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마봉리 마련마을(11:30) - 짝퉁 도솔봉(12:30) - 도솔암(13:10) - 점심 - 떡봉(14:30) - 하숙골재(14:45) - 오솔길 따라 - 부도밭(15:45) - 미황사(16:10) - 주차장(16:20)
일요일 피하다 보니 몇 년을 미루고 미룬 코스, 올해는 그만 참지 못하고 지른다.
장고 끝에 악수라더니 그 말이 딱인 듯, 안개비 부슬거려 조망은 개뿔인데 진달래는 덜 피었고 휴일 산객은 어지간히 붐빈다.
당초엔 송촌까지 종주하려 했으나 캄캄 운무 속 조망 없으니 키낮은 꽃들이나 살피며 낮고 느리게 간다. 붐비는 능선 줄곧 진행하기도 못마땅해 하숙골재 내려서 오솔길따라 미황사로 향한다. 이슬비 촉촉히 젖은 호젓한 산자락길, 부도밭 다다를 때까지 인기척조차 없었으니, 후반부나마 제법 여운 남는 산행이 되었다.
어저께 노자 가라 이후 똑딱이 접사가 버릇된 걸까, 원경 닫는 안개 속 자꾸 미시경만 들이댄다. 은근 중독이 느껴진다.
자연 사물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사진들. 눈 낮추고 가까이 다가가면 안 보이던 게 보이고,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에 관심 가지게도 되지만, 문득 일깨워져 드러난 자연의 맨얼굴들은 지나치리만치 감각 자극하며 때로 섬뜩한 폭력마저 느끼게 한다. 물론 그 폭력은 전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것이라 해야겠지만, 실제 이상 크고 강인한 모습으로 시야에 육박하는 미시풍경들은 그런 분별마저 뒤흔들어 버리는 힘이 있다. 거리의 부재 혹은 배제가 빚어낸 가상현실같은 실재, 거기엔 탐닉하게 하면서 쉬 질리게 만드는 무엇이 숨어있거나 비로소 드러나 있다.
진종일 안개비에 파묻혀 미시 세계 더듬다 불현듯 사람과 사물의 거리를 생각한다.
중년의 사내들, 카메라나 오디오에 빠져드는 풍경이 떠오른다. 기계의 눈과 귀를 빌어 감각의 극한까지 밀고가려는, 향유 없는 갈망 혹은 욕망의 순환 구조. 순간의 성취감과 절망 어린 고통으로 점철된 그 여정의 풍경엔 자못 신비로운 외설스러움마저 감돈다. 말로 표현될 수도 다다를 수도 없는, 들끓는 침묵. 어쩌면 그것은 완강히 억압되고 있던 무엇이 비로소 길을 얻어 세상에 드러나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더욱 단단히 응축하고 있는 공허의 표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능선에 올라도 조망 전혀 없으니,
질척한 탐닉과 밀착의 풍경... 비 젖은 꽃이나 희롱하다.
낯익은 열매는 죽어서도 탐구 정신 왕성한데, 중력과 표면장력 진지하게 실험중이다.
현호색이 무척 많이 보인다
매화말발도리. 오늘 제법 많이 보는 나무다.
아직 채 피지 않은 매화말발도리.
하늘빛 닫았으니 안개가 대신 그리는....
비맞아 빼쪽하게 닫아버린 산자고.
여태 본 중 산자고 가장 많은 산이다. 길 조금만 벗어나도 밟힐 정도다.
바우야, 바우야~
남산제비랬던가?
역시 잎닫은 흰노루귀. 털까지 젖어 비맞은 강생이같다.
조금만 멀어지면 사라지는 이들...
도솔암 드는 길
절집 더 지을 요랑인가, 터 닦아 두었다.
ㅎㅎㅎ
아무러나 그저~
능선 진달래 곳곳 피어나고 있는 중
아직 끝나지 않은 가을 이야기
점심 먹는 옆에 내내 다소곳하던 녀석.
길 벗어난 곳이라, 식후에 하복부 압박하며 한참 논다.
위 사진 좀 잘라서 선명하게 뽀삽질
가고...
오고...
안개밖에 볼 것도 없는데 말이지
빗속에 떨고 있던 쬐그만 새새끼들같던...
하숙골재 내려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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