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대방저수지(10:45) - 만남재(11:25) - 투구봉(신선대 12:00) - 병풍산(12:35) - 점심 - 천자봉(13:35) - 쪽재(13:50) - 왕벽산(용구산 14:15) - 투구봉 - 490봉 - 채일봉 안부 - 산소길 따라 - 고개 넘어 - 대방 저수지(16:00)
퍽 오랫만에 산 오른다.
설 쇤 후론 산책삼아 앞산 함 다녀온 게 전부이니, 속수무책 무거워지는 몸 어지간히 근질거렸다. 어디라도 가야지 싶어 따라나선 병풍산.
수십년만에 최저기온이라며 꽤 매섭던 추위 가시고 포근히 풀린 날씨, 바람마저 자니 가파르지 않는 만남재 오름길부터 진땀 뽑는다.
만남재 주막 시원한 막걸리 한잔 유혹이 굴뚝 같은데, 투구봉 가파른 오름길이 무서워 겨우 참는다.
숨차게 오른 신선대, 벼랑끝에 서서 한재로 이어지는 능선 굽어본다. 현기증 가라앉히는 잿빛 허공이 등 너머 들려오는 휴일의 소음마저 삼키며 거대하고 묵묵하다. 박진하게 건너보는 불태산릉과 안개 잠긴 먼 산하... 바람 없는 하늘은 내내 무거워 남과 북 무등과 내장의 하늘금과 산빛이 독특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번진다. 그 옆으로 이어지는 알듯말듯 아기자기한 산릉들... 눈빛과 구름이 그려내는 무채의 경계가 저리 고요하고 평화롭다.
두 번이나 오른 산이지만 설경 첨이라서일까, 낯설고 새롭다. 심드렁하던 초심 슬그머니 눅으며 오길 참 잘 했다 싶어진다.
인파 붐비는 정상 지나서 점심 먹고 있는 일행들 다시 만난다. 원래 천자봉으로 올라 삼인산으로 거쳐 내리는 원점 코스지만, 안 가본 능선 이어보려 혼자 반대방향 진행했으니 여기서 다시 만난 것. 워낙 포근하여 병풍같은 조망바위에서 한동안 여유롭다.
점심 이후는 조금 가속한다. 천자봉 도착하니 왕벽산 방향으로 한두사람 발자국 흔적 있다. 스패츠 무장하고 다져지지 않는 눈길 접어든다. 퍽퍽눈 적당히 미끄러지며 내려선다. 쪽재 너머는 발길 흔적 없다. 길따라 몰린 눈 밀며 다지며 왕벽산까지 숨차게 오른다.
지도 나름 용구산이거나 왕벽산인데, 뜻모를 王壁이란 정상석과 산불감시 카메라가 있다. 조망은 서남쪽으로 슬쩍 트일 뿐 좀 답답한 편이다.
이후 능선길, 별 재미 없다. 산뜻한 조망처도 없고 숲이 예쁘지도 않다. 눈위에 찍힌 짐승 발자국만 따라 내쳐 걷는다. 천자봉에서 건너보이는 거대한 암릉 구간도 막상 보니 별무감흥이다. 눈길이라 두루 살펴보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전방 조망 슬쩍 트일 뿐 별스런 구석 없어 보인다. 다만 투구봉 전 봉우리에서 뻗는 지능선 아래 바위벽으로 둘러쳐진 암자 비슷한 건물이 흥미를 끈다. 그리 진행해 볼까 입맛 다시며 잠시 고민이지만, 예정된 능선길 답사 모드로 진행키로 한다. 대신 하산 후 도로 따라 에두르지 않고 대방저수지 향 지름길을 확인해 둔다.
투구봉 역시 실망스럽다. 통상 그 이름은 암봉 아니면 볼품있게 솟은 봉우린데 이건 어느 쪽도 아니다. 눈에 묻힌 건지 모르겠으나 삼각점조차 없다. 가파르게 내려선 투구봉 안부, 오른쪽으로 리본 여럿 매달린 하산길 열리고 발자국도 보인다. 별 재미 없는데 그만 내려설까 싶다가 혹시나 하며 490봉 치오른다.
490봉 역시나 조망 없다. 길은 직진방향 동쪽이 더 뚜렷한데 가야할 채일봉은 남쪽. 몇 걸음만에 길 흐리고 잡목 어수선하다. 인적 거의 없단 뜻일 터. 게다가 무척 가파르고 곳곳 흘러내리는 돌길이다. 조심스럽게 안부 즈음 이르니, 묵은 산소 보이고 흐린 성묘길 흔적 있다. 그 길 따르니 산자락 임도 만나고 잠시 후 안부 등로로 이어질 법한 길과도 만난다.
과수원 지나 개울 옆 포장길 닿았다가, 개울 건너 미리 보아둔 고갯길 임도 접어든다. 고개 만댕이 조금 못 미처 방향 바꾸는 임도 벗어나 덤불숲 가로지르는데 갑자기 손날이 뜨끈하다! 덤불 벗어나 들여다 보니 굵직한 가시 하나 박혀 있다... ㅠㅠ
능선 마루에서 가야할 쪽 살핀다. 역시나 산소길 보인다. 그 길 따라 내려서니 머잖아 천자봉 오르는 주등로 합류하고, 몇 걸음만에 대방저수지.
만남재 오르는 길에 올려다보는 병풍산릉
만남재 휴일 풍경
투구봉 신선대에서 건너보는 불태산릉.
멀리 보이는 건 선운산 쯤일랑가...?
한재(대치)로 이어지는 능선. 조망암릉 불거져 은근히 구미 당긴다.
정상 방향. 아마 정상은 저 봉우리 뒤쪽일 듯
오른쪽 멀리 무등산이 구름 속에 정수리 묻은 채 고요하다
북으로 내장산군.
맨 왼쪽부터 방장, 고개 지나 입암, 까칠한 가인봉릉이 눈길 끄는 백암산, 우뚝한 신선봉 오른쪽으로 힘차게 뻗는 내장산릉
삼인산릉
다시, 진행방향 정상봉우리
담양 순창쪽 아기자기한 산릉이 인상적이라서리...
슬쩍 당겨본다.
무슨 산인지 알수 없어, 지도 찾아보니
왼쪽으로 설산 괘일산릉과 그 앞 여러 산릉들, 오른쪽은 담양 만덕산으로 추측.
설산릉 뒤로 흐린 건 곡성 동악산과 고리봉릉인 듯.
근데 오른쪽 만덕산 뒤로는 무슨 산일까?
다가가며 보다
돌아보다.
예전에도 여기 투구봉 안부의 억새가 인상적이라 느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불태산 주봉과 병봉이 좌우로 솟았다
저기가 정상?
정상에서 돌아보다
정상에서 보는 천자봉 쪽.
멀리 백방산, 추월산, 강천산 아미산이...
저 멋진 암봉이 궁금하여 길 벗어난 바위를 눈 헤치고 기어올라 건너보니...
점심식사 중인 이들. 가서 보니 우리 일행이었다.
뒤돌아보는 정상부
철계단 내려서며 보는 천자봉과 왕벽산
너머로 추월 등등...
돌아보는 정상부 암릉
다시, 천자와 왕벽.
천자와 왕이라, 대단한 위세다. 700m대 산릉에 기댄 저 자부심이라니...!
천자봉에서 돌아보다.
왕벽산에서 투구로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
오른쪽 중간쯤 하얀 곳, 자세히 보면 건물 보인다.
천자봉 내려서는 길의 적설은 이 정도. 스패츠 차고 기분좋게 미끄러지기 좋을 만...
왕벽산에서 돌아보는 천자봉릉과 삼인산
불태산릉
송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북쪽, 방장과 내장산군.
내장산릉은 오른쪽에 가리고 대충 백암산릉까지만 보인다.
하산릉에서 보는 추월과 강천.
저기 건물 보이는 능선으로 가 볼까... 고민하다가
그 너머 채일봉(솔숲 빽빽 둥근봉) 전에 내려서서, 사진 맨 오른쪽 대방 저수지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보며 흐뭇해하다.
저 고개를 넘지 않으면 가운데 저수지 지나 산자락을 에둘러야 할 듯.
담양시가 쪽
추월을 당겨보다.
채일봉 전 안부에서 내려서 마을길 접어들기 직전, 숨 돌리며 쪽재를 돌아보다
고개 오르며 돌아보다.
맨 오른쪽 채일봉. 가운데가 490봉, 그 왼쪽이 투구봉인데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왜 그 이름일까 궁금한 것.
주 등로는 가운데 봉우리 전 안부에 있고, 가장 낮은 안부가 하산한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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