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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기맥, 지맥

한강기맥 8구간 신당고개~소리산~비솔고개 131221

by 숲길로 2013. 12. 24.

 

 

코스 : 신당고개(07:50) - 통골고개(09:45) - 밭배고개(10:27) - 284번 송전탑(10:55 점심) - 송이재봉(12:23) - 소리산(13:15) - 비솔고개(13:40)

 

한강기맥 들어선 이래 가장 여유로우면서도 재미없는 구간이다.

삼사백대 고도 넘나드는 능선엔 길게 이어지는 임도따라 거대한 송전철탑 수없이 박혀 있고,   

하늘엔 중국발 미세먼지 품은 연무 가득하다. 숨막히는 광경이다.

저것이야말로 진정 살풍경殺風景, 혹은 풍경의 밤이 아닐까 되뇌어보지만,

한겨울 반도의 허리를 점령한 저 막막한 정경 또한 어쩔수 없는 내 산길의 시간임을 절감한다.

곰곰 생각해 본다. 풍경이란 미명으로 오는 모든 세상들의 허실에 대해...

 

 

두텁지 않은 눈길 밟아 신당고개 오른다.

 

산림청의 이정표 있다. 오늘 걸을 구간 거리가 확인된다.

 

 

 

가야할 방향으론 장대한 철탑과 끝없이 이어질듯한 송전선들이 위압적이다.

 

돌아본다. 지독한 연무 사이로 해는 솟아오른다.

 

다른 지점에서 당겨본 모습

 

거대한 철탑들, 저것들 또한 오늘 내 산길 풍경의 불가결한 일부다.

 

오늘 코스 전반부는 능선보다 임도 구간을 더 많이 걷는 거 같다.

 

 

 

지금은 이미지의 시대,

그 이미지의 출현을 가능케하는 전기는 현세계의 진정한 원형질이자

한순간도 없이 지낼수 없는, 우리 일용하는 양식이다.

야산릉 가차없이 찢으며 광속으로 달려가는 저 빛의 길... 현대사회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문명의 민낯, 

철탑들은 안개 속에서 더 우쭐해진다. 

 

임도는 내내 이어지고...

 

돌아보다. 지척천리..

 

 

다시 능선으로 오를 모양이다.

앞으로도 몇번 더 만나는 저 계단들, 전부다 필요해 보이진 않는다.

저런 과잉친절보단, 비록 야산릉이지만 임도 깍아 훼손이나 좀 덜했으면 싶다.

  

 

엷게 상고대 핀 길

 

 

 

 

 

 

 

 

 

 

 

 

 

 

 

 

 

 

 

 

 

 

 

 

 

 

용문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일봉 정도라도 보이면 좋을텐데..

하지만 여태 겨울 강원이나 경기 내륙 산행에서 좋은 조망 만났던 기억이 없다.

이 동네가 원래 이런갑다.  

 

오른쪽 숲사이로 보이는 힐드로사이 C.C.

 

 

 

 

 

 

 

통골고개.

 

고개 직전 우회해온 봉우리에서 비로소 강원도를 등진다.

홍천 남면 벗어나 이제부터 온전히 경기 양평땅(단월면)이다.

또한 저 봉우리는 매봉산 능선 분기지점이기도 하다.  

 

 

 

 

 

 

 

 

 

산릉 저쪽 사면은 벌목지인데 철조망 쳐져 있다.

조망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궁금하여 철조망 넘어 들어가 본다.

 

통골쪽 굽어보다

 

진행방향

 

내려서며 다시 함 건너보다

 

 

 

 

 

밭배고개 굽어보다

 

산공부 시키는 것도 좋지만 고개 유래라도 함께 적어놓으면 더 좋을 텐데..

 

 

 

밭배고개

 

또다시 만난 벌목지.

저런 벌목지들, 흉하다면 흉하지만 탁 트이는 조망을 주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전혀...  

 

 

 

 먼산릉 볼맛 없으니 코스 길지 않아도 지루한 느낌이다.

 

이번엔 남사면이 벌목지다.

가장 왼쪽이 송이재봉.

 

송이재봉 왼쪽으로 흐릿하게 소리산도 보인다

 

       점심 먹은 지점에서 담아본 송전탑 표지.

 

동행에게 들은 바로는, 이 신태백-신가평 선로는 울진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것이라 한다.

경북 강원 경기 3도에 걸치는 장거리 송전이니, 밀양과 청도에서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 불러일으킨 바로 그 765kv 초고압선로다.

밀양의 처절한 상황에서 느끼듯, 송전철탑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도시와 농촌의 갈등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이 역시 민주주의 문제이며, 차별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젠 발전소도 지역별로 좀 안배해서 지으면 어떨까 싶다.

가령,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이 쓸 전기는 경기지역 서해안에 원전을 짓든지 해서 가까이서 조달하라는 것.

꼭 필요하지만 내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시설들을 돈주고 남의 동네에 두자는 태도, 무책임하고 비문명적이다. 

앞서 지적했듯, 원전과 초고압송전선로는 현대 문명의 불가피하고 섬뜩한 민낯들이다. 결코 아름답지도 몸에 이롭지도 않지만 결코 외면할 수 도없는 풍경들이다. 그것을 가까이서 보고 느껴야만, 우리 자신이 몸담은 문명의 실체에 대한 냉정한 성찰도 한결 쉬울 것이다.  

 

멀리 가물거리는 저 산릉이 매봉산인 듯

 

북쪽, 매봉산쪽 능선

 

다시, 맨 왼쪽 송이재봉

 

 

 

밭배고개 이후부터는 좀 산행하는 느낌이다.

사실 그 전까진 무슨 둘레길 걸어온 듯..

 

 

 

 

 

 

 

계단 오르며 뒤돌아보다

 

뒤돌아본 621봉

 

오늘 최고봉 송이재봉(669m). 역시 조망은 없다.

 

가야할 소리산

 

송이재봉 내려선 벌목지에서 건너본 도일봉 

 

가야할 소리산

 

 

 

 

 

뒤돌아본 송이재봉

 

다시, 소리산

 

소리산 북능선과 송이재봉 북능선 사이 골짜기 아래, 하계터골

 

소리산 북능선

저 능선을 북서쪽으로 이어나가면 일반산행지로 많이 알려진 석산리 소리산(479.2m)이다.

 

 

 

 

송이재봉 북능선

 

 

 

소리산정의 옛망루.

모로부터 자유로워진 산불초소가

편안히 아름답게 녹슬어가고 있다.

  

 

 

비솔고개 내려서며 건너보는 도일봉 자락.

그리고 오늘은 첨부터 끝까지 철탑과 함께다. 징글징글한 것들...

 

역광 무릅쓰고 도일봉 올려다보다.

밤길 걷는 듯 지독한 연무, 조망없으니 깊은맛 느끼기도 힘들었던 능선...

지루했던 산행이 비로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