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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국민은 여왕을 선출했다

by 숲길로 2013. 11. 23.

 

[토요판] 이진순의 열림 / 심리학자 황상민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내가 그를 옹호한 이유는 단순했다. 휴대폰 대화방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황상민 교수 어때?” 묻자 줄줄이 올라온 답변들은 대개 부정적이었다. “깊이가 없어 보이고” “센세이셔널리즘에 기대는 것 같고” “대학교수답지 않다”는 반응들이었다. “설마, 그 양반 인터뷰하려고?” 놀라서 묻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다. 사실 나는 그의 대학교수답지 않은 모습에 끌렸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교수나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 특유의 어법이 있다. 배배 꼬아 말하거나 두루뭉술 회피하거나.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함에도 불구하고….”

 

 이걸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용하다. 말끝마다 무슨 어미는 그렇게 복잡하며, 무슨 사설은 그리 장황한지. 난해하게 꼬인 말들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고 신중한 전문가 어법인 양 통용되지만, 정작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책 없는 양비론이거나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불과한 경우도 허다하다. 좀 점잖은 축은 차라리 입을 다문다.

 

 “나 하고 싶은 얘기는 책에 다 썼으니…” 그러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고 한탄한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라는데, 그 어떤 고상한 이상이라도 대중의 귀에 가 닿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스타일 좀 구기더라도 대중 앞에 자기 할 말 내뱉는 사람의 가치를 너무 폄하하면 안 된다…. 그에 대한 내 변론(?)의 요지는 그랬다.

 

 

 

“생식기만 여자” 발언의 진의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구설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후보에 대해 “생식기만 여성”이란 발언을 했다고 곤욕을 치렀고, 온 국민이 사랑하는 김연아에 대해 “교생 한번 간다고 자격증 주냐?”고 말했다가 집중포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학교수가 대선 후보나 국민요정까지 건드리면서 사회적 발언을 하는 이유는 무얼까, 자기과시욕에 불타는 사람이거나 정치적 야심이 있는 사람은 아닐까. 의구심과 호기심을 안고, 그가 참여해 설립한 연구소, 위즈덤센터로 그를 만나러 갔다.

 

 

- 강의와 저술활동 외에 하시는 일이 너무 많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아주 단순하다. 학교 나갈 때는 연구실에 있거나 대학원생들 괴롭히고(웃음) 저녁에 강의 있으면 강의 가고, 틈틈이 여기 나와 연구하고 글 쓰고….”

 

- 하도 여러 매체에 등장하셔서 연예인 매니저처럼 일정 관리하고 수행하는 비서가 있을 줄 알았다.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 별로 안 만나고 아주 단순하게 생활한다.”

 

- 절제가 생활화되신 건가?

 

 “절제는 무슨… 나랑 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 가끔 재밌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얼마 전까지 그는 다수의 종편 방송과 라디오에 고정출연하고 단독으로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으며, 딴지라디오에서 “황상민의 대국민상담소”라는 타이틀로 팟캐스팅을 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엄청난 양의 논문과 책을 써냈는데 2011년에 나온 단행본만 3권, 2012년 한 해 동안 4권을 출간했다. 현재, 방송은 대부분 정리하고 종편채널 한 군데만 나가고 있다고 했다.

 

-방송에서 한 발언 때문에 논란이 된 경우가 많은데… 박근혜 후보에 대한 “생식기” 발언으로 퇴진운동까지 벌어진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황당한 일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젠더, 성(性)의 문제는 생식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데, “생식기만 여자다”로 언론이 호도하고, 거기 국민이 속아 넘어가는 상황을 보면서, 아, ‘앞으로 우리가 겪을 일은 속는 일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한 달 반 뒤 대선에서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고.”

 

-언제부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나?

 

 “아니, 나 상당히 여당 체질이다. 민주당 별로 안 좋아하고….”

 

-그럼 대선 때 박근혜 찍었나?

 

 “나, 투표 안 했다. 투표율 높아지면 야당이 이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한테 ‘웃기는 얘기 말라’고 하고 싶었다. 뭔가 잘못돼 가고 있는데, 이건 투표율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문재인씨가 당선돼도 그 여파가 끔찍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거 한 달 전 세 후보를 분석한 책을 냈는데 다행히(!) 출판사가 망하는 바람에 그 책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출간한 그의 책 <정치심리극장>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의 심리와 리더십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문재인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우유부단함의 원단”이라 대통령이 되면 문제가 될 것이고, 안철수는 의사에서, 사업가, 다시 교수로 삶의 영역을 바꿔왔지만 분야만 달랐을 뿐 각 영역에서 가장 “규범적인” “주류의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뜻을 모아야 하는 정치판에서는 모범생의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의 심리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뭔가?

 

 “한(恨)이다. 그분 인터뷰를 하고 내가 첫번째 받은 인상은 ‘촛불을 앞에 둔 무녀(巫女)’라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살고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인물. 이럴 때 그분은 여왕이 될 수도 있고, 바리공주가 될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 되느냐는 그분의 운명이고 이 나라의 운명이겠구나 생각했다. 결국 그분은 여왕이 되셨다. 어제 오리지널 (영국) 여왕과 같이 마차에 오르는 것으로 명실상부하게 그 세리머니가 완성되었다. 이게 다 우리 국민의 선택이다. 우리 국민이 여왕을 선출한 거다.”

 

-나이 드신 분 중에 지금도 육영수 여사를 공공연히 “국모”라 칭하는 분들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을 1998년부터 시작해 3년 간격으로 분석했는데 대중이 생각하는 그분의 이미지는, 처음엔 ‘귀한 집 여식’이었다가 ‘공주’가 됐다가 ‘에비타’까지 갔고, 그러다 마침내 ‘여왕’이 되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야 끝내준다! 이게 다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 때문이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20대 젊은 세대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아이돌 스타보다 높은 수준의 공주님이고, 여왕님이다. 요즘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말이 많지만 그분의 심리적 속성상 처음부터 예견되던 일이다.”

 

 

 스스로 독립할 수 있으면 힐링이 되는 것 

 

-어떤 예상을 했었나?

 

 “군주제에 무슨 인사가 있겠나? 왕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이 모여서, 신하로 남든지 남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뿐이지. 우리 대통령의 심리적 특성은, 근본부터 일반인과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다. 예전 어떤 재벌 회장이 계열사 사장을, ‘천한 것들, 저 머슴들이 뭘 알겠어?’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멘탈을 최고로 뚜렷하게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되신 거다. 그다음부터 그분이 할 일은 ‘코스프레’뿐이다. 아주 우아한 코스프레.”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이란 책도 내셨던데, 우리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어떤 상인가?

 

 “구세주! 우리 국민은 민주적 선출 과정으로 지도자를 뽑는다기보다는 자기 문제를 해결해주는 ‘구세주’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우상숭배와 비슷한 심리다. 교회 가서 아멘 하면 내 문제 해결해 주시듯이, ‘이 나라 잘되게 해주세요!’ 하고 지도자한테 기원하는…. 엠비(MB)는 하나님이라도 팔았지만, 엠비 다음엔 아예 여왕님을 모시게 되었다. 난 그래서 우리가 대통령을 탓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땐 인간 박근혜로 존재했는데 그를 유력한 지도자, 대통령으로 만든 건 우리다. 그 탓을 왜 남에게 돌리나.”

 

-너무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분석이다. 당신이 쓴 <한국인의 심리코드>를 읽었는데, 거기서도 너무 부정적 코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단 인상을 받았다. “내면의 소리보다는 남의 눈에 비치는 자기 모습에 집착하고, 부의 세습을 당연시하는 속물근성을 가졌고….” 이것으로는 한국인의 긍정적 역동성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전형적인 한국인이시다.”

 

-무슨 뜻인가?

 

 “한국 사람들은 자기의 민낯을 보이는 것을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학자들은 한국인의 내면적인 가치나, 생산적인 무언가를 지향하는 동력,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춰서 흥, 신명, 역동성을 얘기하는데….

 

 “나는 과학자다. 신명이나 흥을 얘기하는 건 무속인의 말이다.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 나는 과학자로서 사실을 확인하고, 잘못을 개선하는 길을 찾는 게 일이다. 선동을 하는 사람은 난장을 벌여서 사람들을 으쌰으쌰 힘나게 할 수도 있겠지. 대한민국에 힐링 열풍이 날 때, 난 정말 울고 싶었다. 사회 지도자나 교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자기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아프다’고 하면, ‘그래, 아프지’ 하면서 계속 진통제, 마약을 찍어주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아픈 침을 맞기보다는 프로포폴을 맞길 원하고.”

 

-힐링을 통해서 자아존중감을 부여받고 싶은 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

 

 “자기존중감은 누가 부여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다. 내가 ‘독립연습’이란 용어를 만든 이유가 그거다. ‘얘야, 힐링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너 스스로 독립할 수 있으면 힐링이 되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 반응이 뭔지 아나. 두려워요. 힘들어요. 못하겠어요….”

 황상민이 “전형적인 한국인”이라고 진단한 나 같은 사람에겐, 그의 삐딱한 한국인관이 여전히 거슬리고 불편하다. 그의 심리 기저에 어떤 상처나 외로움, 콤플렉스 같은 게 깊이 자리잡고 있어서 인간을 불신하고 폄하하는 건 아닐까? 남의 심리를 꿰뚫어 본다는 황상민을 대상으로 나도 어설픈 심리분석관 흉내를 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서울대와 하버드대의 빛나는 학벌. 명문대 교수라는 지위와 명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인데, 당신에게도 말 못할 콤플렉스가 있나?

 

 “있다. 수줍음…. 말을 못한다.”

 

-말을 못하다니? 당신이?(웃음)

 

 “숫기가 없고 낯가림이 심하고, 자폐적인 성격이 강하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이 날보고 하는 말이, ‘상민아! 너 진짜 놀랍다. 옛날이랑 비교하면 진짜, 인간 승리야!’였다. 학교 다닐 땐 “쟤가 나중에 사회생활이나 제대로 할까” 걱정을 했다면서….”

 

 1962년 경남 진해생. 3남1녀 중 둘째 아들이다. 81년 부산동고 졸업하고 서울대 심리학과에 입학했다. 중고생 6년 내내 도시락을 뚜껑으로 반쯤 가리고 먹는 “밥맛없는 애”였다. “왜 그랬냐?”고 물으니 “그냥, 교실에 먼지 풀풀 날리는 게 싫어서”였단다. 거칠고 마초적인 남자들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 “공부 외엔 별로 다른 할 일이 없어서” 열심히 공부만 파고든 덕에 장학금으로 서울대와 하버드대 유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대중 앞에 나선다든가, 소위 ‘얼굴 파는 일’에 언제부터 익숙해진 건가?

 

 “아니, 지금도 그런 거 무지 싫어한다. (갸우뚱거리는 나를 보며) 안다, 이해가 안 갈 거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게 남들 앞에 나서는 건데 ‘사람들 앞에서 한마디 해라, 건배사 해라’ 그러면 정말 미쳐 버리겠다. 그나마 괜찮은 게 강의인데, 방송은 나한텐 강의나 마찬가지다.”

 

-당신이 방송에서 각광받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이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1. 묻는 말에는 뭐든지 답한다, 2.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평한다, 3. 얼버무리지 않고 직설로 답한다! 한마디로 당신은 “아무거나 물으면 무엇이든 대답하는” 보기 드문 전문가다. 기성용이 기자회견하면서 무슨 생각했을까, 박 대통령이 왜 3자회담 제안했을까, 부채도사도 아닌데 이런 질문까지 다 응대하고.

 

 “그런 걸 내게 물어보는 건 당연하다.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사회적인 인물들에 대한 질문이니까. (강재훈 기자를 가리키며) 여기 강 선생님에 대해서 누가 물었다면 내가 공개적으로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충분한 배경 설명 없이는 대중들도 이해하기 힘들 거고. 근데 박근혜, 전두환… 대중에게 뚜렷이 각인돼 있는 인물은 분석도 쉽고,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도 너무나 쉽다.”

 

 

 ‘확신범 김용판’ 심리분석, 종편 출연정지 한달 

 

-당신 연배에, 학식과 명성을 갖춘 남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두 가지다. 정치적으로 발탁이 되고 싶든가, 아니면 사회변혁에 관심이 있어서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을 자임하든가. 이도 저도 아닌 경우라면 돈을 벌기 위함일 텐데… 당신은 왜 구설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사회 현안에 개입하는가?

 

 “한국 사회는 나에게 하나의 연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내 연구주제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심리학자로서, 자기 연구실에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국 사회에서 심리학자로 살아갈 이유가 없지 않나.”

 

-평소 여당에 비판적인 얘기도 많이 하셨으니, 야권에서 ‘우리 좀 도와주십쇼’ 청하지 않나?

 

 “도와달라는 게 무슨 뜻인가?”

 

-이름과 얼굴을 빌려달라….

 

 “노 생큐! 나보다 잘생긴 얼굴도 많고, 나보다 좋은 이름도 많으니까. 다만 자기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데, 심리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드린다. 대신 ‘비용은 얼마입니다’ 청구하고.”

 

 황상민은 현재 기러기 아빠로 산다. 심리학을 전공한 부인이 4남매를 낳고 키우느라 공부를 접었다가, 뒤늦게 전공을 바꿔 유학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별한 취미나 여가생활도 없이, 집과 학교, 연구소를 시계추처럼 오가고, 깨있는 동안 글 쓰고 말하고 책 읽는 단조로운 사람. 내가 본 황상민은 자기 학문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진 나르시시스트일지는 몰라도, 현세적 욕망으로 가득한 야심가는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념이나 지역, 세대 갈등이 극단적· 폭력적인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한국인은 남들한테 멋진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큰데 대부분 그 욕구가 채워지지 못해 좌절한다. 펄펄 끓고 있는 냄비를 꾹 누르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데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팍하고 폭발한다. ‘다 체념하고 무기력하다’고 스스로는 말하지만, 조금이라도 공격할 빌미를 주면 이들이 개떼같이 덤벼드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걸 잘 관리하고 조절하면 엄청난 파워로 작동한다. 이게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힘이다. 독재 자체에 효율성이 있는 게 아니라, 독재에 저항하고 가난을 거부하는 데에 사람들이 온 에너지를 모을 수 있었기 때문에 미친 듯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인터뷰 다음날, 그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어제, 모 방송에 고정출연한다고 말했는데 김용판의 국감 증인선서 거부의 심리를 분석한 것이 심의에 걸려 출연정지 한 달 먹었으니 글 쓸 때 참고해 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말을 했는데 출연정지일까, 지나간 방송을 뒤져보았다. 그가 한 말은 이랬다.

 

 “증인선서 거부를 당당하다고 표현하시는데 뭐가 당당한 걸까요?… 김용판 전 청장 경우는 ‘이제부터 사실이 아닌 걸 말할 테니 잘 알아들어라!’ 하는… 위증죄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확신범의 심리입니다.”

 

요즘엔 최고의 코미디프로가 종편 보도라더니, 정말 그랬다. 광기와 편집증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 심리학자 황상민이 바쁠 만도 하다.

 

 

                               - 녹취·진행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