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옥정사(10:40) - 암봉(11:35) - 천마산 향 암봉까지 왕복(12:10 점심) - 정상(12:45) - 월음산 전 안부(13:20) - 광산마을(14:00)
(위 지도의 오른쪽 모퉁이 사각형이 이번 코스다)
작렬하는 불의 시간, 꽃 아니므로 푸르게 푸르게...
나무는 어쩌면 사월에 거의 다 자라는 게 아닌가, 푸른 불꽃의 비밀을 알아버린다면 나머지는 다만 견뎌내는 시간, 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저 나무의 계절 있기에 쉼없이 늙어가는 우리 또한 철따라 되돌아와 순환한다. 고맙다 나무.
죽은 듯 웅크리고 있던 덤불들, 초록 짐승으로 일어선다. 뒷걸음치지만 사방 팔방으로 포위되어 달아날 곳 없다. 대기는 푸른 비린내 진동하고 햇살조차 초록에 물들었으니 천지가 한 통속이다. 꽃 아니고 봄 아닌 것들 숨을 곳이 없다. 푸른 햇살 아래 고요히 숨죽일 따름.
소풍 나온 한 무리 할머니들 깔깔 소녀웃음으로 자지러진다. 내 낡은 핏줄도 저 푸른 고압선에 닿아 감전될 거 같으다. 문득, 검붉게 흐려져가는 피 갈아치우고 싶어진다. 구정물 토하듯 확 뱉아내고 초록 물결 한 드럼 콸콸 수혈했으면...!
지난 가을에 다녀왔지만 봄빛 궁금키도 하고, 무엇보다 짱께서 미답이시라...
전에도 느꼈지만 산세 아담하고 짧은 코스에 비해 꽤 알차고 산빛 고운 편이다. 휴일엔 엄청 붐비겠다.
여유롭게 암릉 암봉들 기웃거린다. 전에 못 가보았던 천마산 향 맨 끝 바위봉까지.
아쉬운 건 제법 기대했던 진달래다. 좀 늦기도 했거니와 어저께 진눈깨비가 치명적이었다. 핀 꽃 맺힌 꽃 할 것없이 시퍼렇게 멍들어버렸다. 곧 떨어질 것이다. 아마 올해 남부지방 진달래는 끝난 게 아닌가 싶다. 전날 그 좋던 월각산 진달래 능선도 마찬가지일 터...
그러나 오름길 옥정사 끝물 벚꽃에 이어지던 새순 연두의 향연이 하산길 즈음에서 만연한 초록 물결로 울려퍼진다. 식생 다르니 전라도 산빛과는 또다른 맛이다.
옥정사 들머리 벚꽃은 끝물이지만 한껏 봄빛 느껴진다.
고비 넘어가는 연두
닳아바진 길이지만 봄빛 고우니...
철쭉 피었거나 피려 하고...
연두...
친구인 듯 한무리 할머니들, 저마다 자세가 재미있다.
진달래는 끝물인데다 눈폭탄에 참혹하게 맛이 가 버렸다
조망바위에서 돌아보다. 대운산과 천성산
정상부
산자락엔 연두가 지펴 오르고 봄바다도 고왔다
절리 이룬 바위기둥들. 능력껏 슬슬 더듬어 본다.
저 암봉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뒤로 멀리 철마 백운산릉이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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