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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대운산 111125

by 숲길로 2011. 11. 26.

코스 : 서창 대동아파트 옆(10:40) - 대추남만디(11:35) - 대운산(12:10) - 불광산 시명산 갈림(13:10) - 시명산 - 투구봉(14:05 점심) - 조망봉(15:10) - 지능선 진입(15:20) - 계곡 만남(15:40) - 박치골 본류(15:50) - 장안사 주차장(16:10)

 

 

 

 

단풍산행 함 다녀오려 오래 벼르던 산인데, 결국 철지난 능선산행.

산악회 예정 코스는 불광산 거쳐 장안사 하산이나, 예전에 대운암 거쳐 올라 그리 내려선 적 있어 이번엔 시명 삼각산 이어보려 맘 먹는다. 허나 주어진 시간에는 역시 버거운 코스다. 상어령과 삼각산은 또다시 기약없는 훗날로 미룬다.

불광산 능선은 걷기 썩 편한 일급 산책로였는데 조망 없어 아쉬웠던 기억, 반면 시명산쪽 능선은 기복 제법이고 투구봉 지나선 조망 아주 시원스럽다.

시간 관계상 하산길로 잡은 박치골 상어령쪽 상류, 뜻밖에 분위기 기막히다. 단풍 고운 산이란 명성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겠다.

도통골의 가을 모습 덩달아 궁금해지는데, 대운산 2봉 능선 잇는 코스로 엮어 꼭 함 올라보았으면 싶다.

 

대추남만디 조금 전 조망바위에서 돌아보다. 정족산 너머 힘차게 뻗는 신불릉이 시원스럽다.

 

올라온 능선과 건너 천성산릉.

시야 좋은 날씨 아니라서 사진으로는 좀 그렇지만, 걸뱅이 잔치바위며 하늘릿지, 화엄릉 억새빛까지 뚜렷하다.

 

금정산 방향. 찌를듯 뾰족한 고당봉은 늘 인상적.

 

대추남만디. 표지목이 우째 십자가처럼 보이노...

 

대운산 정상부. 칼질한 듯 임도 흉하다.

 

철쭉군락 지나며

 

임도 포장 중. 우리로선 이해못할 짓이지만... 

임도는 대운산 정상부를 이루는 730봉과 742봉(정상) 사이 안부까지 이어진다. 차량으로 오르면 정상까지 오분만 걸으면 되는 셈.

 

우회하는 730봉 사면 바위에서 보는 모습

시명사쪽 골짜기, 그럼 시명골인가?

 

대추남만디 사면 감돌아오는 임도가 징그럽다

 

정상 오르는 계단길. 예전 왔을 때 비해 시설물 더 뻑적지근해졌다.

 

대운산 제2봉. 너머 울산

 

산 다니다 보면 아주 가끔 이런 날도 있다.

정상 올라서니 울산서 소풍 오셨다는 네댓명 일행, 거하게 주안상 벌여놓고 있다. 입맛 다시며 부근 어디쯤 자리잡고 점심상 펴려는데, 막걸리 한잔 하시란 인사...

무겁게 지고 온 술, 염치없이 넙죽대기 뭣해 인사치레로 사양하는데 듣고 보니 그게 아니다. 큰통 셋 비우고 나니, 남은 술 더 들어갈 배도 없고 다시 지고 가기도 싫던 차에 마침 우리가 올라왔던 것. 푸짐하게 남은 부침개와 과일 안주로 짱이랑 둘이서 포천 더덕막걸리 큰통 한병 순식간에 비우니, 우리 또한 밥 들어갈 배가 없네~~

게다가 긴 코스 갈 거라고 앞서 치올라오며 땀께나 흘린 빈 속 아니던가, 금세 취기 오른다.

식사 미루고 음주산행, 땀으로 알콜 뽑자 싶어 술기운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워낙 부드러운 육산릉이기 망정이지 바위산이면 꽤나 조심스러웠을 터...          

 

바위에서 건너보는 달음산쪽

 

종종걸음치는 능선길

 

돌아본 대운산정

 

대추남만디에서 대운산정쪽 윤곽

 

남쪽은 역시 다르다. 골 산빛이 아직 볼만하다. 

 

천성산도 함 더...

 

조망없는 시명산에서 돌아보는 대운산과 대추남만디

 

이후 투구봉 전까지 전혀 조망없다. 가파르게 치오르는 투구봉은 우회로 있지만 조망 워낙 좋아 지나치기 아까운 포인트.

 

투구봉에서 보는 서남쪽. 에이원 C.C인가?

 

골산빛 좋아 함 당겨보지만...

 

달음산(왼쪽)과 멀리 장산(가운데), 그리고 백운 철마 등등..

 

투구봉에서 점심 먹으며 굽어보는 해운대 C.C 모습이 재미있다.

소꿉세트마냥 낯간지럽게 가꾸어놓은 인공 정원에서 요리조리 꼬물대다가, 장난감같은 차 타고 또 어디론가 뽈뽈거리며 간다... 꽤나 앙증맞은 그림이다.

 

점심빵 우적이며 부감俯瞰의 시선에 대해 얘기한다. 

더 높이서 굽어보는 시선에겐 산길 걷는 우리 역시 저들과 마찬가지일 터. 혹 바위에라도 매달려 바둥거릴라치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을 테고.

한 세계 안에서 목숨 걸고 몰두하는 위태로움과 진지함도 그 세계 바깥의 관점에겐 전혀 다른 사태이며 의미일 따름.  

우주를 포괄하는 신神적 시선을 상상한다. 광대무변한 우주의 한 점 은하계, 그 중 한 태양계에 속한 작고 푸른 별에 붙어사는 어떤 생명체를 굽어보는....

 

얼마 전에 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가 떠오른다.

못된 이스라엘 씹고자 친나찌 발언 서슴치 않는 이답게 까칠한 독설과 가차없는 이미지로 막장 세계의 위선적 삶들을 풍자하고 있었지만,

파국을 바라보는 심미적 시선으로서의 우울증이란 절묘한 관점이 퍽 인상적이었다.

막되먹은 세상에 대한 깊고 맹렬한 혐오로 끝장을 꿈꾼다 해도 그토록 황홀한 파국의 풍경이라니...

도대체 신의 관점이란 게 있다면 그런 무심토록 아름다운 시선이 아닐까. 심미가 결여된 거라면 대체 누가 왜, 초월의 지평과 시야를 꿈꾼단 말인가?

지구의 우울을 그리면서, 이 푸른 별을 훅~ 날려버리면서, 교활한 감독은 관객 낚아채 또다른 별의 자장으로 달아나고 있었던 것.

우울melancholia이란 이름의 그 떠돌이 별은 섬뜩하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의 세계, 희망없는 지구의 피안이자 꿈꾸는 심미의 별이니.

우울과 심미,

누군가에겐 숨막히는 두려움인 파국이 국외자의 시선엔 그지없는 아름다움일 따름. 그건 비극이 아니라 그냥 진실이다.

 

 

가운데 시명산, 왼쪽 631봉, 오른쪽은 불광산 능선 분기봉, 너머 제2봉?

 

불광산 능선. 오른쪽 멀리 고리 원전도 보이고...

 

박치골

 

투구봉에서 굽어보았던 골프장 가장자리 능선을 따라가면 좋겠지만 길은 사면으로 우회한다. 골프장 옆 바위 조망대 기대했는데 좀 실망스럽다.

우회하며 가까운 울타리 다가가 내려다보니, 골프장이 능선에 닿아 있고 지척엔 잘못 날아온 공도 보인다. 등산하다 그런 공에 맞으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 골프 즐기는 이들 입장과 등산객 안전을 고려한다면 우회가 당연하겠다.

 

우회로 끝나고 봉우리 오르며 굽어보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이지 오그라들도록 더 앙증맞네^^

 

맨 왼쪽 투구봉, 가운데 시명산, 오른쪽 대운산, 그리고 가운데는 우회해온 골프장 가장자리 능선. 

우회로에서 멀지 않은 저 바위는 수월하게 올라볼 수 있지만, 지금 이 지점 조망이 훨 낫기 때문에 성급하게 그럴 필요는 없다.  

 

조망좋은 억새능선 오른다. 우회로 끝나면 조망 좋은 능선 이어지는 셈.

 

돌아보다. 시명, 대운산 정상과 2봉까지...

 

굽어보는 박치골. 깊고 너른 품새다.

 

삼각산(좌)과 석은덤(우), 달음산

 

조망 좋고 바람 시원한 곳, 바쁜 와중에 잠시 머문다

 

골프장 주차장 너머 기장과 부산의 산릉들

 

석은덤, 달음산...

 

저 삼각산 거쳐 하산하려면 시간 모자라겠다. 왼쪽으로 지능선 하나 보여, 길 된다면 그리 가기로 한다. 

 

미련남아, 마지막으로 삼각산 함 더 당겨보고...

 

그 지능선 들머리 리본도 뚜렷하고 길상태 좋다. 계곡 내려서는 막바지 사면이 좀 가파르긴 하지만...

 

계곡 운치가 기대 이상이다. 짱은 예기치 않은 대박이라며 좋아한다.

계곡 좌우 두 갈래길 중 하산 더 빠를듯한 왼쪽을 따른다. 담엔 짱 서있는 오른쪽길로 가 봐야쥐~~ 

 

어이, 건너편 길 더 예쁘다며 넋놓고 있지 말고 갈길 바쁘니 어여 오셔~~

 

갈길도 예쁘구만 머...

 

비탈산빛도 아직 제법이다.

 

박치골 포장도 따라 내려오며 보는 모습 역시... 늦은 가을빛이다.

 

저 바위가 장안사 굽어보이는 전망바위일 듯. 입맛 다시며 오늘 산행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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