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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금남)호남정맥

호남정맥 구절재에서 고당산 추령까지 130714

by 숲길로 2013. 7. 16.

 

 

코스 : 구절재(08:45) - 미리재(09:47) - 소장봉(10:16) - 국사봉 갈림(11:32) - 노적봉(점심) - 굴재(12:46) - 고당산(13:36) - 개운치(14:10 쉬면서 물보충) - 망대봉 도로(14:56) - 여시목(16:21) - 530봉(백방산릉 분기점 17:40) - 추령봉(우회 삼거리 18:10) - 추령(18:45)   

 

고난의 행군이라고 해야 할까...

바람 거의 없고 습도 높은 날씨에 10시간의 무더위 산행. 땀은 얼마나 흘렸는지 모르겠고 마신 물도 거의 3리터.

비 온다는 예보에 잘 되었다 싶었다. 올처럼 무더운 여름날, 어치피 가야할 길이라면 우중산행이 차라리 더위 피하는 길이려니 했다.

비는 오지 않았다. 아니 막바지에 딱 몇 방울 뿌렸다.

숨쉬기조차 힘든 울창숲길에서 허덕대던 그 시간, 중부지방은 폭우로 도로 끊기고 여기저기 물난리나고 있었다.

 

정읍시 산내와 칠보면 경계 구절재에서 시작하여 고만고만한 동네뒷산 봉우리 쉼없이 오르내린다. 국사봉 갈림길 지나면 능선은 정읍과 순창의 경계 이룬다. 노적봉 고당산 망대봉 추령봉... 고당산 제외하곤 600m도 넘지 않지만 당당한 이름들만큼이나 이 계절의 오름 또한 만만치 않다. 가파르고 우거지고 바람들지 않아 숨 턱턱 막힌다. 후반부 몇 군데를 제외하곤 조망조차 변변치 않다.

내가 극기훈련 나온 건가 수도고행 중인 건가, 자문하고 싶어지는 시간들... 풍경 따라 흐르고 돌던 여태와는 또다른 느낌들..   

이또한 마루금 이어가는 종주산행의 묘미라면 묘미려나.

               

 

구절재에서 임도로 접어들지만, 금새 울창하게 우거지는 수풀...

헤치고 나아간다.

 

지난번 내려왔던 능선 돌아본다.

 

바야흐로 우거질대로 우거진 숲, 바람 한점 들지 않는 숲길은 숨 턱턱 막힌다.

  

첫 봉우리 넘어선 안부엔 무리지어 핀 원추리가 제철이다.

 

하늘말나리도 많이 보인다. 

오늘 코스엔 까막눈이 보기에도 중나리나 땅나리는 거의 없고 대개가 고개 꼿꼿 치켜든 하늘나리들이다.   

 

 

 

운치로운 숲길, 요런 구간은 숨 돌리며 갈만하다.

그래도 바람은 없다.

 

 

 

잠깐 삼나무 숲길도 지나간다

 

 

 

 바람 들지 않으니...

광합성으로 생산한 산소는 저 푸른 것들이 도로 다 들이마셔버렸는지 당최 호흡조차 힘들다. 

 

옛고개 있다는 미리재 살짝 지난 지점 철탑도 지나서... 치오른 338봉.

예기치 않게 삼각점 있다. 잠시 헷깔린다.

 

길옆으로 시야 트여 몇 걸음 나가보니 소장봉(오른쪽)이 보인다.

 

조망없는 소장봉.

지난구간처럼 쉼없이 오르내리는 오늘 코스, 어지간히 애먹을 거라는 예감..  

 

사적골재 내려서며

 

 

바로 치올라도 되지만 워낙 힘든 날씨라 땡볕 무릅쓰고 길따라 우회한다

 

세상은 온통 눈부신 푸르름, 당겨본다.

 

포장길 따라가며 돌아본 모습.

저수지는 사적골제, 뒤로 민둥비탈 줄기가 소장봉 건너보았던 338봉 능선.

 

내내 조망 아쉽던 서쪽.

소장봉 전부터 칠보면 소재지쪽 궁금했는데 한참 지난 이곳에서야 겨우 조망 살짝 트인다.

왼쪽은 칠보산릉이고 가운데 멀리 우뚝한 건 두승산인 듯한데 확신은 없다.

 

오늘 코스 유일한 이정표

 

굽어보는 외양실 방면. 가운데 뻗는 줄기는 고당산 좀 지나서 분기해나가는 장군봉 능선이지 싶은데...

멀리 뾰족한 봉우리가 꼭 추령봉만 같다.

 

노적봉 오르다 숨고르며 찍었으나... 촛점 맞지 않다.

 

헉헉대며 오른 노적봉, 조망없는 봉우리에서 한숨 돌리고  잠시 더 가다가..

모처럼 산들바람 드는 곳에서 점심.

 

굴재 내려서며 건너본 고당산

 

굴재 직전 무성한 수풀 지나며

 

굴재 아래 오룡마을

 

블루베리밭과 하우스 있는 곳이 마루금

 

굴재

 

고당산 오르며 돌아보는 국사봉향 능선

 

고당산 오르는 꾸준하고 완만한 길은 묵어버린 방화선인지 시야 훤히 트인다.

그런데 너무 덥다. 건식 사우나에 있는 듯하다.

온몸에서 줄줄 흐르는 땀, 문득 경건해지고 싶어진다. 이유없이 고행하는 느낌으로 꾸역꾸역 오른다.  

 

산소 있는 528봉 올라서니... 꽃밭이다. 만발한 원추리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힘든 와중에도 잠시나마 즐겁다.

 

아지매 얼굴도 벌겋구마는..ㅎㅎㅎ

 

고당산정 향해 가다가 시야 트이는 곳에서 건너보는 순창 회문산릉

 

길옆 바위에서 뒤돌아본 모악산쪽.

가운데 뾰족한 게 좀 전 지나온 노적봉이겠고, 뒤로 올망졸망한 산릉이 이어온 정맥길이겠으나 세세한 가늠은 역부족.

살짝 당겨본다. 

 

오른쪽으로 멀리 임실 백련산

 

조망없이 너른 공터 고당산 정상부.

정상표지가 좀 그렇다. 지명은 지워져가는데 설치자 이름만 선명하다. 광고판 같다.

 

고당산 능선에선 아쉬운대로 몇군데 조망 트인다.

툭 불거지는 내장산 망해봉 오른쪽으로 입암 방장산릉이 겹쳐진다.

슬쩍 당겨본다.

 

내장산릉 전경. 시설물 있는 망대봉 위로 써레봉이 까칠하다.

 

남쪽 백방산 방향.

멀리 추월과 병풍산릉까지 시야에 드니 여름치고 조망이 그리 나쁜 건 아니다.

역시 당겨본다.

가운데 우뚝한 백방산, 왼쪽 뒤로 추월산릉, 오른쪽 멀리 병풍 불태산릉, 그 아래 추령봉.

정면 시원스레 가로지르는 줄기는, 조금 후 만날 헬기장봉에서 분기하는 장군봉 능선.

   

망대봉과 오른쪽 뒤로 내장산, 장군봉에서 신선봉까지.

장군봉 아래 잘룩한 곳은 여시목이겠고.

 

보는 느낌만 서늘한 대숲 지나 개운치 향해 내려서다.

 

물보충할 수 있는 개운치 할머니집.

 

하도 힘들어 개운치 탈출도 고려했으나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을 듯해 그냥 간다.  

할매집에서 물 보충하고 망대봉 향해 오른다.

(할머니, 복 많이 받으시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망대봉 능선에서 건너본 서북쪽

 

돌아본 고당산

 

망대봉 정상부는 통신 시설물 차지.

철조망 따라 동쪽으로 우회하는데, 길상태 좋지 않고 시설근무자들이 버린 쓰레기마저 지저분하다.  

 

정상부 우회하여 망대봉 도로에서 본 장군봉(가운데 가장 우뚝)과 백방산 쪽.

 

한동안 도로따라 걷는다. 살랑살랑 드는 바람... 감개무량할 지경이다.

산릉에서 만나는 도로가 이렇게 반갑기도 첨인 거 같다.

 

내장산릉과 입암 방장산릉까지 한눈에 든다.

오른쪽 멀리 보이는 건 고창쪽 산군인 듯하다.

 

도로따라 가며..

 

두들재에서 도로 벗어나 다시 치오른다.

울창숲이지만 바람도 조금 들어 여태까지보담 한결 낫다.

 

 

 

숨 돌리며 망대봉 돌아보다

 

방산리 너르지 않은 벌판도 굽어보고 당겨본다.

오늘 코스, 조망 트이는 곳 많지 않고 대부분 울창숲이라 저런 정경조차 귀하게 보인다.  

 

467봉 전 고개에서 방산리 동쪽 능선 건너본다.

 

여기서 바로 내려서면 467봉 넘지 않고 수월하게 여시목 갈 수 있을 것도 같다. 잠시 망설이다가...

언제 또 와보겠냐 싶어 마루금 고수한다. 힘들다. 

결과적으로 품만 팔고 별 실속은 없다. 지름길로 가는 게 나았겠다. 

아닌 게 아니라 눈밝은 어떤 일행은 그리 오고 있다. 

 

여시목 부근 나무와..

 

고개만댕이 밭농사에 요긴할 소류지 하나.

 

여시목에서 사기점으로 이어지는 길

 

바람 드는 여시목에서 뜨건 머리 식히며 건너보는 망대봉과 고당산

 

여시목에서 505봉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오늘 코스 후반부 500m급 봉우리 난코스(?) 중 하나. 

 

505봉 내려서며 보니...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든다. 최근 개통된 듯한 터널 옆으로 가파르게 치오르는 정맥 마루금과 우뚝한 추령봉,

뒤로 머리만 보이는 백방산과 비스듬한 추월산릉, 오른쪽 멀리 담양 병풍산릉까지....  

 

건너보는 장군봉릉 위로 구름을 보니... 기다리는 비는 영 물건너간 듯하다. 

하지만 푸른 하늘 넓어지고 대기 조금 건조해져 한낮보담 숨쉬기가 낫다.

 

복룡재 지나 530봉 오름길 또한 만만치 않다. 지친 몸이라 오늘 코스 중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

백방산릉 분기점인 530봉 올라서니 문득 소나기 후드득... 

빗방울과 함께 바람도 든다. 잠시나마 시원하다.     

 

530봉 내려서며 건너본 백방산. 사방 유명산릉 바라보는 맛 좋은 조망명당이다.

 

빗방울은 금새 그친다. 바람 또한 잠잠해진다.

키큰 산죽숲길 헤치며 추령봉 오르는 길이 팍팍하다. 직벽 우회없이 추령봉 바로 오르려던 생각도 잊은 지 오래...

우회길 따른다. 추령봉 왕복하는 삼거리에서도 미련없이 그냥 내려선다.

(그래서 재작년 가을 추령에서 백방산으로 진행하며 담은 추령봉 조망 사진으로 대신) 

 

내장 백암산릉

 

내장동 상가지역

 

백방산과 추월산릉 쪽

 

망대봉 고당산 장군봉릉

 

이후 추령까지는 여유로운 조망 능선, 전후좌우 기웃거리며 간다.

마중나온 일행에게 막걸리까지 한잔 얻어마시고 나니 갈증도 한결 덜하다.   

 

 

수차례 드나든 내장이지만, 늘 가을 아니면 겨울이었다. 

오늘, 늦은 오후의 역광 햇살 아래 보는 한여름 내장산. 한없이 짙푸르고 서늘하다.

골은 더욱 깊고, 봉우리와 능선은 더욱 높아 보인다. 

오늘 이토록 힘들게 밀고 왔으니, 상대적으로 길지 않고 길 좋은 담코스는 룰루랄라 유람인양 느껴질지도 모를 일.    

 

 

 

추령쪽에서 장군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정맥과 백암산릉, 너머 명지산 대각산까지 정맥길. 

 

다른 포인트에서

 

돌아본 추령봉

 

써레봉과 추령봉 사이, 내장저수지쪽.

당겨본다.

정읍시와 멀리 우뚝한 두승산. 만경평야 굽어보는 조망 좋다는 산...

 

추령봉에서 이어져오는 능선과..

 

추령봉 너머 망대봉

 

다시, 장군봉

 

마지막으로 올려다보는 써레봉쪽 능선

 

추령 내려서니 뜨거웠던 10시간의 산행이 끝난다.

센스 넘치는 산악회 배려 덕분에 물찾아 씻고...

얼음막걸리와 두부 김치, 곁들인 수박까지, 푸짐한 뒷풀이에 한결 피로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