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내면분소(08:40) - 명개계곡 임도 - 지능선 - 대간릉(10:53) - 두로봉(11:12) - 두로령 - 헬기장(점심) - 상왕봉(12:58) - 비로봉(13:50) - 서대 갈림(14:26) - 호령봉(14:53) - 동피골 갈림(15:15) - 동피골 - 동피골 입구 야영장(18:25)
오대에서 두물머리까지, 남북한강 분수령 이루는 한강기맥.
차령산맥과 일부 겹치며 힘차고 육중하게 이어지는 고산준령으로 대부분 강원 경기의 미답산릉이다.
그 마루금 잇기 한 토막이지만, 산길 풍경이란 그때그때 왔다 가는 시간의 표정같은 거라서 이을래야 이을 수 없는 무엇.
종주 기약 없다 해도, 산 좋고 시절 좋으니 오대의 깊고 너른 품에서 노니는 하루가 더없이 풍성하다.
구월 오는 꽃길따라 오른다. 한때 차가 다녔다는, 고개 너머 멀리 이어지는 너른 산길의 아침이 맑고 곱다.
언제 비 지나갔던가, 저멀리 오르지 못한 구름 낮게 머물고 있다. 물소리 더불어 걷는다. 내린천 최상류 골짜기 중 하나인 명개계곡 끝자락길..
돌아보는 모든 시원始源은 어둔 벽 하나 너머에 있으니, 막바지 물길 버리고 가파른 능선 치오른다.
바람없는 오대 능선에 서니 감회 새롭다. 갈겨울 두번쯤 올랐던가, 사라져가는 풍경의 여백으로 걸리는 건 낡고 모호한 이미지들 뿐.
주말이라 산길 걷는 이 제법 있지만, 일행마저 잠시 물리고 멈추어서면 안개 머무는 산은 자주 적막해진다.
열리는 틈새만치의 거리로 피어나는 것들... 숲의 황홀.
어쩌면 풍경은 속도에 반비례하는 걸까, 내달리는만큼 시야 좁아진다. 숲은 사라지고 나무만 보인다.
오대의 가장 아름다운 숲은 그 나무와 나무들이 만드는 것, 높낮이도 무리의 주종도 없이 동무로 어우러지는 세월의 저푸른 한통속.
부럽고 까닭없이 겨워 자주 돌아보며 간다.
명멸하는 안개 무시로 여닫는 먼 산릉들, 눈 무뎌 더욱 가늠키 어려우니 젖은 듯 짙어지는 산빛만 총총 담으며 간다.
곳곳 조망처 까치발로 서서 휘둘러보지만, 물구나무로 매달려 희롱하듯 일렁이는 바람과 구름의 헛몸들만 시야에 가득하다.
한발 먼저 안개가 접수한 호령봉 너른 꽃밭, 동피와 을수 좌우 골짜기 굽어보며 내려갈 길 가늠한다. 깊고 먼 길이다.
짙푸른 이끼 비껴 디디며 물길에 치여 사라진 길따라 내린다. 인적 드물어 원시림으로 돌아가는 동피골, 잠시 일깨워 땀내와 탄식 한바탕 부려 놓는다.
일찌감치 햇살 저무는 동향 골짜기, 울울창창 푸른 산빛 하늘삼아 밝히며 간다. 한없이 느리게 느리게 돌아보며 걷고 싶던 길.
구비 감돌아나와 거친 물소리 잦아들고 오솔길 오롯해지면 문득 날머리.
흐린 오대의 기억을 비로소 겹쳐 놓는다.
엉성하게 어긋나는 허공의 길들, 살아있는 것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사물들조차 흐르면서 더 낯설어진다.
사계의 풍경 완성되려면 아직도 몇 바람 더 지나가야겠다.
맑고 싱그러운 오대산 아침공기 심호흡하며 걷는다.
길은 예쁜 길, 구월오는 꽃길이다.
통성명없이 눈맞춤만 하고 간다.
이름의 무리에 속하지 않아 비로소 고유해지는 만남도 있으니...
쉼없이 오가는 꽃과 풀들 사이, 사철 덩그러니 서 있을...
돌아보다
굽어보는 명개계곡.
북한강에 합수하는 내린천 지류 계방천의 최상류에 해당한다.
임도 벗어나 지능선 접어든다. 언제나 좋은 오대의 울창숲..
고도 높이니 안개속으로 접어든다.
늘 배고파 보이는 나무
투구꽃이 지천이다. 오늘 내내 가장많이 보는 꽃
초롱꽃도 많이 보인다
대간릉 만나고부터 자작나무들 자주 눈에 띈다.
왼쪽으로 시야 트일만한 곳 더러 있지만 안개 속이라..
분취?
조망없는 두루봉은 꽃밭이다.
대간과 한강기맥 분기점의 이정표
한강기맥 산행기마다 보이던 그 나무.
죽은 주목 사이에 산 자작이 자리잡았다.
무릇 모든 존재의 실재가 저러할지 모른다.
경제는 모든 생존의 실상인갑다.
몸집을 줄이고 오래 살아남는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엷은 안개숲 걷는 맛은 황홀할 정도다.
길가에 꽃은 총총한데 부드럽게 흐르는 눅고 서늘한 대기...
계절 불문한 오대의 진미는 역시,
장중하게 구비치는 육산릉따라 이어지는 저 울창 고목숲 아닐까 싶다.
진범
점심먹었던 헬기장 공터엔 용담이 지천
정영엉겅퀴?
흰송이풀
초롱꽃
낯익은 나무.
살짝 가파르게 들어올리면...
상왕봉에서 보는 북서쪽
그냥 갈순 없는 나무
너도나도.. ㅎㅎㅎ
뒷모습
상왕과 비로 사이 헬기장에서 보는 비로봉 방향
북쪽. 희끗한 고갯길이 구룡령인 듯. 그럼 오른쪽 둥두렷한 봉우리는 응복산?
서남쪽 . 왼쪽 둥근 봉우리가 호령봉
비로봉 가며 보는 호령봉 방향
비로봉에서 보는 동대산 방향
남쪽
서남쪽
비로봉에서 금줄 넘어 호령봉 방향으로 진행.
울창숲 사라지고 대신 덤불과 나뭇가지 더러 걸리적거리는 맛깔나는 길이다.
적멸보궁 굽어보다.
아득한 발 아래가 피안이니,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여기는 어디인가..
별을 별이게 하는 것은 별덩이 그 자체가 아니라 후광이듯이, 열반세계의 무한침묵을 지탱해 주는 것도 어쩌면
저 하늘궁전이 후원으로 삼은 이 크나큰 오대의 산릉.
보궁의 터잡음이 새삼 절묘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비로소 알듯말듯하다... 보궁을 품은 오대산하 자체가 하나의 방대한 사원이려니,
상원 중대 보궁 서대 북대 다섯 절들은 오대사원의 우주를 지탱하는 저마다의 편심들.
돌아본 비로봉. 왼쪽 둥두렷한 건 소대산릉?
비로와 상왕
비로와 호령 사이 헬기장 공터에서 보는 동대산릉
그 뒤로 구름덮인 황병산릉 겹쳐지고 오른쪽으로 대관령 풍차밭 보인다. 당겨본다.
다시 돌아보는 비로봉
호령봉에서 1537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담구간에 제대로 밟아보게 될...
자작
호령봉
뒤돌아보는 비로봉
호령봉 오르며
호령봉 마루는 드넓은 초지 꽃밭.
비로봉보다 조망 더 좋을 만한 곳이나 안개 속이라 아쉽다.
굽어보는 동피골과 동대산릉
호령봉 내려서며 뒤돌아보다
을수골 방향 굽어보다
이제 계곡 내려서야 하니 마지막 조망터다.
잠시 숨 돌리며 안개 걷힐까 기대해 본다.
아니나 다를까... 안개 잠시 걷힐 기미 보인다.
오대와 계방의 디귿자 능선 사이, 내린천 한 발원 이루는 깊고깊은 을수골 너머로 계방산릉이 드러난다.
맨 왼쪽 계방은 여전히 구름 속이고, 소계방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그런대로 윤곽 갖추었다.
돌아보는 호령봉. 인기척 들려 당겨보니..
조망 트인 호령봉 정상에서 감탄사 뱉아가며 사방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는 듯.
지척간이지만 저들 서 있는 자리가 마냥 부럽다.
허나.. 미련의 여지는 없다.
오늘도 우린 확고한 꼴찌, 망설임없이 뒤돌아 동피골 향해 내려선다.
내려서며 보는 동남쪽 시야도 훤히 개여 온다.
북동쪽
동피골 남능선
가파른 최상류부는 이끼 무성하다.
뚜렷이 형성되는 물길,
을수나 명개가 북한강 (지류 내린천) 최상류였듯, 분수령 기맥 반대편 이 동피골은 남한강 최상류가 된다.
능선 도중 서대 갈림길 따라 내려가면 만나는 우통수于筒水엔 '남한강 발원'이 새겨져 있다고.
기맥 분기점이라는 말 그대로,
방대한 오대의 핏줄같은 골골 저마다가 남북 한강의 근원이 되는 셈.
숲향 짙은 심심골
조심스럽지만 최고의 하산길
비로봉에서 만난 어떤 분,
동피골로 내려간다 하니 별 볼품 없는 골이라며 서대를 추천했었다.
잠시 귀 솔깃했으나, 행여 그리 갔더라면 동피골 이 비경은 영영 놓칠 뻔 했다.
골짜기 경사 누그러진다
아름다운 골짜기다. 허나 큰 폭포와 협곡 사이 멋진 암반 구간은 우회한다. 아쉽다.
기회된다면 최대한 우회 덜 하는 골치기로 함 올라보고 싶은 계곡이다.
동피골 벗어나오며,
평소 전혀 관심 밖이었던 신선골 조개골 등 오대산 다른 계곡들마저 궁금해진다.
두 계곡 모두 동피골보다 더 길다. 언제 함 기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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