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 계곡 굽어보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
시간도 많으니 산복숭아나 집적대다가...
무리 이룬 별이들과 놀다가...
오락가락 햇살 잠시 나타난 틈타서 돌아본다. 저 봄빛,
참으로 찰나의 헛것이라 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한 시절의 표정이니, 저 빛으로 하여
비로소 눈뜨는 세계...
현호색, 바람타고 날아가고픈 솟대에 걸린 새들마냥...
제비, 무슨 제비?
가을에도 참 곱던 길이었으므로 돌아보지 않을래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불길처럼 번지는...
연두의 길은 비린내 물씬했다.
어릴 적 버들피리 만들려 버드나무 물어뜯으면 입 안 가득 고여들던 바로 그 냄새,
나무들, 넘치는 육즙 허공으로 뿜어올리니 봄날의 산길은 마냥 비리다.
오늘은 그다지 땀 흘리지 않았으나 초록 그늘에서 초록으로 흥건해진다.
나날이 고요해지는 몸, 밀려드는 저 물결이 아직 내 속에서 일깨울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
도처에 마구 쏟아지는 빛, 죽어 메마르던 것들이 문득 꿈틀대는 소리 들린다.
비린 숨소리 훅 끼쳐 온다. 뒷걸음쳐 도망친다.
돌아보는 어디나 왁자하거나 낭자하다. 소리없이...
속수무책 초록 너머 돌아보는 달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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