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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기맥, 지맥

남해지맥 3구간 평현~괴음 송등 호구산~앵강고개 131106

by 숲길로 2013. 11. 8.

 

 

코스 : 평현(09:10) - 떡고개(09:35) - 괴음산(10:50) - 송등산(11:40 점심) - 호구산(13:00) - 돗틀바위 - 용문산향 임도(14:16) - 261봉(14:43) - 1024지방도 - 132봉(15:10) - 앵강고개(15:25)  차량으로 이동하여 금왕사 구경

 

아름다운 시절이다. 인심은 날로 무너지는데 세월 밖으로 흐르는 것들의 무심無心은 나날이 곱다.

괴음에서 송등 거쳐 호구산 너머 이어지는 일품 능선은 말할 것도 없고, 지맥 잇는 전후 봉우리와 산줄기 역시 썩 걸을 맛 난다.

섬산 특유의 시원한 조망과 저마다 특색있는 호젓 숲길이 어디 하나 나무랄 곳 없다. 

다만, 1024 지방도와 앵강고개 사이 132봉은 가시와 칡덤불 우거져 잠깐 난코스다.

한때 비, 예보에 긴장했으나 여우비로 살짝 지나간다. 저기압대 하늘 높이 걸쳐 있으니, 해무 머금은 바다가 거대한 호수인양 오래토록 고요하다. 오후 늦은 햇살 날때까지 낮게 머물며 떠오르지 못하는 안개가 몽환의 남해경을 그리고 있다.

난바다 이어지는 앵강만보다 강진바다가 한결 아름다운데 그쪽이 내해인 때문인 듯.

   

평현고개, 지난 주에 내려온 산자락 돌아보며 길 나선다.

19번 국도 확장 중인 들머리가 어수선하다. 

흉한 절개지 가로질러 산길 접어드니, 남해섬 가을빛 비로소 시야에 가득하다. 

  

높게 구름 덮인 하늘 아래, 계절빛 무르익는 오솔숲길 이어진다.

 

첨부터 분위기 그만이다. 모쪼록 비나 내리지 말았으면... 

 

 

 

 

 

남해읍 외금마을과 봉성마을 잇는 떡고개 내려선다.

흐린 하늘 아래 가야할 괴음산릉 드높게 걸리지만, 왠지 아늑한 분위기.

 

억새 일렁이는 떡고개에서 한동안 서성인다.

여기부턴 예전에 함 걸었던 구간이다. 허나 계절빛 다르니 전혀 새로운 느낌.

 

잠시 부지런히 치오른다. 어지간히 포근하고 습한 날씨, 땀께나 쏟아진다.

 

 

봉성마을쪽 능선길 만나는 지점에서 잠시 쉬었다가..

운치있는 오솔숲길 다시 이어간다. 

 

 

 

길옆 조망바위에서 돌아보다.

봉성마을과 봉성 저수지, 그리고 위풍당당 망운산릉. 시설 있는 정상보다 주봉이 더 두드러진다.

 

계곡 산빛 고와 당겨본다.

대체로 남쪽나라 섬산들 단풍엔 별무관심이지만, 막상 대하고 보니 제법 볼맛이다.   

 

조망처 총총 나타난다. 또 돌아본다.

남해섬 명산릉, 오늘 코스는 전구간 내내 조망좋아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망운, 그 이름이 허세 아님을 알겠다. 남해 최고봉다운 자태다.

 

건너 귀비산에서 이어져내리는 능선, 예전부터 탐내었으나 막상 기회 쉽지 않다.

 

샛노랗게 물든 능선길, 단풍 명소 아니지만 붐비는 명산보다 훨 낫다.

 

 바위구간 오르는 일행들

 

 

 

돌아보다

 

 

 

한 봉우리 올랐다가...

 

다시 살짝 내려선다

 

 

 

 

 몇 안 되는 일행들, 앞서거니 뒷서거니 거리두고 걷는다.

모든 이야기는 산으로 와서 흩어진다. 산길은 풍속과 서사의 무덤. 

그건 깊고 큰 산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단풍 노릇 다하고 며칠 사이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 지나갔던 모든 이야기들 지운다. 

길은 날로 묵으면서 새롭다.  

 

 

 

건너 귀비산릉과 계곡

 

무슨 식물일까?

 

 

 

 

괴음산정에서 강진바다 돌아보다. 숨막히는 몽환경이다.

일행 어느 분은 마치 안개낀 호수 보는 듯하다며 연신 감탄이다. 

 

 

 

창선도 대방산이 유난히 높아 보인다.

 

귀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로 설흘산릉과 뾰족한 고동산, 그 너머로 여수 돌산도..

 

만연한 추색,

걸음소리 멀어지면 지척 천리, 산은 저 홀로 깊어간다.

 

소사나무, 제 스스로와 싸우고 있는 듯.

한 뿌리에서 난 줄기들이 공간을 다툰다. 순수 자연의 야성이다.  

 

 

 

눈길은 줄곧 저리 향한다.

 

억새 듬성한 능선인가 하면..

 

보는 이 없어도 제풀에 절정인 단풍들까지..

 

 

산길은 모든 이들에게 서로 다른 이야기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풍경은 저마다의 안팎으로 난 길따라 서로 다르게 열리고 펼쳐진다.

너의 나의 풍경이 서로 같지 않으며 서로 다투지도 않으니

그것이 풍경이 세상으로 드는 방식.  

 

 

 

지족해협쪽

 

 

 

귀비산릉 너머로 여수 영취산릉

 

 

 

송등에서 호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 송등산 정상부, 오른쪽 설흘산릉

 

조망암릉 구간에서

 

건너본 설흘산릉

 

송등산정 직전 짧은 암릉부엔 시설물도 생겼다.

 

귀비산 능선 돌아보다.

귀비, 유래 짐작키 힘든 좀 특이한 이름이다.

 

곳곳 암릉 박힌 귀비산릉. 전에도 저 모습 보고 입맛 다셨더랬다.  

 

여수만쪽. 슬쩍 당겨본다.

 

저 안개빛은 공간속 사물의 윤곽만이 아니라 시간마저 증발시켜 버린 듯하다.

쉼없이 움직이고 있을 물결도 지워지고 만사가 요지부동 정적 속에 멈춰 있다.

 

 

 

송등산에서 다정리쪽 계곡 굽어보다. 

 

송등산 내려서며

 

호구로 이어지는 능선. 오른쪽으로 금산릉 건너보며 간다.

 

앵강만과 노도.

 

 

 

흐린 하늘 아래서도 소사나무 줄기는 광채 더하고..

 

 

곳곳엔 억새 듬성하다.

이토록 운치 넘치는 길인 줄 예전엔 몰랐다.

 

조망 트이는 곳 나타나면 좌우 번갈아 기웃거리며 간다.

 

 

 

 

 

 

 

 

 

호구산 정상부. 당겨본다.

 

 

 

능선따라 성축 흔적들이 보인다

 

호구산정 가까워지니 소사나무숲 나타난다

 

 

호구산 오르며 비껴보다

 

 

 

 

 

다시, 안개의 몽환경에 홀린다.

 

 

 

 

 

 

바람드는 벼랑에서 등지고 굽어본다.

사람사는 세상과 자연을 똑같이 바라보는 공평무사, 분별없는 무관심 때문일까?

자연에 대한 심미에는 어떤 가차없음 내지 일말의 가혹함 같은 게 있다.

 

 

옛사람들은 높은 산 오르거나 바라보며 호연지기 기른다 했다.

허나 길은 달리 열린다. 사방 굽이치며 잦아들고 이어지는 능선과 골들, 다함없는 저마다의 지평들..

'물방울 하나가 세계를 달라 보이게 한다'는 귀절을 본 적 있다. 

산이 꾸는 꿈, 이룸이 아니라 다름으로 족한 세상의 꿈을 굽어본다.

 

앵강만은 강진해보다 안개 덜하다. 난바다쪽이라서일까?  

 

계곡산빛 굽어보고 당겨보다.

 

 

 

다시 이동쪽.

 

안개의 수평이 지평을 삼킨 사천만쪽.

 

 

 

앵강만 건너보며

 

돗틀바위쪽 진행방향

 

발아래 굽어보다

 

 

 

 

 

흔치않은 단풍나무

 

갓 떨어진 낙엽 능선길.

 

 

정상 암봉 뒤돌아보다

 

 

 

짓이겨지지 않은 낙엽길이 무척 예쁘다

 

짱은 연신 싱글벙글

 

 

 

 

돗틀바위 건너보다. 너머로 금산까지 이어지는 지맥이 한눈에 든다.

 

 

 

 

 

 

 

돗틀바위에서 돌아보다

 

 

 

 

 

 

 

안개 많이 가셨다. 당겨본다.

 

 

 

 

 

 

 

 

 

돗틀바위 내려서며

 

뒤돌아보다

 

 

 

 

 

 

 

 

 

금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 가늠하다.

 

 

 

잠시 편백숲 구간

 

 

 

 

 

용문사향 임도 만나다.

예전에는 포장길 아니었던 듯한데 지금은 자동차도 올라온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261봉 능선에서 돌아보다.

 

앵강만쪽 조망바위에서

 

 

 

261봉에서 돌아본 호구산

 

둥두렷한 무림산

 

앙증맞은 산성길 따라간다

 

 

 

 나날의 산천, 나날의 산빛.

남해섬 오가는 길은 늘 멀었으나 산길은 매양 곱다.

 

 

 

다시 나타나는 편백숲, 심호흡하며 간다.

 

또다시 산성길

 

1024 지방도 건너..

 

132봉 치오르다. 길 흐리고 가파르다.

 

132봉. 

 

이후 이어지는 능선엔 가시와 덤불 우거졌다.

자난 여름 내내 아무도 안 지나간 모양이다. 잠깐이나마 쌍스틱 휘두르며 사투.

지맥꾼들은 대개 도로따라 우회한 듯. 

 

막바지, 산소길따라 적당히 내려서며 건너본 금산릉.

 

저기가 앵강고개.

 

고개에 있는 배 모양의 화장실이 이채롭다. 

 

 

차량으로 금왕사 향한다.

담 코스 318봉 자락 용두암 옆 금왕사는 좀 독특한 절인데, 지리산 자락 서암정사나 기장 용궁사 연상시킨다.

그 자체로 경관 특이하고 빼어난 용두암이지만, 석물 조각과 시설이 과하여 영 부조화하는 느낌이다. 

중국절처럼 정신 사나워 내 취향엔 맞지 않다. 주변경관과 조망 활용하여 자연미를 살렸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계절빛이 한창이다.

곳곳 흐드러진 국화도 보기좋다.

 

근데 엄청나게 많은 저런 석물들이 영 생뚱맞고 거슬린다.

 

계단따라 오르니 미륵불이 조성되어 있다.

허나 저 용바위가 미륵인데 무얼 또다시...?

 

거대한 용두암 올려다보고 있노라니

옛 민속에서는 미륵과 남근석이 서로 다른 게 아니었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지복의 내세로 윤회를 이끄는 미륵과, 생명력의 원천 상징으로서 남근석.

불교와 신화적 토속신앙, 분명 기원은 서로 다르나

억척스럽고 간절한 믿음은 상상력의 용광로다.

절박한 현세의 갈망은 필시 양자를 하나로 묶고도 남았을 터이니

미륵의 코를 갉아 물에 타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달리 생겼겠는가.  

 

 

 

 

내 눈엔 그저 계절빛만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