월 방장
존제산은 정상부가 넓어 몇년전까지 방공포대 머무르던 곳이다.
오늘 코스 최고봉이자 보성 최고봉으로, 흉한 폐시설들에도 불구 존제尊帝산 이름 걸맞는 듬직한 위용이다.
지나치게 관광지화한 초암산보다 한결 호젓하고 산길다운 철쭉능선, 널찍한 정상부와 억새밭 등은 언제 와도 좋을 명산의 조건이다.
허나 유실/미제거 지뢰 경고를 만나고 몇 겹 철조망도 지나야 하는 정맥길은 험하고 불쾌하다.
어서 국방부가 폐시설물들 철거하고, 지자체는 주민들이 지역 최고봉 위상을 실감할 수 있도록 황폐화된 산을 복구했으면 싶다.
정상부(왼쪽)에서 kt중계소로 이어지는 존제산릉.
저 산릉 역시 군사시설 후유증으로 막혀 있다. 대신 우회임도가 잘 나 있다.
어서 철조망 제거되고 능선길이 복구되어야 할 것이다.
기지 철수 수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제거되지 않은 철조망.
대선개입 댓글질 따위엔 그리 부지런하던 국방부가 이런 일엔 돈도 인력도 쓰기 싫은 모양이다.
아님 존제산의 군사적 용도에 아직 미련이 남은 건가?
개구녕같이 찢어진 철조망 비집고 들어와 뒤돌아보다.
잘 나 있는 길 따라가다가 왼쪽 능선으로 올라본다. 길 아니지만 철조망 안쪽 영내야 지뢰 없을 테니..
헬기장 공터에서 서릉 건너보다. 초암산과 저 능선을 잇는 원점회귀 코스 그려본다.
일단 그 방향으로도 큰길 나 있다. 그러나 역시 철조망과 미제거 지뢰 등이 문제일 것이다.
헬가장에서 지나온 방향 뒤돌아보다. 맨 멀리 방장산.
헬기장에서 잠시 가니 깡통 미사일 놓여 있다.
산이 복구되고 개방된다 해도, 한때 여기가 방공포대였음을 알리는 유물로서 의미있는 것들이다.
두드려보니 깡통소리, 텅~텅~
탄두 빼버린 실물일까? 혹은 교육용으로 쓰던 모형일까?
여기 또 하나 더.
뒷쪽 건물이 군부대 있던 곳이자 존제산 정상부.
철조망 옆으로 지나가니 작은 개가 달려와 짖는다. 카메라 들이대니 벼락같이 도망간다.
철조망 넘어 들어왔으나 나갈 땐 잠긴 문틈 비집고 나간다.
한동안 임도 따른다.
임도가며 올려다본다.
좀 전까지 성긴 싸락눈발 휘날리기도 했는데 용케 파란 하늘 한점 보인다.
휴업 중인듯 문잠긴 kt송신소 정문에서 돌아본 존제산릉.
에둘러온 능선과 정상부(오른쪽).
중계소 지나며
임도 걷다가 낙엽능선 걸으니 좋다.
물론 조만간 또다시 임도 만나 주랫재까지 가게 되지만..
주랫재에서
주랫재에서 굽어본 율어 유신리쪽.
지도상엔, 저수지(유신제) 옆에 영화 [장화홍련]촬영지라 되어 있다. 아마 김지운 감독의 그 영화인 듯.
주랫재 지나 산릉 오르며
돌아본 존제산릉 중계소봉
동소산향 삼거리.
이제 오롯한 보성땅을 벗어나 보성과 순천(외서면) 경계 능선 접어든다.
외서란 지명이 낯익은데, [태백산맥]의 외서댁 친정인 셈이다.
워낙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라 별로 남아있는 게 없지만, 미모 유난했다는 외서댁 이름은
뚜렷이 기억에 잠겨있다. 그 캐릭터 입체화하는 작가의 입심이 워낙 좋았던 덕분일까.
건너보다
..
길옆 억새밭
담구간 백이산이 눈길을 끈다. 뒤로 멀리 흐릿한 게 고동쯤일까?
뒤돌아보다
석거리재 향해 가며
석거리재
'산과 여행 > (금남)호남정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남정맥 조계산~닭봉~노고치 140414 (0) | 2014.04.16 |
---|---|
호남정맥 석거리재~고동산~큰굴목치 140323 (0) | 2014.03.24 |
호남정맥 삼수마을~봉화산~대룡산~겸백고개 140223 (0) | 2014.02.25 |
호남정맥 갑낭재~제암 일림산~삼수마을 010209 (0) | 2014.02.12 |
호남정맥 장고목재~가지산~갑낭재 140126 (0) | 2014.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