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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금남)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 장안산에서 사두봉 130310

by 숲길로 2013. 3. 11.

코스 : 무룡고개(09:00) - 영취산(09:20) 왕복 - 입산제 행사 - 무룡고개(09:55) - 팔각정 왕복 - 장안산(11:00) - 삼각점봉(백운산, 범골봉 12:17) - 950봉(13:43) - 밀목치(14:00) - 논개활공장(14:18) - 사두봉(14:55) - 바구니봉재(15:38) - 수분령(16:30)

 

 

기약없이 걸음 떼는 금남호남정맥 첫구간. 뜬금없이 되풀이되는 꽃샘 덕분에 여태 장안산 올라본 중 가장 깨끗한 조망이다.

계절 바뀌는 시절, 바람은 매운데 햇살은 따사롭다. 잔설에 떨어지는 예각의 빛살에 자주 눈은 부시고 잎없는 잔가지들, 가시처럼 빛나며 봄바람에 현깃증 돋군다. 투명날개 달고 또다시 드높이 흔들리고 싶은 푸른 열망들...

 

금강과 섬진강 물길 나누는 오늘 코스, 도중에 분기하는 주요 줄기 없이 단순하고 길도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다. 허나 장안산 오름길과 활공장 제외하곤 단 한군데도 조망 트이는 곳 없고 능선 숲도 좀 단조롭다(계절 탓일까?).

사두봉 향해 가는 내내 서서히 각을 펴 오는 장안산릉 돌아보는 눈맛도 아쉽고, 장수읍 건너 팔공 선각 덕태 성수의 장쾌한 고산릉 벅차게 바라보고픈 갈증도 절실하다. 그 갈증은 분위기 영 사나운 공사판 활공장에 가서야 조금 풀린다. 

뱀대가리란 이름으로 보나 봉화대였다는 전승으로 보나 조망제일 마땅할 사두蛇頭봉도 마찬가지다. 피차 반갑잖을 산소 두 기만 덩그러니 품고 사방 눈 닫았다.

이어지는 능선에선, 월경산에서 봉화산으로 힘차게 뻗어가는 대간릉이 숲 사이로 감질나게 보인다. 그래서 혹시나 혹시나, 여차하면 좌우 기웃거리며 조바심치며 가는 걸음이지만 끝내 수분치로 꺽이며 똑 떨어지고 만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코스라 할까...

실정이 그렇다보니 장안산 이후 전구간 내내 걷는 맛으로 걷게 된다. 종주 고수들이야 산따라 길따라 천차만별 걷는 맛의 감별이 가능할 테지만, 내사 아직 그런 섬세한 안목을 얻지 못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름의 맛맛으로 걸어보았던 한 시절도 있었던 듯한데, 몸에 채 배지 못했던 그 느낌은 잊은 지 오래.

조망없고 별 특징없는 숲길에서 별 재미 못 느끼니, 한눈 팔듯 묵은 고갯길들에 자주 눈길이 간다. 심심풀이삼아 독도연습삼아 볼펜 꺼내 모가지 걸고 옛길 뚜렷한 곳은 지도상에 표기해 본다(위 지도에 대충 그려넣었는데 독도미숙이나 기억착오로 틀릴 수 있음).   

어쨌거나... 산길 품평 따위 암생각없이 오직 꿋꿋이 이어간다는, 종주산행의 본령을 잠깐 맛보았다면 맛본 셈인데, 염불보다 젯밥에 더 관심많은 내 속된 산행 취향이 얼마나 버텨낼지 자못 걱정이다. 물론 호남정맥 어지간한 명산은 대충 올라보았으니, 그 기억의 유혹만으로도  전후 구간 이어갈 동기는 충분하다 하겠지만, 행여  그 기억들이 외려 갈피없는 변덕의 빌미로 작용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또 바랄 따름...

 

무령에서 왕복한 영취산에서 보는 남덕유 방향 대간릉

 덕운봉 갈림 조망바위가 눈길 끈다.

 

다음 구간 중, 맨 왼쪽 사구이치에서 완만히 이어지는 천상데미, 뒤로 봉긋한 선각산, 삿갓 홍두깨치 지나 덕태 시루, 신광치 지나 성수산릉

성수산 오른쪽 멀리 보이는 건 무얼까? 형태로 보아 짐작되는 이름 있지만, 과연...

 

저 팔각정은 길 벗어나 있지만 함 다녀올 만하다. 기분좋은 눈맛과 함께 시작하는 즐거움 있다.

팔각정 11시방향 위로 보이는 두 봉우리 중 오른쪽이 백운산(삼각점봉).   

 

왼쪽 황석릉과 오른쪽 괘관산릉.

이렇듯, 겨울 영취산에선 그럭저럭 보일 건 다 보인다.

 

되내려오며 건너본 장안산. 지척임에도 영취산에선 정작 보이지 않던 산이다.

 

무사완주 기원하는 입산제가 경건하다.

 

씩씩하게 출발!

 

팔각정에서 대간릉과 남덕유 건너보다. 월봉 지나 분기하는 거창의 두 명산릉까지... 

 저수지는 장계 논개생가 옆 오동제

 

가야할 장안산릉

 

무령 건너 영취산

 

오르며 보는 백운산 오른쪽으로 낯익은 저 산이 뭘까, 잠깐 궁금한데... 

 

 

다름 아닌 지리.

 

조망 툭 트이는 억새능선에서 금원 기백 황석 거망릉 돌아보다

황석 오른쪽 멀리 금귀봉이 뾰족하다.

 

 

클릭! 유치뽕놀이^^

 

걸음 더디다

 

 

와 본지 오래지 않은데 언제 저런 시설물 잔뜩 생겼노?

 

 

 

 

 

 

 

모델 많으니 밀고 당기며...

 

 

 

 

 

 

 

 

 

 

대간릉과 상연대쪽 능선만 걸어본 백운산, 저 까칠한 능선이 가장 재밌을 듯한데 정작 미답이다.

백운산 가까이서 볼때마다 써레봉과 저 까칠능선을 함 이어보아야지 싶지만, 돌아서면 깜깜이다. 아마 올해 역시... 

 

장안산엔 우리 일행 외에도 산객  꽤 보인다.

 

 정맥길에도 시설물 빵빵해졌다. 예전에 이 능선 이어가다가 백운산 지나 덕산계곡 최상류로 내려선 적 있는데, 내내 조망 참 아쉽다 싶었다.

지금은 이런 조망처 생겼다. 계단 내려서며 팔공에서 성수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 건너본다.

 

조금씩 당겨본다. 고래뿔이라기보담 젖무덤처럼 봉긋한 선각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인상적.

 

성수산 오른쪽 멀리 보이는 건 역시 짐작대로 운장 구봉산릉. 잘룩한 칼크미재와 뾰족한 구봉까지 뚜렷하다.

그렇다면 그 오른쪽 좀  더 가까이 보이는 건 진안 고산일까?  

한편 좀 더 가까이, 정면 가운데로 이어지는 정맥줄기는 삼각점봉(백운산) 지나 급좌회전하고, 가재 지나 북으로 뻗는(솔숲 짙게 덮인) 능선은 금강본류와 장계천을 나누는 분수령이 된다. 큰 맥 분기없이 비교적 단순한 오늘 코스에서 그나마 주목할만한 산줄기랄까?

 

왼쪽에 고남산, 오른쪽 뾰족한 만행산. 남원의 조망 명산들인데 전자는 대간, 후자는 팔공산에서 분기한 줄기에 놓인다.

 

당겨본 모습. 고남산 시설물도 보이는 듯.

가운데 산은 수분치 직전에서 정맥과 헤어지는 능선이 직진하여 치올린 감투봉인 듯하다.

 

북사면은 더러 빙판이나 전반적으로 걷기 좋은 길이다.

 

 숲 너머 보이는 마을은 계남 장안리

 

 돌아보는 장안산이 궁금했는데 용케 나무 틈새로...

거쳐온 장안산릉. 정상 시설물도 보인다.

 

삼각점봉. 계남쪽에선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 능선에선 별 인상 없다. 그저 삼각점봉일 뿐.

그래서 5만이나 10만 지도에 근거한 백운산이니 범골봉이니 하는 이름이 좀 허세스레 느껴진다.

이 봉 좀 지나서 정맥은 급좌회전하고, 직진 능선은 장수읍과 계남면 경계 이루며 북진하여 금강 본류와 장계천(금강 지류) 분수령이 된다.  

 

다시...

덕태산릉 시루봉이 유난히 뾰족하다.  

 

기복없이 진도 잘 나는 숲길 꾸준히 이어진다

이 능선 왼쪽 물은 덕산계곡과 동화댐 거쳐 섬진강 남원쪽 지류인 요천으로 들고, 오른쪽 물은 장수읍 거쳐 금강 최상류에 합류한다. 

대간정맥산행의 상투적인 상념이지만... 남해와 서해 향한 물길 나누는 산줄기를 지금 걷고 있는 셈이다.

   

                                                        950봉(혹은 979.1봉)

 예쁜 조릿대길도 자주 보이고

 

 밀목치 향해 내려서다

밀목치 건너 사두봉. 뾰족한 게 뱀대가리 같긴 하다. 지형도 놓고 보니 더욱 그러하다.

 

 밀목치 직전에서 보는 남쪽. 저 산은 뭘까?

 

 활엽산빛 고와 돌아보았는데 사진은 영...

 

 밀목치 도로 내려서며

 

밀목치 건너면 절개지 땜에 바로 능선(왼쪽)을 잇지 못하고 마을길 거쳐 오른다.

 

 논개 활공장. 공사판이라 장비와 자재 널부러진 난장판이다.

아마 부양데크 설치하여 활공장과 조망대 만들고 싶은 듯. 지표 훼손 덜 되는 장점 있으나 돌이킬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장안산권 벗어나서야 비로소 돌아보이는 장안산릉.

 

 정상에서 중하봉까지 한일자로 가로뻗는 장안산릉, 특징적이고 훤칠한 저 산세 때문에 어디서나 식별된다.

그러나 막상 산행해 보면 정상 이후 어디로 이어지는 능선이든 참 재미없다고 느끼는 장안산인 듯하다. 저 중하봉능선 역시 조망처 전혀 없었다.

 

팔공에서 천상데미 선각 덕태

 

 팔공산만.

여기선 뾰족하게 보이지만 남으로 진행하며 보면 서서히 각 열리며 동서로 가로뻗는 정상부 능선이 인상적이다.

허나 오늘 코스에선 숲 사이로만 그 모습 보게 될 뿐이다.

 

천상데미 이후 성수산까

 

가로뻗는 천상데미 뒤로 선각이 봉긋, 천상데미 오른쪽으로 삿갓봉, 잘룩한 홍두깨치, 쭉 뻗는 덕태능선과 뾰족한 시루봉.

 

선각에서 성수까지. 아래는 장수읍

 

 연두를 머금은 저수지 물빛이 예뻐 당겼는데, 사진은 쫌 거시기...

 

무진장이란 이름들의 고을 모두 그렇듯, 장수읍 역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왼쪽 멀리 산릉들은 진안 어디쯤일 듯한데...

 

신무산릉 왼쪽으로 뾰족한 만행산. 당겨보다.

 

 

워낙 귀한 조망처라 장안산 다시 함 더...

 

사두봉 가는 길

 

 사두봉 직전 길 옆 바위에 낑낑대며 올라 돌아보았는데.. 별로다.

 이미 보았던, 멀리 뾰족한 구봉산과 오른쪽 고산릉 정도...

 

사두봉. 사방 나무 좀 확 쳐냈으면 싶으다.

헛삽질이나 치장 대신 대간정맥에서 이런 절실한 포인트 골라 요긴한 연장질 좀 부지런히 해 주믄 좀 좋을꼬...

정상 조망만 확보한다면 산인물이 확 달라질 텐데... 

 

 봉화대터인 듯.

주변 나무 확 쳐내 조망 확보하고, 저런 돌 쌓아 거칠게나마 봉수대 복원하고 안내문 설치해 두면 정맥길 명소가 될 법한데...

 

 

 

바구니봉재 가기 전까지 잠시 솔숲이 좋다

 

 

요기서 직진하면 알바, 방화동 쪽이다. 앞서 가던 일행 몇 분 되돌아온다. 정맥길은 오른쪽으로 꺽여 바구니봉재 내려선다.

 

내내 감질나던 대간릉 봉화산. 철쭉숲이 누렇게 보인다.

고도 높은 곳에선 숲 사이로나마 참 시원하게 보였는데, 고도 많이 낮아져 볼품 덜하다.

 

수분치 전 마지막 교차로 당재(방화동 임도) 내려서기 직전

 

 마지막 봉 올라서며 숲 사이로 간신히 만들어본 장안산 조망. 정상은 성큼 물러앉고 중하봉이 드높다. 

 

왼쪽은 사두봉. 사두봉에서 흘러내린 남쪽 줄기 암릉이 인상적이었으나 제대로 살펴볼만한 조망처 없었다. 

 

수분령 내려서며 건너본 신무산.

지금 이 포장길이 정맥인데, 수분령 건너면 (철탑 있는 쪽이 아닌) 왼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보기엔 저리 밋밋해도 물가름고개란 뜻의 수분령 水分嶺은, 금강 섬진강의 분수령인 동시에 천리 물길 금강의 발원인 뜬봉샘 있는 곳이다.

신무산 아래(사진 오른쪽 계곡) 뜬봉샘 등지고 자리잡은 금강 최상류 저 마을 이름도 수분리. 어쩌면 그 수분은 물가르는 수분水分이자 물솟는 수분水噴이려나. 

뜬봉샘 이름은 조선 개국과 관련한 전설에서 유래하는데, 태조 이성계에게 개국을 계시해 준 봉황이 앉았다가 날아오른 자리가 바로 뜬봉샘이라고.

호남민심이 그의 개국을 특히 적대하지는 않았을 텐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저런 다양한 신화조작이 필요했단 건, 누백년 왕조를 무너뜨린 정권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새 왕조의 기틀을 다지는 작업이 결코 녹록치 않았으리란 또 하나의 반증 아닐까... 싶다. 

 

                       (출처 : Beautiful장수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