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광양 진상 구황리(08:10) - 억불봉(10:06) - 백운산(12:30) - 한재(13:49) - 점심 - 따리봉(14:45) - 밥봉(16:07) - 하천산(17:12) - 하천리(18:20)
여유롭게 즐기기엔 좀 긴 코스지만, 올해는 남도 봄빛 한번 제대로 본적 없으니 퍽이나 기대했다.
헌데 뜬금없고 생뚱맞은 사월의 눈산행... 참, 뭐라 해야 할까?
분명 제철 아닌 눈꽃은 재미 좀 덜했다. 잃어버린 봄빛, 산행 내내 아슴아슴 눈에 밟히고 있었으니 더욱 그럴 밖에.
하지만 계절과 세상 밖으로 흐르던 길,
다시 없을 그 길의 시간은 각별하고 아득했다. 돌아보는 봄꿈의 미련 잠시나마 버리고 잊어도 좋을만치..
각설하고,
오랫만에 다시 오른 억불봉은 여전히 멋스럽다. 억불봉에서 건너보며 입맛 다셨던 기억 선명한 서쪽 거암봉, 바구리봉 거쳐 오르니 더욱 좋다. 물론 때 아닌 눈발과 얼음이 조금 조심스럽긴 했다.
조망과 계절 산빛의 아쉬움 안고 안개와 눈꽃이 점령한 백운 주릉길 걷는다. 눈발에 바람 차가워도 백운 정상부는 인파로 붐빈다. 정체로 잠시 우왕좌왕.
혹시나 하며 오른 신선대, 역시나 하며 내려와 미답길 한재 거쳐 따리봉 오른다.
남쪽 180도 시원스레 조망 트인다. 논실 방향 동곡천 계곡 굽어보는 고도감 좋고, 안개 잠긴 백운산릉 건너보는 맛도 나쁘지 않다. 뒷태 궁금하던 구례 문척쪽(계족산과 둥주리봉) 그림도 그럴 듯하여 썩 구미 당긴다. 그러나 기대했던 북쪽 시야 트이지 않아 좀 실망이다.
이 느낌은 이후 밥봉 능선 진행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서부 지리와 남쪽 지능선들 멋지게 감상하는 조망코스로 기대해 마지 않았던 밥봉에서 하천산까지 능선, 한동안 조망 트이지 않고 울창숲길만 이어진다. 제대로 된 사방조망대라곤 하천산 지나 호랑바위(?)가 유일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사방 시야 수습하는 셈이니, 눈시원한 조망산행과는 거리 먼 코스다.
사실, 따리봉 도솔봉에 맥 잇는 구례 문척의 오산 둥주리봉과 계족산은 경관 빼어난 조망암릉 많아 조금이라도 비슷한 구석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이 코스는 그보다 백운산 이후의 호남정맥 매봉과 쫒비산 구간을 더 연상시킨다. 그저 걷기 좋은 숲길 이어지다 마지막에 한방 터뜨린다.
봄눈 위세 대단했지만, 계절을 어쩌랴. 남도대교 내려서는 끝자락엔 벌써 연달래 피어나고 있다.
바람찬 눈꽃길 걷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봄빛 미련 불현듯 되살아난다. 조만간 연두 봄빛 제대로 감상하는 한 코스쯤 답파해야 오늘의 이 미련, 후련히 씻겨내릴 성 싶으다.
코스 참고 :
들머리는, 구황마을에서 계곡 오른쪽 시멘포장길만 내내 따라가면 된다. 포장길 끝나면 자연스레 계곡 오솔길 접어들고, 갈림길에서 노랭이재와 억불봉향 나뉜다. 이후 좀 가파르다. 계곡쪽 뚜렷한 길 따라가거나 오른쪽 가파른 능선에 붙어도 된다. 그 경우 미리 보는 바구리봉 조망이 있다.
백운 주릉과 따리봉, 밥봉 거쳐 남도대교길은 이정표 아주 좋아 옆길 샐래야 샐 수 없다.
구황마을에서 올려다보는 억불봉(정확하게는 바구리봉)에 구름 일렁인다.
낮엔 활짝 갤 거란 예보였으니, 저거이 조만간 벗겨지겠지?
특이한 날씨라 유난히 강렬한 봄빛이다. 꽃진 매화밭 너머로 연두가 지핀다.
뉘집 키큰 동백도 기웃...
완만한 오름길, 바람 제법 차지만 기분좋게 간다.
뒤돌아보면 비갠 하늘 아래 빛나는 남도산하
연두 기승하는 골도 굽어본다.
꾸준한 오름길, 어디서나 잘 띄는 하동 금오산과 수어저수지도 드러나고...
자주 건너본다. 저 빛 궁금해서 예까지 온 것.
산자락 너머 억불암릉(바구리 암봉들)이 보인다. 특급조망 기대를 부채질한다.
길가엔 복사꽃 만발이고...
건너 산자락은 아주 봄빛 지대로다. 내가 단풍보다 더 좋아하는 빛깔...
포장길 끝나고 오솔길 접어들어 계곡따라 간다. 간밤 내린 비에 물소리도 졸졸...
억불봉쪽으로 간다.
그런데, 야철로란 지명이 흥미롭다. 노랭이재 너머 광양제철 연수원 있으니 그들이 붙인 이름인가 했는데... 아니다.
기록 찾아보니 지난 세기 초 지역의 기개높은 항일 의병들이 무기 만들던 야철로 있던 곳이라 한다. 뜻깊은 유적이다.
흐린 계곡길 버리고 오른쪽 능선 향해 코박고 오른다.
거대한 바위 가로막는다. 앞선 일행들, 오른쪽으로 우회해 오르는데 조망갈증에 성급한 몸은 바로 달라붙는다.
바위 첫 단 올라서 보는 옆모습
노랭이봉 굽어보는 얼굴이다.
노랭이봉과 바구리봉
돌아본다.
왼쪽에서 가운데로 호남정맥 끝줄기 가로질러가며 여맥 바다에 담그고...
피라밋처럼 우뚝한 하동 금오산과 남해 망운산릉이 시원스럽다. 좀 당겨본다.
당겨본 남해섬, 망운산릉 오른쪽으로 설흘산릉이 뾰족하다.
사진 오른쪽 연기나는 여천공단, 더 오른쪽 다리는 얼마전 개통한 이순신대교일까?
정맥길 매봉과 갈미봉 능선 너머로 섬진강과 악양, 악양 둘러싼 둥근 능선까지...
아직 구름 드리운 저 모습, 백운산정쯤 가면 더 깨끗이 보이겠지? 라고
함부로 망상한다.
갈미에서 쫒비산릉.
바구리봉 암릉이 위압적이고 당당하다.
진행하며 보는 모습
돌아본 조망바위
바구리봉 우회하며 보는 업굴 윗쪽.
죄많은 놈, 방구 떨어질까 겁나 얼른 내빼간다.
경사진 바위 디뎌 오른 억불봉에서 돌아본 바구리(바구니의 방언)봉. 바구리가 어떻게 생긴 그릇인지 짐작이 간다.
바구리봉은 낡은 철계단으로 오를 수 있는데, 억불봉에서 저 방향으로는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밧줄 쳐 놓았다.
사실 방금 올라온 이 바윗길, 오르긴 수월해도 내려서려면 꽤 조심스럽고 오금 저리겠다.
투구봉이라 불러도 될 듯. 엄청 단단한 대굴빡같다.
억불봉 정상의 안내문
흐~~ 엷은 눈꽃이다. 신기하긴 해도 별 재미없는데...
봄꽃 히어리와 겨울꽃이 함께 피었네.
진행방향 가늠해 보니...
심상치 않다. 정상부와 주릉 구름이 짙다. 예보만 믿고 곧 개일 줄 알았는데 아니다.
조망바위 두엇 넘어간다
돌아보는 억불봉에 누군가 보인다
햇살 있다면 발그스레한 봄산빛 참 고울 텐데...
억불봉에도 다시 안개 슬그머니 덮이려 하고 있다.
억새능선에서 돌아보니... 기어이 구름속.
진달래 꽃망울이 진달래 대신 눈꽃을 피웠다.
아마 저대로 얼어 떨어질 게다. ㅉㅉㅉ
요놈은 그래도 피어보긴 했고..
노란 히어리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듯
잠시 솔숲길, 슬슬 눈꽃산행 모드가 되어간다.
나름 이채로운 풍경이다.
눈꽃 두터워진다.
안개속 눈꽃 피우는 관목숲은 언제나 신비롭다
높은 지대 진달래답게 유난히 붉은데...
추위에 적응되어 내성도 강할까?
995봉 전 봉우리 우회없이 바로 올라본다. 구름 일렁이니 혹시나 조망 트일까 해서다.
숲 사이 조금 시야 트이는 곳 있어 눈 털며 나가본다.
지니온 능선 돌아보인다.
가야할 995봉
연수원쪽 삼거리 지나 995봉 오르는 길, 안개 점점 깊어지고 눈꽃도 두터워진다. 조망 기대도 더불어 사라진다.
백운사 삼거리 헬기장에서 첨으로 다른 일행 만난다.
머, 이젠 눈꽃은 제대로다.
교행해 가는 이들, 호호깔깔 눈꽃놀이 즐겁단다. 봄빛 아쉬운 난 괜히 심술이 나서 퉁놓고 싶어진다.
정상부에 다다르니 밧줄잡고 오르는 바윗길이 정체다.
기다리기 싫어 오른쪽으로 에둘러 바로 오른다. 근데 정상을 넘을 수가 없다. 정상석 붙들고 있는 사진 찍는 이들이 여럿 가로막고 있다.
바위에 눈만 붙어있지 않다면 뒤로 비켜 그럭저럭 넘어가겠는데 아이젠도 없이 그러기엔 넘 위험하다.
되돌아와 제길로 간다. 다행 그 사이 정체 좀 풀렸다.
내려오며 본 정상부
정상 오르는 이들
신선대도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구름 일렁이는 품이 혹시나 싶다.
올라본다.
신선대 오름길, 바위 더하니 눈꽃은 좋다.
신선대엔 한사람 발자국 있다.
올라본지 오랜 신선대, 예전에도 저 계단 있었던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바위틈새로 올랐던 거 같기도 하고..
오르며 돌아보다.
신선대에서 굽어본 모습
눈꽃은 좋은데...
구름도 한번만 슬쩍 벗겨져 주면 좀 좋을까?
신선대 아래 주등로에서 사람 소리 들려 굽어보려는데 바람이 장난 아니다. 날아가겠다.
꼬랑지 낮추고 후딱 내려온다.
내려오는 도중에 잠시 시야 트일듯 말듯...
도로 올라가 봐?
잠시 기다리며 기미 살피지만... 아니다. 그냥 간다.
뒤돌아본 신선대 바위
우리 일행들도 몇 분 만난다.
한재 향해 고도 낮춘다. 그래서일까?
하늘 훤해지며 눈꽃 한결 부시게 빛난다.
새파란 하늘이 금새라도 드러날 듯하다.
우회하는 조망바위 하나 보인다. 냉큼 올라본다.
역쉬~!
왼쪽이 한재, 오른쪽은 885.8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한재 너머 따리봉은 아직 구름 속이다. 저기 갈 때쯤이면 벗겨지겠지?
휘날리는 구름 아래 885.8봉
숲 사이로 언뜻언뜻 시야 트이니 안개 속보다 한결 낫다.
조망 트이는 곳에서 또다시 굽어본다.
따리와 도솔
구름 움직이는 속도가 장난 아닌데, 사진은...
판타지 영화 세트같은 분위기.
얼굴 허옇게 분장한 이들 우르르 나타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한...
묘하게 몽환적인 길이다.
또다른 조망대에서 보는 악양 방향. 흐릿하게 깃대 칠성봉도 보이고..
885.8봉 능선
한재 내림길에서
얼추 점심시간 넘어서리 한재에서 점심 먹으려 했으나 바람이 너무 차다.
그냥 올라가다가.... 바람 피할 만한 곳 보여 자리잡고 앉는다.
눈 위에 깔판 깔고 앉았는데 의외로 따뜻하다. 강풍 불고 눈 날리며 겨울 티 내지만 역시 계절은 어쩔 수 없는갑다.
비록 눈 덮인 땅이지만, 지금 그 속은 수많은 뿌리들 펌프질 노동의 열기로 뜨겁다는 거다.
따리봉 오름길, 숲 사이로 내내 눈길 사로잡던 885.8봉 능선. 당겨본다.
뒤로는 아마 성제봉릉일까?
허나 더 이상 저 능선의 빅진한 굴곡을 살필 포인트는 없다.
혹시 따리봉은 어떨까...하며 간다.
삼거리. 따리봉은 잠시 왕복이다.
따리봉에서 보는 도솔봉
도솔 오른쪽으로 흐릿한 천황과 둥주리봉.
남쪽 계곡.
오른쪽 도솔 남릉, 그 끝이 이름만 거하신 백계산
따리봉 조망 비록 좋으나 북쪽은 영 깜깜이다. 지리 등지고 나몰라라다. 결정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백운산릉의 상봉 도솔봉 따리봉 중 가장 북쪽 위치라 조망만 트인다면 참으로 대단할 터인데...
그러나 오늘 코스 중 가장 기대만땅의 밥봉 능선이 아직 남았다. 서둘러 따리봉 등지고 돌아선다.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나는 아슬한 조망처.
눈붙은 나뭇가지 사이로 진행 능선 보인다. 조금 당겨본다.
시간 여유롭다면, 저 앞 지능선 바위까지 다녀오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가지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 끝이 밥봉인 듯하고, 밥봉 너머 드리워지는 산그림자는 왕시리봉같다.
천황산(좌) 계족산(우) 둥주리봉(가운데) 방향. 계족산릉 너머 빼꼼한 게 오산인지 아닌지...
암릉 좋은 계족산 북서릉과 천황봉 둥주리봉 잇는 준원점 코스 그려놓고 아직 미답이라 썩 궁금하던 곳이다.
저 위에서 입맛 다시던 그 바위 있는 능선.
능선 곳곳, 잠시 찬바람 죽고 훈풍 드는 곳 있다.
그런 곳에선 문득 벚꽃놀이 나왔나 싶은 착각에 빠진다. 그저 환하게 눈부시기만 한 하늘 아래 망연히 걷는 느낌...
...싫지 않다.
계절 밖으로 난 길은 어쩌면 세상에 없는 길일런지 모른다. 낯설고 아득하여, 세상 밖 피안으로 닿아있을 것만 같은 길.
젊은 시절이었다면 누군가의 손잡아 끌며 끝없이 가자, 가자, 하고픈 길이다.
또다시 계족과 둥주리. 너머 보이는 건 곡성의 산릉들이렷다.
당겨본 진행방향 산릉. 하천산 가기 전 북바위봉 분기봉쯤일 듯.
너머 보이는 건 영신봉과 형제봉같다.
길 옆 바위 올라 뒤돌아보다.
걷는 맛보다 보는 맛이 낫네^^
역시 계족과 둥주리쪽.
조망없는 밥봉 지나 내려서는 길에 비로소 전방 시야 트인다.
885.8봉 너머 왼쪽으로 깃대봉과 칠성봉릉. 그 왼쪽으로 성제봉릉.
지리 주릉과 남부릉
당겨본 천왕과 삼신
조금 더 내려온 지점에서
또다시 몽환의 꽃길 걷다가...
돌아보는 백운과 밥봉.
당겨본 백운산
성제봉릉과 깃대 칠성봉릉
백운 따리 도솔 밥봉
하천산 내려서며 보는 호랑바위 너머 서부 지리 능선. 당겨본다.
왕시리 노고 반야 토끼 명선까지
호랑바위에서 돌아본 하천산과...
이 능선 최고의 조망명당, 호랑바위에서 보는 지리.
까칠한 써레...^^
반야쪽.
이제 구제봉도 보이고..
당겨본 성제봉릉
마지막으로 함 더 돌아본다.
저녁햇살 받는 눈덮인 백운릉. 문득 피안의 산줄기, 머나먼 히말라야같이 느껴진다.
진달래 지고 있는 산길따라 총총 내려선다
지리 함 더 당겨보고..
왕시리와 반야쪽도..
정면의 이 줄기는 불무장등 끝, 촛대봉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쌍계사 벚꽃철에 많이 오르는 코스인데, 조망 없지만 벚꽃철엔 진달래도 많아 그런대로 걸을 만하다.
굽이 흐르는 화개천. 뒤로 아득히 걸리는... 지리.
남도답다. 연달래 벌써 만발이다.
봉화대터 지나서..
남도대교 굽어보며 철쭉 따라 내려선다.
아, 저 연두...
아침에 만났지만 진종일 눈꽃 산행에 잠시 잊고 있었다.
늦은 시각, 햇살 없어 조금 어둡지만, 연두의 본성이 어딜 가랴. 나날이 번지며 지펴갈 초록 세상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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