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안사면 돌고개(10:25) - 오현(11:20) - 곤지산(11:40) - 소나무봉(곤지봉 11:55) - 선의현(12:03) - 478봉(비봉산, 보현지맥 분기 12:45) - 문암산(13:05) - 점심 - 문바위(13:50) - 산길 내려와 농로(14:20) - 보현지맥 169.8봉(14:40) - 지맥 이탈(15:05) - 임도와 농지, 농로 따라 - 다인읍(16:10) - 택시로 출발지
청화와 냉산, 만경 장자봉에서 흐린 빛으로나마 내내 건너보이던 의성의 산릉들. 일월산맥으로도 불리며 높이에 비해 자못 씩씩하게 뻗어가는 보현지맥 끝줄기가 근래 자주 눈에 밟혔다. 막상 올라보니 코스 제법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까막눈이 보기에 지형 지질이 특이하다. 옛날 해벽 혹은 강벽이 뒤집어지거나 솟아올라 산이 된 걸까?
붉거나 흰 마사토, 콘크리트 마구 부어놓은 듯한 암반과 촛농 흘러내려 굳은 듯한 암벽, 퇴적층 드러내거나 층층 계단 이루는 바위와 거기 박힌 동글동글 몽돌들, 암벽 암반에 붙어사는 부처손이나 이끼류 식물들... 자연사나 생태 탐사 나온 듯 흥미로워, 낮은 고도 아랑곳 없이 흐린 조망과 각종 볼거리 즐기며 느리게 간다. 아니, 느린 게 아니라 바쁘다. 우왕좌왕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헉헉댄다.
돌고개에서 곤지산 소나무봉까지는 문암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산줄기지만, 코스 아기자기하고 볼거리 많다. 반면 산줄기 위세 당당한 문암산은 정작 숲이 너무 울창해 별 산행 재미가 없다. 숲이 썩 좋은 것도 아니다. 일부구간은 관리 제대로 되지 않는지 솔숲이 병들어가고 있다. 전날 도개 문암산의 인상 워낙 강했던 터라 이름값 기대 컸던 문바위 또한 조금 실망이다.
조망처 많은 전구간에서 굽어보는 안계벌판은 시설물 별로 없이 시원스럽고, 뜻하지 않게 만난 분홍노루귀는 원족의 보상이기라도 한듯.
곤지 문암산 전 구간 걷고 보현지맥 다시 이어 비봉산까지 올랐다 내려설 요량이었으나 욕심대로 되질 않는다. 너무 늦은 출발에다 어영부영이니 시간 빠듯할 듯하다. 비봉산은 쾌청한 훗날 기약키로 하고, 구릉과 논밭길 거쳐 다인면 소재지로 걸어나가 마무리한다.
돌고개에서 올라서니 안계공동묘지? 여하튼 묘지 많다.
차량 운행해왔던 안계쪽 돌아보다.
첨부터 무언가 이채로운 게 눈길 사로잡는다. 흙빛이 왜 이러지?
봉분 벗겨진 산소가 붉은 빛, 게다가 마사토다.
암반은 또 왜이리 시원스런 거야?
고도산 국사봉릉(이하 국사봉릉) 돌아본다.
고도 낮은 산길에 꽤 야무지게 볼거리 있다.
흘러내려 굳은 걸까? 물결에 마모된 걸까?
지질에 대해선 당최 까막눈이지만 호기심 마구 동한다. 금성 비봉은 화산이었다는데 여기는 또...?
여하튼 의성 일대 산릉들, 바위 많이 드러나 있고 특이하다.
돌아보는 암반. 공구리 포장길같다.
깊지 않은 벼랑 옆으로 이뿐 곤지산릉 보인다.
돌아보다. 저 뾰족한 게 해망산일까?
보현지맥 돌고개 서쪽은 오늘 이렇게 답사하지만 동쪽도 이 비슷한 지형 지질이라면 함 돌아볼만할 듯.
길은 기본 모드로 솔숲길
고도산 자락을 핥으려는 듯 허리틀며 흘러내리는 산세 특이하여, 고도 국사봉과 이어서 함 돌아볼만하겠다, 싶어 찜해 두었는데 글쎄...
숲이 너무 우거져 보인다. 산세 좋아도 조망처 없다면 등산 재미는 별로다.
곤지산과 문암산릉(작명 근거 의심스런 비봉산도 문암산릉으로 포함).
또...
여하튼 심심치 않다. 거저먹기 수월한 코스인데, 지질답사라도 나온 듯 기웃거리며 넘 시간 끌며 간다.
근데 지형이 넘 재밌어 도저히 속도 나질 않는다.
올해 첨 보는 진달래.
올봄은 별도의 꽃산행 접었다. 보면 보고 말면 말고... 하긴, 어지간히 보긴 했다.
돌아보다. 오른쪽 봉우리는 좀 전에 지맥에서 분기한 줄기.
진행방향 곤지산과 소나무봉(왼쪽)도 보인다.
오현의 장한 당산
일부러 만든 계단같기도 하고..
이건 또 뭐...
지나온 길 돌아보다
건너 국사봉릉 전후. 지형도에 일월산맥이라 적힌...
또 돌아보다
분재같이 만들어놓은 소나무. 쫌 징그럽다. 자연스럽게 두는 게 나았을 듯...
찰떡처럼 짓이겨 놓은 암반 너머 곤지산. 마빡마다 바위띠 두른 게 흥미롭다.
자세히 보니 그 머리띠, 중간에 패인 수평선 있다.
물결 흔적일까? 푸른 산이마에 물결무늬 자국? 적어놓고 보니, 어떤 시집 제목 표절같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이라는...
혹시 저게 바닷가나 강가 절벽이 물결에 의해 파인 자국이라면, 대체 이 산은 언제 어디 출신일까?
썩 궁금해진다.
길은 내내 걷기좋은 숲길
산이마의 저 물결무늬 자국보며 한참 앉아 놀았으면 싶던 곳
고도산릉 감싸고 내리는 역동적인 산세, 풍수들 필시 한소리 하실 만한 형국이다.
지형도상 곤지산이지만, 의성인들은 저 소나무봉을 곤지봉이라 부르는 듯.
몽돌 총총 박힌 탑
당겨본 솔봉
소나무봉 가며 돌아본 곤지산릉
수령 350년 보호수.
멀리선 꽤 멋스러운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안쓰런 자태다. 지팡이 짚고 가지 몇 날아가고...
게다가 쫌 분재스러운 바 있다. 말하자면, 좀 곤지랍다... 그래서 곤지봉인가?ㅎㅎㅎ
곤지봉 내려서며 보는 문암산릉. 시원시원한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힘차고 멋스럽다.
문암산 기록 찾아보다가, 경북도청 이전 후보지와 관련하여 저 산세를 풍수적으로 극찬하는 주장 본 적 있다.
풍수야 믿지 않지만, 여하튼 참 잘 생겼다는 느낌이다.
다른 포인트에서 보아도 마찬가지다. 시원스런 산세다.
글구 보니... 산행 진도보다 좀 앞서가는 얘기지만,
저 왼쪽 봉우리, 보현지맥 분기봉인 478봉에 비봉산이라 적힌 표지 달려 있었다. 예서 보는 저 산세는 과연 날개편 봉황같다(좀 뚱뚱?).
풍수적으로 극찬했다는 그 글은 저 산 전체를 문암산이라 부르고 있었고, 나도 크지 않는 저 산은 그냥 문암산 이름 하나면 좋겠다 싶다. 문암산 이름 유래는 산정 서쪽에 있는 문門바위인데(저 아래 사진), 앞서 구미 도개 문암산 편에서 언급했듯 門巖은 文巖과 통한다. 출사를 통한 입신양명의 열망이 문암이란 이름에 투사되어 있다. 그런데 비봉은 또 뭘까?
문헌상으로나 풍수적으로 근거 불명확한 비봉산(어떤 지도엔 용천봉)이란 이름을 지역민들 명의로 공식 표방했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봉飛鳳은 개개인의 출사나 입신의지를 담은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을 넘어 지역 자체의 발전이나 도약을 예감하는 이름이다. 문암에 앞서 비봉을 내건 것은, 이 지역이 도청 이전지로 확정되었으면 하는 열망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오른쪽 저 봉우리(저기를 용천봉이라 한 지도도 있음)도 가보고 싶었으나 조망 없을 듯해 포기.
신의현 고개.
남쪽에서 오르는 주등로는 신의현 고개 직전 안부로 이어지고 있었다. 등로 이정표도 거기 있다.
민둥봉 오르며 돌아보다. 솔을 당겨본다.
굽어보는 삼분리 일대. 너른 안계벌판에 봄안개 자욱...
한창 사초들 꽃피는 시절.
실처럼 길고 싱그러운 푸른 잎들로만 기억나는 사초지만, 저런 조그만 꽃 피었을 때도 나름 예쁘다.
누가 보아주든 보아주지 않든, 모든 꽃은 저마다 예쁜 꽃이므로...
비봉산. 전 봉우리가 솔덮인 암봉으로 봉긋하다.
저 바위벽. 다가가본다. 누가 일부러 짜맞춰 놓은 듯.
나무 이용해 바로 올라볼까 하다가... 갈길 먼데 쓸데없이 용쓰기 싫어 우회.
우회해 온 그 바위벽, 한 단 더 위에서 굽어보다.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든다. 좀 당겨본다.
벌판도 함 더 굽어보고. 어저께 오른 만경산이 저기쯤 보여야 하는데...
당겨본 남송지와 용천지
비봉산 이름표 있는 478봉. 문암산으로 향하지 않고 비로재로 가는 보현지맥 분기봉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지맥 향하는 길은 이 봉우리 좀 전에 있었다.
문암산 가는 길, 상태 좀 안 좋은 솔숲
안부 갈림길, 안사쪽은 갈 수 없단 표지가 흥미롭다.
아무런 특징없는 울창솔숲 문암산정.
높이도 좀 어중간해 보인다. 어디서 보아야 여기가 산정처럼 보일지 궁금하다.
우회하는 솔숲길
곳곳 생강나무꽃도 만발..
안부 내려서기 전 남으로 시야 트이는 곳 나타난다
특작이나 시설작보다 논농사 중심이라 시원스런 벌판이다. 안계와 다인쌀은 꽤 유명하다.
적당한 바위 골라 안계평야 굽어보며 점심.
문암산릉 내려서서 가장 수월하게 다시 보현지맥 붙어오를만한 곳 살펴본다.
저 잘룩한 지점이 좋겠다. 길도 벌판 가로질러 그 앞으로 나 있다.
멀리 흐리나마 만경 장자봉 능선도 보인다.
비봉산으로 오르는 줄기도 한눈에 들고...
식후에 무심코 내려서다 보니... 어라!
문바위 위다. 사방직벽이니 뒤돌아 우회하여 내려서야 할 듯.
우회하며 올려다본 문바위들
틈새 기웃거려 본다.
아까 위에 올랐던 바위가 여기.
저 바위 올라서면 다시 조망 트이고 문바위 이름표 있다.
하나 불만스런 건, 남으로는 조망 트이지만 정작 문바위는 돌아보이지 않는다.
굵고 높은 수직 기둥같은 신비로운 바위들 한눈에 굽어볼 수 있도록 나무들 좀 쳐내면 좋지 않을까?
비로재도 보인다. 사진 왼쪽 지붕 파란 집들 있는 곳 맨 남쪽 하얀 집 앞. 당겨본다
만경산 장자봉도 흐릿..
하산릉. 샘골로 가지 않고 보현지맥 최단거리 접속할 능선으로 간다. 푹신한 길 좋다.
저만치 건너 능선에선 멧돼지 포효 들리긴 하지만...
농로 따라가며 보는 비봉산과 솔무산릉
돌아본 문암산릉.
문암산릉에서 미리 보아둔 골로 접어들어 밭자락 지나 살펴보니 계곡길은 없는 듯. 오른쪽 산소 뒤 능선으로 붙어 오른다.
낯익은 빛깔의 마사와 푹신한 낙엽길.
지맥길 다시 만나고...
흠~ 여기도 암반 우에 무슨 거처 있었던 듯
역시 재밌는 지형
오른쪽 벌목지대. 지도상 염소방목지라 되어 있다. 건너 솔무산릉.
문암산릉
비봉과 솔무
비봉만
다시 솔무.
다시, 비봉
비봉산 등하산 시간을 가늠해 본다. 아무래도 빠듯하겠다.
너무 늦게 산행 시작한 데다, 피로 쌓인 몸은 무겁고, 해찰은 많았던 탓이다. 간단히 말해, 종주모드도 아니면서 코스 좀 무리하게 잡았단 얘기.
비봉산 포기하니 문득 시간 여유롭다.
지척인 징걸재 가서 택시 부를 바에야, 다인면 소재지까지 걸어서 가 보기로 한다. 가급적 산길 따라서...
시멘포장 지맥 벗어나 암반길 따른다
이후 구간은 포장 비포장 임도가 많다.
능선이라지만 개간/미개간 구릉이니 산행이 아니다. 그래도 포장길보담 낫지...
머, 이런 식이다.
건너보는 아쉬운 비봉산.
헐... 그나마 산자락 비슷하던 길은 끝나고...
사진 가운데는 만경산이다.
그 앞으로 다인면 소재지.
최대한 포장길 피하고, 애초 맘먹었던 구릉을 따라 이어본다.
뒤돌아보다. 문암에서 솔무산까지.
문암
길가에 핀 산수유도 구경하고..
또 뒤돌아보다
비봉
저기 지나면 드디어 흙길은 끝.
시북마을 거쳐 농업기반공사 옆에서 오늘 일과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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