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딸애랑 함께 남도 꽃놀이.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다.
바람 제법이었으나 쾌청 하늘 강렬한 햇살 아래 꽃빛 도도하고 눈부시다. 허나 지난 겨울 엔간히 추웠고 꽃샘 자주 매운 탓일까, 매화와 산수유 모두 절정 조금 못 미친다. 사나흘 쯤이면 가장 보기 좋을라나?
기력 좋으실 때 설악 봉정암 세번이나 다녀오신 장모님이지만 매화마을은 첨이라신다. 축제장으로 변하기 전 호젓하고 여유롭던 시절의 매화와 산수유마을 기억 간직하고 있는 딸애는 당최 정신없이 바뀐 풍속과 경물에 어지간히 놀라고 당황한 기색이다.
매화밭이 아니라 공원 꾸며놓은 산책로 따라 어슬렁거리다가, 예전 기억 들추며 매화밭 농로 스며든다. 사납던 바람 잠드니 비로소 만발하는 연분홍 혹은 하얀 꽃하늘...
매화마을 나서, 제첩국 한 그릇으로 점심 때우고...
용케 삽질 면한 백사장과 반짝이는 물비늘이 고운 섬진강 거슬러 드라이브. 길 왼편 백운산 자락은 매화 봄빛 흐드러지는데, 강 건너 수겹 남능선들 길게 뻗어내리는 지리 주릉엔 눈빛 성성하다.
화엄사 들며 올려다보는 노고단과 종석대. 바람 사납고 차가우니 오후 들며 산빛 더욱 선명해진다. 부질없이 입맛 다시며 장탄식 삼킨다.
크고 반듯한 건물과 조형물들이 입체적이고 안정감 있게 자리잡아, 시원스런 공간감 잃지 않으면서도 힘차고 웅장한 맛 일품이던 화엄사. 오랫만에 다시 보니 좀 답답해졌다. 절집으로 대표되는 한국 건축물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멋스런 선들이 빚어내는 깊고 넉넉한 공간감인데, 전통 명찰들조차 요즘 자꾸만 공간을 죽여가는 듯하다. 부드럽고 자연스런 흙의 빛깔과 질감 또한 점점 멀리한다. 고전의 아름다움이 실용이나 과시에 밀려나고 망가져간다, 는 느낌은 비단 나만의 것일까?
화엄사 들린 건 불심 깊은 장모님 바램이기도 하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홍매가 궁금한 때문이기도 했다. 허나 귀한 몸 아직 오시지 않았다. 백매 두어 점 피었을 뿐 홍매는 봉오리 겨우 맺혔다. 무넹기에서 곧장 쏟아지는 찬 골바람 탓일까, 보름이나 두 열흘쯤 더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닐라나?
산동 산수유 마을 들며 지나치는 온천타운은 입 딱 벌어지도록 격세지감이다. 대단한 규모로 커졌다.
상위마을도 썩 어수선해졌다. 고풍 돌담길은 그대로인데, 주변과 사이사이 현대적 시설과 기물들이 거침없이 파고든다. 이질적 시공간이 묘하게 뒤엉켜 은근 외설스럽고 조금은 민망한 느낌이다.
허나 천지로 흐드러지는 수백년 고목 산수유들, 윤회없는 생산과 노동의 세월에 검고 거칠어진 줄기는 처연함마저 풍기는데, 쏟아지는 오후햇살에 작렬하는 꽃빛은 마냥 무심하고 곱기만 하다.
제법 매운 바람 무릅쓰고 산책로 오른다.
맨 첨 여기 왔을 적에도 돌아보는 섬진강이 퍽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아예 매화마을로 불리지만 이 마을 본래 이름도 섬진마을이다.
강 오른쪽으로 보이는 지리산릉. 맨 오른쪽이 아마 분지봉, 다음 성제봉릉이겠고 가장 멀리 희게 가물거리는 건 황장산일까?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찍었다는 대숲.
산수유도 피었네~
굽어보며, 당겨보고...
이런 연출은 당최 감당 안되지만... 시간 많으니...
저기는 만발이다.
이 부근쯤이었지 싶다. 언덕위에 큰 카메라 멘 분이 보이는데 어째 낯익은 얼굴이다.
산악회 산행에서 종종 뵙는 홍시님. 후다닥 뛰쳐 올라가 인사 나누고....
될 수 있으면 덜 붐비고 포장 안된 농로를 따라가 본다
꽃은 만발이고 발길 드물다.
호젓하게 매화밭 산책하던 분위기 좋던 시절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는 딸애도 무척 좋아한다.
꽃밭 속의 산소. 혼령들도 요즘엔 매일매일 꽃잔치겠다.
어릴 적엔 손가락 V자 그려가며 사진 찍기 즐기던 녀석인데 크고나니 사진 찍히는 건 질색이다.
까칠한 건 꼭 지 부모 닮아가지고서리...^^
꽃 들여다보는 사이 잠시만 서 있으라 사정해서리...
어릴 적 오랑캐꽃이라 부르던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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