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El Sistema (2008) 104 분 다큐멘터리
제작 : 독일, 프랑스, 일본, 스위스, 스웨덴
감독 : 파울 슈마츠니, 마리아 슈토트마이어
출연 :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본인), 구스타보 두다멜(본인) 외 다수
무척 힘있는 영화다. 여태 눈에 선한 그 눈망울들...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연주를 FM방송에서 몇 번 들은 적 있다. 거친 듯하면서 엄청난 열기 느껴지는 힘찬 연주가 놀랍고 흥미로웠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비로소 이유를 알겠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연주와 닮아있다. 솔직하고 생생하며 거친 듯 아름답다.
음악은 희망의 언어, 꿈의 언어다. 가난 만연하고 총성 울리던 거리로부터 삶에 대한 긍정과 의지를 노래하게 한다. 뿐이랴, 농아들의 합창단이란 대목에 이르면 음악은 궁극의 언어가 된다. 평생을 침묵 속에 살아야 할 그들을 이 순간 저토록 빛나게 만드는...
두다멜이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청년 오케스트라 모습
소년 소녀들, 그리고 꿈...
연출은 좀 독특하다. 인간승리 류의 방식을 피해간다.
엘 시스테마 35년 파란만장한 역정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기보담 그들 스스로 이야기하게 한다. 자신이 속한 거리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며 어떻게 꿈꾸는지 이야기하게 한다.
이야기하는 표정은 다채롭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더 표정으로 말한다. 이 영화를 볼만하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는, 저토록 풍부하고 깊은 울림으로 와닿는 어린 출연자들의 수많은 표정들이다. 연출 없이 포착된 그 표정과 자태들에 몰두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흥미롭다.
낙관으로 가득한, 뚜렷한 서사도 없는 다큐 영화를 지루하게 않게 하는 또다른 요소는 음악이다. 음악의 기적같은 힘을 이야기하는 영화답게 좋은 음악과 더불어 내내 흥겹고 아름답다. 베토벤, 차이콥스키, 라벨, 피아졸라... 등등.
음향시설 좋은 곳에서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기적을 가능케 했던 엘 시스테마의 창립자 아브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