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삼수마을(08:25) - 활성산(08:55) - 봇재(09:30) - 411.4봉 - 봉화산(11:00) - 반섬산(12:00 점심) - 기러기재(12:40) - 대룡산(13:30) - 겸백고개(오도치 15:00)
기대 많았던 구간인데 썩 아쉬운 산행이다.
평소 자주 접하기 힘든 보성쪽 산줄기, 지역 특산 차밭 능선을 따라가며 올망졸망 야산릉 너머 득량만 물빛까지 넘보는 코스지만 날씨가 받쳐주질 않는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은 조망 최악이고, 가뭄 이어지는 이월 산길엔 먼지만 폭폭하다.
삼수마을 길가, 겨울 끝자락 흔들며 서리 머금고 피어난 개불알풀꽃과 광대나물꽃. 눈 함 맞춘 후 활성산 향해 오른다.
활성산은 조망없는 정상보다 산성 향하는 능선이 더 궁금한 곳이다. 편백숲길 따라가는 그 길 자락따라 너른 차밭이 펼쳐져 있다. 기회 된다면, 활성산 북능선과 봉화산까지 정맥길을 원점으로 이으면 멋진 조망산행을 겸한 남도 차밭 순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봇재 주변, 박무 속 저어기 다향각 건너보이지만 참 많이 산만해졌다. 고갯마루에 뜬금없이 배 한척 띄우는 공사도 진행중이다.
짧은 이월의 하순, 벌써 포근하게 풀리는 날씨다. 큰 오르내림없이 이어지는 낮은 산줄기 휘적휘적 걷는다. 고개 지나고 시설물 있는 411봉도 지나고... 또다시 차밭길 따라 오른 최고봉 봉화산(475m).
사방 조망 기막힐 곳이지만 오늘은 아니다. 득량 오봉산쪽 새둥지처럼 예쁜 산봉들과 부시지 않는 물빛... 아쉬운 숨결 한점 토해놓고 돌아선다.
또다시 고개 넘고 고만고만 봉우리 417, 또 417 넘고... 한섬도 못채운 반섬산 지나 대룡산 바라보며 점심 식사.
4차선 2번 국도 기러기재 건너면 비로소 제법 가파르다. 잠시 땀 좀 뽑아본다.
숨 고르며 올라서면 임도 이어진다. 철지난 억새에 떨어지는 한낮 햇살이 따갑다. 잠깐 다녀오는 대룡산정에서 멀거니 건너본다. 섬진 큰 지류 보성강 발원을 가운데 두고 장흥을 에둘러온 디귿자 정맥길이 빤히 건너보일 곳. 호수같은 보성강 건너 저 둥두렷한 산마루가 계당산 봉화산일까... 워낙 흐린 하늘이라 눈짐작일 뿐 확신은 없다.
대룡산 이후 능선, 벼랑친 남사면 인상적인 곳도 있으나, 전후 능선 가늠해볼 조망처 단 한군데도 없다.
하산지점 오도치는 철쭉 명소 초암산 길목이다. 겹벛꽃으로 유명하다는 보성강수력발전소길도 머잖은 곳이다.
반섬과 대룡에서 흐릿하게 건너보이던 초암산은 아직 미답. 방장 주월까지 묶어 갠적으로 함 다녀오려 미루고 미루었는데,
올해쯤은 함 다녀와야지 않을려나...
삼수마을 등지고 빤히 건너보이는 활성산 향해 가다.
서리 머금은 채 입 오므린 개불알풀꽃들
진분홍 광대나물꽃도 수북하다
한동안 임도길
조망없는 활성산정.
좀 징그런 느낌드는 나무토막 쌍무덤 뒤로 호젓한 편백숲길 열려 있다.
산빛과 조망좋은 언젠가 함 걸어보고 싶은 길, 정맥보다 더 구미 당기는 곳이다.
차밭 옆길따라 봇재 향해 내려서다
봇재 내려서며 건너보는 구비구비 산자락도로.
맨 오른쪽이 다향각이겠다. 십수년이나 이십년쯤 되었을려나, 차밭 굽어보는 팔각정 하나만 오솔하니 서 있던 시절 있었는데,
지금은 건물들 총총 들어서고 일대 많이 어수선해졌다.
갠적인 생각엔, 자연과 인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차밭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워 다른 시설물들이 없는게 낫다.
허나 그 차밭을 보러오는 사람들을 위한 수용시설과 편의시설들은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다원의 허스키. 짖지도 않고 줄곧 노려보기만 하던..
옆에 다른 건물 있지만 다향각 팔각정도 아직 서 있는 듯..
뒤돌아보다.
활성산에서 산성으로 이어지는 능선 자락이 전부 차밭이다.
큰 기복없이 이어지는 정맥 마루금
정맥 411.4봉에서 분기하여 동쪽 득량면 일대를 누비는 오봉산릉.
맨 뒷쪽 높은 봉우리가 오봉산정일 듯.
화죽제 저수지와 득량만
능선엔 오리나무 많이 보인다. 아직 물 오르지 않았는지 특유의 방향 느껴지지 않는다.
시설있는 411.1봉 오르며 돌아보다
봉화산 봉수대
봉화산에서 돌아보는 활성산쪽
보성읍쪽
지나온 능선. 철탑 선 곳이 411.4봉
득량만쪽
팔각정에서 굽어본 오봉산릉. 맨 왼쪽이 작은 오봉산, 가운데 멀리 오봉산.
더 오른쪽
가야할 산릉.
바로 앞 두 개의 417봉, 왼쪽 멀리 흐릿한 대룡산.
맨 뒷줄 오른쪽 능선은 정맥이고, 그 앞은 반섬산에서 작은 오봉산으로 이어지는 줄기.
봉화산 내려서는 대숲길. 너무 넓어 운치가 좀 덜하다.
반섬산에서 뻗어나와 작은 오봉산까지 이어지는 줄기가 한눈에 든다.
왼쪽 멀리 흐릿한 건 담구간 방장산.
크고 잘생긴 오리나무들 많다.
반섬산 내려선 쉼터에서 건너보는 대룡산
2번 국도 기러기 휴게소.
국도상의 새 휴게소와 고속도로 생기면서 한결 한적해졌겠으나 예전에 자주 들리던 곳이다.
기러기재 내려서는 편백숲길
아직 2월임에도 한낮 기온 만만찮게 오르니, 상록수림의 푸르고 서늘한 그늘이 좋다.
곧고 울창하게 자라는 편백수림이 빚어내는 공간감은 깊고 투명하다.
하지만 일사불란하게 관리되는 조림지의 인상이 거북할 때도 있다. 병영처럼 한치 어긋남 없이 열지어선 나무들...
그건 솔숲과는 또다르다. 대부분 곧게 자라지 않은 솔은 한그루한그루 개성 강한 수형을 드러낸다. 삼나무(편백)은 곧고 곧다. 무리지어 심으면 획일적이고 몰개성해 보인다. 너무 반듯하게 줄지어선 삼나무들은 독립된 생명체인 나무가 아니라 산림자원 생산하는 공장의 상품들같다.
숲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풀과 나무들이다. 숲은 좀 숲답게 우거져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아닌 하늘을 섬기며 땅을 뒤덮는 숲, 인간 세상과 전혀 다른 질서와 비밀을 품고 번성하는 숲. 우리 눈엔 때로 혼돈 그 자체거나 까닭없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곤하는 또다른 세상이 바로 숲이다. 그래서 깊은 숲은 여전히 원초적 신화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아무런 두려움이나 막막함도 없이, 쾌적하고 이로운 공기와 편안함만을 준다는 힐링의 숲, 왠지 낯간지러운 데가 있다.
대체 힐링이 무엇일까? 그저 쾌적하고 나긋한 심신의 위로일까?
보다 근원적인 힐링은 우리 심신이 쩔어든 이 문명 자체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야 할 것이다.
사계의 숲은 순환하는 우주다. 매 계절 끝모를 미지의 영역을 펼쳐 놓는다. 시시각각 숲은 소통불능 낯선 타자의 얼굴이다.
날카로운 언어와 빛나는 지성이 깊고 어둔 숲에서는 침묵한다. 다양하고 완고한 인간적 욕망들이 숲이라는 또다른 세계를 마주하며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며, 위험하고도 근원적인 어떤 변화의 계기가 꿈틀거린다. 전혀 새롭고 낯선 욕망이 눈뜨거나, 내면 깊은 어딘가로부터 시종을 알수없는 무한 우주의 일각이 열리기도 한다. 우리 심신이 잠시나마 그 우주의 일부로 녹아들 수 있을 때, 문명으로부터 상처입은 영혼도 일말의 치유를 얻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것이 소위 힐링일 것이다.
기러기재 지나와 돌아보다.
광양 목포 고속도로 개통된 때문인지 2번 국도가 참 조용해졌다.
숲 사이 건너보는 담구간 방장산
철지난 억새 일렁이는 임도에서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높이 보이는 건 417봉(배각산)인 듯.
보성읍쪽
또 오리목. 대지 더워지고 봄물 오르기만을 꿈꾸고 있을...
작은 오봉산쪽
대룡산 오르며 뒤돌아보다
대룡산정에서 보는 미력면쪽
오른쪽 멀리 가장 보이는 산이 계당산일까?
대룡산은 보성을 감싸고 도는 호남정맥 남북 줄기가 가장 근접하는 지점이다. 맑은 날이면 두봉산도 머잖이 보일 것이다.
오른쪽 높은 봉은 석호산. 계당산 남쪽에서 517.9봉과 미력재 거쳐 이어지는 줄기다.
대룡산 다녀오는 길에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가장 높은 게 봉화산일 듯.
초암산(가운데)과 방장산(오른쪽)
왼쪽 석호산과 초암산. 가운데 보성강 저수지
운치있는 대숲도 잠시 지나고..
산소에서 방장산 건너보다.
이후 오도치까지 조망트이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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