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운암삼거리(09:50) - 모악지맥 분기(10:22) - 묵방산(11:04) - 여우치(11:30) - 가는정이(11:57) - 성옥산(13:34) - 소리개재(13:57) - 방성골(14:23) - 왕자산(15:22) - 장치(16:05) - 420봉(17:00) - 구절재(17:30)
오랫만에 우중산행.
들머리부터 추적거리는 비, 예보만 믿고 조만간 개이려니 했는데 끝내 아니다. 진종일 오락가락하는 비 맞으며 걷는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날, 가쁘게 땀 흘리며 서늘하게 식혀주는 빗속을 걷는 맛은 나름의 별격이니 여름산행의 또다른 진미라 할까.
묵방 성옥 왕자, 이름은 있지만 별도의 단독산행은 이루어지지 않은 듯 우거질대로 우거진 숲은 심산유곡 방불케 하고,
최고봉 묵방산이 535m, 높지 않은 동네 뒷산릉 이어가지만 무던하게 이어지는 능선마루가 아니라 쉼없이 오르내리는 봉우리와 고개의 연속이다. 고도에 비해 은근 힘든 코스다.
인상적인 건 고개마다 서 있는 수백년 묵은 노목들. 한때 당산 대접받았을 나무도 있을 듯, 범상찮은 자태들이다.
햇살 뜨건 날이었다면 그늘마다 쉬어가며 말 건넸을 테지만 오늘은 아니다. 가는 이는 가고 나무는 그 자리, 늘 그래왔듯 푸르디푸른 잎 드리우고 내리는 빗속에 말없는 서 있다.
비켜가고 스쳐가는 마을과 논밭들, 산이 물을 가르고 인심과 풍속 나누고 잇던 시절의 자취를 조금이나마 더듬거나 떠올려 볼 수 있는 풍경들..
궂은 날씨에 더욱 와닿는 그림들 있으니, 높고 큰 산릉에서 느끼지 못하는 호남정맥 특유의 묘미를 느껴가는 걸까.
휘어져 남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대강의 명산릉들은 기왕에 답파했으니 이름없는 나머지 구간들이 더욱 궁금해지던 하루.
들머리 등지고 잠시 남쪽 건너본다.
뒷쪽 줄기가 묵방산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마루금같다.
산소와 밭 가로질러 오른다. 왼쪽에 돌아드는 농로 보이지만 오늘 날씨엔 갈만한 길 아니다.
밭둑 올라서서 돌아본다. 옥정대교가 안개속에 흐릿하다.
저기부터 본격 산길 접어든다. 뒤로 높이 보이는 곳이 모악지맥 분기봉.
왼쪽으로 건너보이는 묵방산릉
조망없는 모악지맥 분기봉에서 묵방산향 꺽어내리면...
울창숲, 우거진 맛이 좋다.
비에 젖어 바다속처럼 짙푸르다. 헤엄치듯 간다.
반팔 반바지 차림이니, 맨살에 가차없이 감겨드는 젖은 수풀들...
키큰 나무 없어 묵방산(뒷봉)이 훤히 드러난다.
길가엔 바야흐로 여름꽃들 지천이다. 눈 심심치 않다.
서쪽 돌아보다. 비안개 일렁이니 불과 300대 고도임에도 제법 큰산릉들 같다.
묵방산 전위봉이 좀 가팔라 보인다. 땀 좀 뽑을려나...
능선 슬쩍 비켜 치오르다가... 오른쪽으로 붙어오른다.
뒤돌아보다
능선 삼거리에서 잠시 다녀온 조망없는 묵방산정.
다시 내려선다. 오늘 코스, 열 몇개 봉우리 쉼없이 오르내려야 한다.
여우치(사진 왼쪽 바깥) 내려서며 남쪽 굽어보다.
사진 왼쪽 산자락 벗겨진 일대가 가는정이에서 올라서는 지점, 뒤로 가로뻗은 능선이 334봉에서 성옥산까지.
여우치 내려서며
뉘 집인지 모르지만, 꽃들이 워낙 고와서리 실례 무릅쓰고 기웃...
여우치 지나... 가는정이로 이어지는 구릉에서
이런 길 볼때마다 낯익다. 어릴 때 뛰놀던 동네 앞산길만 같다.
동북쪽으로 눈길 끄는 산릉 있어 지도 확인하니... 나래산이다.
옥정호도 지척이지만 보이진 않는다.
개망초와 엉겅퀴도 지천으로 피어난 산소자락과 언덕길 지나...
여러차례 마을과 도로 가로지르는 오늘 코스, 땡볕길 걷기보담 젖은 하늘이 오히려 낫다.
밭 가로지를수 없으니 밭둑따라 우회.
묵방산 돌아보다
절묘한 위치 돋보이는 광산김씨 납골묘
오른쪽 나래산, 옥정대교와 멀리 흐린 오봉산릉도 보인다.
수월하게 올라붙은 능선, 다시 내려선다.
가는정이 내려서는 길에 옥정호 굽어보다.
가는정이 삼거리.
마루금은 마을 지나 가운데 봉우리 거쳐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능선 오르며 돌아본 묵방산릉. 제법 잘 생겼다.
능선에서
오늘 내내 만나는 까치수영.
비오는 날씨에 쭈그리기 싫어 그냥 왔는데... 비도 소강이니 한 컷.
다시 정글 속으로 든다.
오늘 코스는 산에서 길 헤맬 노릇 없을 듯하다. 정맥길 외엔 전혀 산길이 없고, 덤불 우거져 길 벗어나 함부로 나대기도 힘들다.
334봉과 부근에서 일행들은 점심.
좀 이른 듯하여 우린 좀 더 가보기로 한다.
성옥산 가기 전 멋진 조망처 있다. 묵방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옥정호 건너보며 점심.
점심 먹는 사이 일행들 지나쳐 간다. 당겨본다.
비비추도 피고 있고...
성옥산 가는 울창숲에서
조망없이 표지만 어수선한 성옥산정.
성옥산 내림길, 유난히 덤불 우거진 구간이지만 성긴 나무들 사이로 시야 트인다.
왼쪽 둥두렷한 달덩이가 왕자산.
가운데 나무에 가린 왕자산, 왼쪽 두 봉우리 중 낮은 곳이 410봉.
왕자산 왼쪽 뒤로 보이는 줄기는 460봉 남쪽 연봉들.
바닥 보이지 않는 덤불숲, 사이 헤엄치듯 간다.
다시 왕자산. 알같기도 하고...
소리개재 지나 이어지는 왕자산(맨 오른쪽)까지의 마루금이 한눈에 든다. 도로끝 고개지점이 방성골.
소리개재 내려서며 건너보다. 이후 구간부터 왕자산까지 요연하다.
소리개재 내려서는 끝자락은 와이어 펜스 쳐진 밭이다. 적당히 간다.
소리개재.
도로따라 왼쪽으로 돌아가도 되지만, 사진 맨 오른쪽 지점에서 올라서도 된다.
올라서는 지점에 리본은 하나도 없다. 그 이유는 짐작대로다.
도로 건너 올라서면 밭이다. 그래서 리본 떼버린 듯.
서남쪽 뒤돌아보다. 도로 따라와도 저 어디쯤서 올라붙게 될 듯.
모처럼 걷기좋은 솔숲이다. 웬일이냐 싶어 황송할 지경이다.
야산에 과분한 솔숲인데 산릉 위치로 짐작컨데, 방성골 비보숲으로 가꾸어진 듯.
오늘 걷는 마루금, 아기자기하고 예쁜 산 많은 호남정맥 중 별 볼품 없는 구간으로 치부하는 이도 있겠지만, 실제 걷는 느낌은 그 반대다.
별로 높지도 않고 고갯길도 자주 가로지르지만 깊은 맛 썩 좋다. 산내 산외란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첩첩 산중에 든 느낌.
착 가라앉으며 젖은 대기는 깊고 그윽한 분위기 한결 더해준다.
도중 방성골 내려서는 지점 고개의 거목
고개숲 사이로 건너본 방성골. 저 봉우리가 다시 올라야할 곳이다.
방성골 고개까지 이어지는 짧은 구간, 북으로 시야 트이는 곳 있어 기웃거린다.
멀리 저 뾰족봉이 어딜까, 궁금하여 지도 꺼내보니.. 설마?
방성골 고개 내려서며 건너보는 왕자산.
그녀석 참, 아무리 봐도 맺힌 구석 없이 두리뭉실 하기는...
다시 능선 오르며 돌아보다. 왼쪽 저 비닐하우스 쪽이 마루금이지만...
밭 가로지를 수 없어 동네 할머니에게 길 묻는다. 마을쪽으로 살짝 내려가다가 산길 접어든다.
이 궂은 날씨에 비맞은 거지꼴로 무슨 산질인가 싶던지 그 할머니, 못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한걱정 늘어놓는다.
아이구 할매요, 비 맞으며 밭일하는 게 더 힘들어 보이시누마는...
뒤돌아보다. 왼쪽은 왕자.
아까 그 뾰족한 봉우리, 설마 했는데... 아무래도 묵방산 같다.
좀 더 올라선 지점에서 또 돌아본다.
꽃밭에 파묻힌 산소.
뉘신가, 꽃들에 덮여 혼곤한 잠드신 이. 오래토록 곱고 평온할 잠의 왕국...
왕자산 가기 전, 길지 않는 410봉 오름이 어지간히 팍팍하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코박고 오른다.
땀과 비의 범벅, 땀인지 비인지 모른 채 온몸 흥건하다. 신발도 조금 질척이려 한다.
한편, 땀과 열기 씻어내리는 비에 젖어가는 살肉을 보며 숨쉬기 조금 나아진다고 느낀다.
살은 흐물거리다 다시 단단해지는 듯하다. 빗물을 호흡하는 피부..
몸에 갇힌 더운 피도 양서兩棲의 기억 거슬러 바다로 나아간다.
비 내리는 하늘 올려다본다. 한순간이나마 하늘과 바다가 뒤집어진다.
목하 나는 헤엄치고 있는 중이다.
동남쪽 돌아보다
왕자산정 직전 바위채송화 군락 덮인 조망바위 있다.
지나온 마루금 뒤돌아보다. 오른쪽 마을이 방성골인 듯.
좌우 성옥산에서 330봉까지
오른쪽 410봉
역시 조망없는 왕자산정.
왕자산이라니, 여하튼 웃기는 이름이다.
다시 우거진 숲길 간다.
380봉 가기 전 동쪽으로 시야 트인다
조금 더 가니 왼쪽으로도 시야 툭 트인다.
저만치 나가본다. 가운데가 장치쪽인 듯..
장치 아래 윗보리밭, 문래실골 등등 재밌는 이름의 마을들..
460봉은 구름 속이다.
...
380봉 아래 고개에도 노목 한그루.
오늘 코스엔 고개마다 노목 있어 눈길을 끈다. 대부분 사람들이 걸어서 고개 오르내리던 그 옛날, 참으로 고마웠을 나무들...
장치 내려서며 보는 460봉(가운데 구름속)
장치가는 길 개망초밭
우뚝 높아지는 460봉 전위봉
지도상으로 보면 460봉 남북대각으로 봉우리들 연이은 능선이 눈길을 끈다. 장치 직전에서 보는 실제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장치 부근에서 보는 남쪽
장치의 노목. 대단히 육감적이면서 위엄있는 자태다.
전체 모습 담고 싶었으나 비오는 하늘 향해 카메라 치켜들수 없어 부분만 담았다.
오늘 걷는 길은 고갯마루 노목들을 만나는 감동의 순례코스이기도 하다.
원추리, 뜨물이 잘 끼는 꽃이다.
돌아보는 왕자산과 이어지는 능선. 민둥한 곳이 마을 굽어보았던 지점.
왕자산 오른쪽, 어지간히 팍팍하게 올랐던 410봉
장치에서 460봉 치올리는 노릇도 어지간하다. 그래도 460봉 오르면 끝이 보인다..
역시 조망은 없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마지막 420봉 향해 내쳐 간다.
460봉 능선 내려서며 돌아보는 연봉 능선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420봉.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다음구간 산릉도 보인다.
오른쪽 멀리 둥그스럼한 게 담 구간 소장봉인 듯.
420봉. 무슨 봉이라 적혀 있는데 멀고 흐려 판독되지 않는다.
420봉 지난 조망바위에서 건너보는 남쪽
능선은 막바지까지 울창하다.
날머리 앞두고...
오른쪽 구릉따라 마루금 이어질 듯한데, 개망초꽃밭 보기 좋아 한참 뭉기적거리다가...
마루금 버리고 잡풀없이 좋은 길따라 구절재 도로까지 나간다.
땀비 범벅으로 젖은 몸, 구복리 개울에서 대충 씻고 뽀송하게 옷 갈아입으니..
문득 엄습하는 허기.
시원한 막걸리와 두부로 요기하고 차에 올라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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