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화순 이양면 초방리 대덕마을(08:45) - 큰덕골재(09:07) - 군치산(09:51) - 숫개봉(10:58) - 봉미산(12:21 점심) - 곰치(12:47) - 백토재(13:49) - 국사봉(14:03) - 깃대봉 - 땅끝기맥 분기점(14:38) - 삼계봉(15:02) - 장고목재(15:27) - 장흥 장평면 병동리 월곡마을(15:50)
늘 좋을 수는 없으니 이런 날도 있는갑다.
진종일 조망없이 뿌연날씨, 한강기맥 닮아가는 호남정맥길이다.
서西로 향하던 정맥이 땅끝기맥 분기하며 남南으로 몸을 트는 중요한 포인트 구간,
하늘 맑았다면 두어군데 조망 트이는 곳에서나 성긴 겨울숲 너머로 사방 산릉들 살피기 바빴을 텐데... 못내 아쉽다.
끝없는 기복으로 이어지는 능선 또한 하늘만큼 폭폭하다. 최고도 봉미산 500m 남짓에 불과하지만
첫봉우리 군치산群峙山이나 뗏재란 지명이 가리키듯, 돌고도는 톱니처럼 육박해오는 연봉들 오르내리기란 이 계절에조차 그리 수월치 않다.
허나 봉우리와 고개 밀집한 그 지형과, 도회 하나 보이지 않는 산첩첩 주변 경관 때문에
고도에 비해 깊은 맛 느낄수 있고, 등고선 지도 들여다보며 눈 뱅뱅 돌아가는 즐거움마저 쏠쏠하다.
이제 호남길 최남단 제암 사자산릉 향해 가는 길,
모쪼록 내내 쨍한 하늘 바라고 또 바랄 따름이다.
대덕마을 등지고 큰덕골재 오르며.
큰덕골재는 장흥 장평과 이양 잇는 고개다.
뒤돌아본다.
지난번엔 잡힐 듯 선명하던 월산릉이 저멀리 아득하다.
월산릉
눈 다 녹은 고개 앞두고
정맥길 접어들어
벌목지에서 대덕마을쪽 돌아보다
벌목지 지나와 돌아보다
조망없는 군치산.
군치산이나 뗏재나 같은 뜻이다. 봉우리와 고개가 얼마나 많았으면 저 이름일까...
군치산 내려서며 산소에서
439봉 오르며 조망바위에서 보는 진행방향. 서쪽
북쪽, 옥녀봉 능선
뒤돌아본 군치산릉
지나온 능선
독가 있는 초지에서
역시 조망없는 숫개봉에서.
이름 참 별나다. 암캐는 어디 갔냐며 다들 한마디씩.
오늘 코스 모든 봉우리가 조망이 없다. 숲은 우거지고 하늘은 막히고...
그래서일까? 오지산릉 걷는 듯 나름 깊은 맛은 있다.
이런 곳도 있네..
최고봉 봉미산.
바람 잠잠한 공터에서 점심.
이어지는 산길은 대충 이런 분위기
봉미산 내려서 곰재 가며 보는 진행방향.
왼쪽 저 봉우리가 곰재 건너 올라야할 봉우리.
숲 사이로 멀리 보이는 가지산릉. 세 암봉이 유독 눈길을 끈다.
곰재 내려서며
839번 지방도 지나는 고개 곰재에서.
찍을 게 워낙 없으니, 평소답지 않게 이런 짓도 해 보고.
곰재 이정표.
곰재에서 등로는 정맥을 벗어나 골로 접어든다.
골짜기 오른쪽 능선(지도참고)이 정맥인데, 발길들은 왼쪽으로 많이 가는 듯하다.
가급적 정맥 고수하려고 최근에 개설된 오른쪽 임도따라 오른다.
벌목지 능선 감돌아 오를 듯하던 길이 금방 끝나버린다. 황당하다.
그런데 대체 멀쩡한 산을 파헤쳐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임도를 왜 내었을까...
벌목 편의를 위한 걸까, 슬로시티길로 개설하려다가 만 임도일까.
작년 여름, 장흥은 슬로시티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더이상 슬로시티가 아니다.
무슨 길입네~ 하며 지자체마다 추진하는 관광사업의 허실이 대개 저러할지 모른다.
저 엉터리 안내판은 고쳐 적거나 철거하면 그만이지만
여기저기 흉물스레 파헤쳐진 임도는 어쩔 것인가?
벌겋게 드러난 속살, 그냥 방치해 버리면 그만인가?
뒤돌아보는 봉미산
가야할 방향
능선따라 뜬금없이 파헤쳐진 임도. 물론 이건 극히 일부고 산릉 여기저기 막삽질이다.
줄곧 보며 가자니 한심하고 괘씸하기 그지없다.
원래 있던 옛길을 잘 활용하든가 능선길 조금 정비하든가 해야지, 멀쩡한 산 난도질하여 길을 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거 같다.
무슨 대단한 경관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공해 자연과 더불어 느린 시간으로 살아가는 촌락을 테마삼은 것이 슬로시티일 터인데...
뒤돌아본 우산리 청룡리쪽
다시, 봉미산릉.
어디서 보아야 봉황 꼬리가 보이는 걸까?
까막눈이라서인지, 풍수적 관점을 잘 드러내주는 등고선 지형도를 들여다보아도 봉황은 보이질 않는다.
백토재 가며 본 바위조각 빛깔.
저 빛깔과 관련 있는 고개 이름일까?
살필바 없는 오늘 산길, 하릴없는 의문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장흥 장평면과 화순 청풍면 잇는 백토재에서
정상석 함 거창하다.
가지산까지 거리도 틀렸다.
여하튼, 이 역시 슬로시티길 조성의 일환으로 설치된 듯하다.
느림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슬로시티길이
내질러 달리는 종주산꾼의 주무대가 되었음은 분명 실소거리지만,
고만고만한 봉봉 오르내리며 이어지는 일대의 울창 산릉들은
소박하고도 허세없는 자연스러움으로 나름 슬로시티의 본령에 부합될 만하다.
그래서 저런 생경한 정상석이나 요란한 이정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장흥의 슬로시티 재지정 탈락은 어쩌면 당연지사.
허나 안타까운 일이다. 장흥은 풍광 유난히 아름다운 고장으로
심미안 남달랐던 소설가 이청준을 배출한 곳 아닌가.
오래 다져진 향토의 품격에 걸맞게, 관련 공무원들의 안목도 좀 높아졌으면 싶다.
국사봉 지나면 산죽길.
운곡마을 하산길에서. 이 고개 역시 바람재라 불리는 듯.
능선에서 건너본 가지산릉과 병동마을쪽
땅끝기맥 분기점(노적봉) 이정표.
서해의 영산강 수계와 남해의 탐진강 수계를 나누는 분수령 땅끝기맥,
월출 서기 두륜 주작 달마.. 등 남도 명산릉 두루 꿰고 있기에 가장 밟아보고 싶은 산줄기 중 하나다.
또 조만간 함께 묶어서 함 둘러보려는 화학 개천 천태산, 각수바위도 다 저 능선에 걸린다.
무슨 지도 근거인지 모르나, 잘못된 곳에 앉은 표지석.
슬로시티 추진이 얼마나 졸속인지 입증하는 또 한 사례일 듯.
실제 삼계봉.
이름 유래 궁금하다. 별다른 경계 아니니 그쪽은 아닌 듯하고
주된 봉우리가 셋이라서 그 이름일까?
삼계봉 내려서며 건너보는 가지산릉.
진종일 꼭꼭 닫힌 시야, 내내 풍광 단조롭던 능선이었지만
저런 그림은 오늘같은 날씨라서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복불복.
몇 점 눈발마저 휘날리는 안개 속으로 원근 산릉들 명멸하고, 습기 머금은 겨울나무 줄기들은 빛깔 더욱 짙고 어두워진다.
연거푸 몇 장 담아본다. 꿀꿀하던 기분 좀 풀린다.
멀리 혹, 수인산일까? 방향이나 주봉 생김은 딱 그러한데...
당겨본다.
하산할 월곡마을쪽
장고목이재.
눈조각 몇 점 날리던 하늘, 해와 구름이 서로 희롱하며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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