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표충사 주차장(09:00) - 문수봉(10:55) - 재약산(11:35) - 천황재(12:10) - 샘물산장(12:40) 점심 - 천황산(14:30) - 천황재(15:20) - 진불암(16:15) - 표충사 주차장(17:30)
오랫만에 찾은 가을 억새다.
아침녘 낮게 내렸다가 하늘로 돌아가는 구름따라 능선에 바람 든다. 구름과 햇살, 번갈아 비위 맞추며 빛깔 바꾸는 꽃무리의 흔들림은 유연하고 우아하다.
어느 한 구간 낯익지 않은 곳 없지만, 깊어가는 계절빛은 기억 지우며 새롭다.
어지간히 다녔다는 걸까, 먼 산들 가을이 아직 그닥 궁금치 않다.
당분간 지역 산들 가을빛이나 탐해 볼까나...
표충사 주차장에서 올라야 할 첫 봉우리 바라본다. 잘 생겼다.
건너본 필봉.
필봉 능선은 천황 재약 오르는 지능선 중 가장 길지만, 바람 서늘해지는 이 계절에 걷기엔 참 좋을 성 싶다.
문수봉 전 봉우리.
예전에 왔을 땐 이 봉을 문수봉으로 알았다. 몇 년 사이 리본도 많아지고 두 봉 모두 이정목 섰다.
주릉은 아직 구름 속
조금 더 지나와 돌아보다. 왼쪽이 좀 전에 오른 봉우리.
곳곳 들국이 한창이다
문수봉 오르며
문수봉 먼저 오른 두사람
문수에서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재약이 드러나고, 천황도 정상부 구름 거의 다 벗겨져 간다
표충사 부근
돌아본 문수봉
재약산정 오르며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이제부터 억새 산행길
나도 한 컷(공주 찍음)
역시 공주표 사진
저 바위는 길 벗어나 있어 지나쳤다.
지나와 돌아보는 재약 정상부
내려서며 건너보는 천황
천황재보다 덜 어수선한 곳이다.
햇살 없지만 바람이 좋다
가장 먼저 가을이지만 또한 가장 늦게까지 남는 계절의 잔해일 숲.
둥근 억새숲에 쉼없이 바람 지나간다. 함께 쓸려가는 무성한 말들의 숲. 떠나간 자리 텅 비고 적막할 것이니 그 곳은 아름다운 시간의 폐허.
예감하는 빛처럼, 먼저 달아나 세상 곳곳 흩어지고 숨어드는 말들, 흘러 딩구는 말들의 풍경...
허나 풍경을 모을 순 없으니 다시 바람이 든다. 가을꽃 은빛의 귀 눕힌다.
다들 어디로 열리려는 것일까?
천황재 다가가는 사이 구름 가시고 햇살 드러난다.
초록 뿌리치고 햇살 닮은 은빛 물결...
넘 빨리 가는 거 아니냐며 투덜대던...
천황재에서 샘물산장으로 이어지는 길가엔 쑥부쟁이 만발이다
임도에서 돌아보다
샘물산장에서 점심 겸 넉넉한 휴식 후 천황산으로 오른다
길가에 핀 이쁜 꽃
건너 가지 운문 억산릉
능동산 쪽 능선
오른쪽 봉우리 바위 옆으로 공사중인 케이블카 종점이 살짝 보인다
샘물산장 주인에게 들은 얘기로는,
얼음골에서 저기로 케이블카 설치하려 13년을 애썼다는데...
'산 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할 텐데요?' 라고 슬쩍 던졌더니, 말도 말라며 반대하는 이들 어지간히 갈구더니, 막상 공사 시작하니까 조용해졌다나. 열내어 얘기하시는 품으로 보아 지분 투자 수준의 상당한 이해관계가 걸린 듯, 하루 400~500명은 이용해야 한다며 수익성 고민이 늘어진다.
도다른 관점에선, 그 많은 사람들 손쉽게 사자평 오르내리면 억새밭 곳곳 깔아뭉개지고 쓰레기 나뒹굴고 배설물 쏟아질 테니 옥류동천 최상류부터 오염되는 건 금방이다.
그래서 케이블카 운영자에게나 반대자에게나, 문제는 사람의 숫자다.
자연에서 태어났으되, 사람 스스로 자연과의 대립/정복 구도를 설정하고 '문명'을 자칭하기 시작한 이래, 문명 획득을 위한 사람들간의 경쟁은 자연을 정체모를 기묘한 괴물인 양 입맛대로 규정해왔다. 가령 (케이블카 경우처럼) 맘껏 약탈해도 좋은 소유물이거나 (4대강 삽질처럼) 사람이 적극적으로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될 한심한 무엇 쯤으로.
아비 혹은 모태를 부정하는 이 해괴한 관계의 역전...
억산 왼쪽, 가까이는 구천산릉, 멀리 청도 남산 화악산릉...
당겨본다.
겹겹 산릉들 어림잡아 본다.
왼쪽 뾰족한 구천, 뒤로 정각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 뒤로 육화산에서 백암 용암 소천 능선, 그 뒤로 용당 대남바위산릉, 그 뒤로 남산 화악산...
천황 오르며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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