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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금남)호남정맥

호남정맥 감상굴재에서 추월산까지 130811

by 숲길로 2013. 8. 13.

 

 

코스 : 감상굴재(08:50) - 대각산(09:16) - 칠립재(09:38) - 강두재(09:50) - 어은재(10:24) - 도장봉(10:40) - 생화산 갈림(11:25) - 항목탕재(11:52 점심) - 520봉(13:15) - 밀재(13:37) - 추월산(15:07) - 월계삼거리(15:15) - 계곡에 담그고.. - 월계리(16:50) - 택시로 가인연수원

 

 

올 여름 들어 가장 힘든 산행. 무덥고 바람없는 날씨, 잡아먹을 듯 시퍼렇게 우거진 야산릉 오르내리는 걸음이 한없이 무겁다.

가인연수원이 코스 종점이지만, 추월산 정상 지나 월계리로 탈출이다. 추월은 두어번 선답 있었고 심적산(깃대봉)에서 치재산 구간도 지난 늦가을 알뜰히 둘러보았으니 별 미련은 없다. 녹음 우거진 계절 풍광 궁금했지만 폭염에 질려 조망바위 오르기조차 겁이 났으니..

 

밀재까지 고만고만 야산릉 오르내리며 간다. 사이사이 옛고개에 자리잡은 노거수 눈길 끌고, 더러 쾌적한 임도구간 걷기도 한다.

5분이면 왕복하는 생화산 정상, 조망 없다하여 그냥 지나친다. 숨막히게 치오른 520봉은 남으로 깍아지른 암벽 인상적이다. 숲길로 우회하지 않고 잠시 기웃거려 보고 싶지만 폭염이 기를 꺽는다.

밀재 지나 추월산 향해 완만하게 오르는 능선, 다른 계절이라면 별 힘들지 않겠는데 오늘은 지척 천리다. 걷기 반, 쉬기 반이다.

후끈 달아오른 바윗덩이 추월산정, 담양호와 보리암쪽 능선 건너 보이는 조망 포인트조차 햇살 겁나 들르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계절에 이 뜨거운 바위산 단체산행 온 이들이 있다. 정맥 이어가는 우리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들도 제정신 아닌갑다.

 

월계 삼거리에서 망설임없이 정맥길 버리고 내려선다. 어서 계곡에 닿기만을 염불하며 쏟아지는 지능선길, 유난히 가파르고 지겹게 느껴진다.

물 만나자말자 풍덩 뛰어든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끈 달아올랐던 뒷골이 조금 서늘해진다.

젖은 옷 입은채 말리며 울창숲 계곡길 내려오다가... 암반계류 좋은 곳에서 다시 함 더 담근다. 비로소 몸이 온전히 식는다.

개운한 기분으로 다다른 마을 입구에서 용면 개인택시 불러 가인연수원까지.  

 

들머리에서 올려다보는 대각산. 보기만 해도 숨턱턱 막힌다.

아침부터 햇살 따갑기가 장난 아닌데, 바람도 별로 없다.

 

뒤돌아보다. 왼쪽 가인능선에서 오른쪽 꼭두재향 정맥 능선까지, 백암산릉이 한눈에 든다.

 

울창숲으로 접어든다. 에구에구~ 숨맥혀라~~

 

숲으로 접어들기 직전 다시 함 돌아보다

 

길 상태는 전반적으로 이 비슷하다.

조심스러웠던 건, 길옆 나무에 매달린 벌집 따위.

며칠 전, 시골에서 낫질하다 벌에 된통 쏘인 적 있어 오늘도 은근히 그 걱정이다.

오늘도 앞사람이 벌에 쏘이는 통에 벌집을 피해가기도 한다.   

 

길가에 총총 꽃들 보였지만 이후로 더 찍질 못한다. 땀 쏟으며 금세 지치는 몸이 쭈그리기 싫었던 때문.

 

야산릉이지만 대부분 구간 울창한 솔숲이 인상적인 편

 

숲 사이로 건너보이는 가인봉.

왼쪽 뒤로 삐죽 불거지는 건 입압산 장자봉릉 같다. 벼른지 오래지만 아직 미답 능선.

 

조망없는 삼각점봉 대각산정

 

왼쪽으로 시야 훤히 트이는 곳 지난다. 햇살 따갑지만 궁금하던 조망이라 감수할 만하다.

 

왼쪽 멀리 뾰족한 백방산, 오른쪽은 추월산릉

 

가운데가 심적산, 오른쪽 뽈록한 게 추월산 정상부. 

 

다시 울창숲 속으로..

 

남쪽으로 멀리 병풍산릉이 보인다. 오늘 구간, 남으로 시야 트이는 지점마다 점차 다가오는 병풍산릉을 보며 간다.

  

도라지꽃밭을 지나..

 

칠립재. 

다들 벌써 지친 모습이다. 바람 조금 드는 그늘에 앉아 쉬어 간다.   

 

다시...

강두재 향하여

 

강두재. 이정표엔 칠립재라 적혀 있다.

 

 

 

상태 부실한 대숲도 지나고..

 

장성호가 보인다.

다른 때라면 저만치 나가 조금이라도 더 트인 조망 확보해 보겠지만, 오늘은 그조차 귀찮다. 선 자리서 그냥 살짝 당겨본다. 

 

 

 

어은재 노거수. 300년 된 느티나무인데 여전히 아주 건강하다.

 

 

돌아보다. 한동안 사라졌던 가인봉이 능선 너머로 다시 삐죽.

 

도장봉

 

다시 남으로 병풍산릉

 

백암산릉과 내장산릉 건너보다. 내장산릉은 오늘 구간에서 첨으로 시야에 든다. 장군에서 신선까지.

 

생화산 삼거리에서 내려서며 보는 병풍산릉.

 

묵밭같은 곳도 지난다.

생화산 내려서서 항목탕재까지 구간은 임도길이 겹쳐지기도 한다. 지금은 묵었지만 일대 높지 않은 구릉들이 한때는 밭들로 이용되었을 법하다.

  

항목탕재 노거수

아래서 점심 먹으려 멍석 펴는데.. 모기가 난리도 아니다. 풀밭 피해 저만치 너른 고갯길따라 내려서니 조금 낫다. 

 

더위에 지쳐 입맛도 없다. 깔깔한 입안으로 억지로 우겨넣는 빵쪼가리가 목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얘기 나누다가...

전생의 업보라 결론짓는다. 아마 전생에 가마만 타고 다녀서리, 이생엔 죽어라 걸어야 하는 짐승이 되어버린 기라...    

 

 

병풍지맥 분기점. 위지도상 460봉

병풍산 불태산으로 이어지는 지맥은 장성호 물줄기 황룡강과 담양호 물줄기 영산강 본류의 분수령이다. 

 

다가가며 보는 520봉.

돌출한 남향 암벽이 인상적인데, 길은 바위 북쪽 숲으로 이어진다. 조금 당겨본다.

 

 

 

북쪽. 능선 너머 삐죽 머리 내민 건 백방산같다.

 

520봉 조망바위에서 건너본 내장 백암산릉. 백암도 주요 봉우리 다 드러나고, 내장산도 써레봉까지 보인다.

가운데 희끗한 바위 드러난 능선 왼쪽 봉우리는 생화산.

 

사진 오른쪽, 가인능선 왼편으로 방장산릉이 흐릿하게 보이고, 장성호도 살짝 보인다.

가운데 시원스레 뻗는 능선은 병풍산 북릉에 해당되는 송대봉 장군봉(뾰족봉?) 능선 같다.

 

병풍산릉. 오른쪽 불태산릉도...

바로 앞으로 낮게 가는 능선이 아마도 병풍지맥인 듯. 그 중 왼쪽 뾰족한 게 도마산?

 

남쪽.

사진 왼쪽 부근에 무등산이 있겠지만 시야 그만큼 좋진 않다.

 

 

 

가야할 추월산. 둥두렷한 700봉 왼쪽 희끗하게 드러난 봉우리

 

 

 

향이 무척 강한, 무리로 피어있는 꽃.

 

다른 조망바위에서 보는 병풍산릉

 

진행방향. 휘어지며 추월산 오르는 능선과 남사면으로 흘러내리는 암릉도 보인다.

 

밀재.

엄청 뜨거워 도망치듯 건너간다.

 

추월산 오르며 돌아본 520봉

 

산비탈의 바우

 

 

추월산 정상부

 

정상 아래 따끈거리는 바윗길 오르며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추월산에서 보는 수리봉과 깃대봉 방향

 

정상부

 

내빼듯이 간다. 건너편에 담양호와 강천산릉 건너보이는 조망처도 들르지 않고 그냥 간다.

월계로 탈출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어서 물에 들고 싶어 맘이 바쁘다.   

 

반가운 월계삼거리.

월계쪽보다 거리는 고작 2km 더 멀지만, 연수원까지는 봉우리를 몇 개나 넘어야 한다.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바람 없는 염천길 걸으며, 좋은 인상들로만 가득한 추월산의 기억을 망칠 이유는 없겠다.

미련없이 월계리로 내려선다.  

 

계곡에서..

 

 

물에 두 번이나 들랑거리고 나니 비로소 몸이 식는다.

용면 택시 불러 가인연수원으로 간다. 그런데 도중에 누가 차를 세운다. 마침 우리 일행이다. 보리암으로 하산하셨다나..

기사분과도 얘기 나누다 보니, 예전에 깃대봉에서 치재산까지 산행 후 이용했던 바로 그 택시다. 다시금 반갑게 인사 나누고..

힘든 산행이었지만, 공교로운 우연들 겹치며 썩 기분좋은 마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