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죽장 두마리 대태(12:10) - 대태재(죽현) - 거동사향 갈림길(12:45) - 작은 보현산(12:55) - 갈미봉 갈림(13:25) - 안부 임도(13:35) - 보현산향 갈림(14:20) - 점심 - 밤티재 - 면봉산(15:45) - 곰내재(16:40) - 베틀봉(17:10) - 출발지점(18:30)
오월 말 치고 너무 덥다. 동해 바닷바람이 태백산맥 넘으며 푄 현상을 일으켜 내륙은 덥고 동해 쪽은 시원한, 전형적인 서고동저 기온이다.
산빛 좋은 시절에 가려다 번번이 미룬 코스지만 시원한 곳 찾다보니 이제사 찾아든다. 결과는 썩 만족스럽다. 면봉산과 베틀봉 가파른 오름길에 잠시 더웠을 뿐 내내 서늘한 바람길이었다.
작은 보현산 능선 구간, 면봉산 내려와 곰내재 가는 구간은 기복조차 거의 없어 일급의 숲길 산책 코스다. 보현산 자락 오르는 구간은 꽤 어수선하지만 용케 도로 피해 능선길 이어짐은 그나마 다행.
면봉산과 베틀봉은 조망이 뛰어나다. 쾌청 가을이면 주왕산과 내연산릉, 동해바다까지 들겠다.
전반적으로 보아 보현산보다 면봉산이 낫더라는 후문이 틀린 말이 아닐 듯....
산행 들머리 죽장 두마리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멀다. 도로 여건이 별로 좋지 않다. 갈때는 자양댐 따라, 올 때는 화북을 거쳤는데 후자가 조금 먼 대신 운전은 조금 수월하다.
영천호(자양댐)으로 흘러드는 자호천 만나는 입구부터 현내천 계곡 따라 파고드는 길은 도상으로 보아도 족히 이삼십리. 좌우 곳곳 가파르게 쏟아지는 산비탈과 바위벽 힐끗거리며 가노라면 금방이라도 길 끝나버릴 듯 조바심이 난다. 참 대단한 골짜기구나, 이제 좀 끝내지... 싶을 즈음, 문득 하늘 활짝 열리며 너른 분지가 딴세상처럼 펼쳐진다.
하늘 아래 첫 동네 별 만지는 마을, 두마리.
전국 일일생활권 시대, 곳곳에서 자주 보고 들어 식상한 수사지만 새삼 수긍가는 지형이다. 별 보는 천문대와 하늘 살피는 기상 관측소가 자리한 보현산과 면봉산 능선이 웅장한듯 우아하게 사방을 둘러쌌지만 전혀 답답하거나 위압적이지 않다.
들머리 대태에서 돌아본 면봉산(왼쪽)과 베틀봉(좀 오른쪽 뒷줄)
고개랄 것도 없는 대태고개. 영천과 포항을 잇는다. 포장 상태 좋다면 집으로 돌아갈 때 보현리로 곧장 넘으려 했지만...
능선 너머 보현리 쪽 잠시 기웃거려 보니... 헐, 비포장이다.
대태고개에서 작은보현산 지나 안부 임도 만나기 전까지 줄곧 이런 숲길이다.
잡목 없이 무성한 저 풀들도 보기 좋거니와 기복 없는 능선이 너무 부드럽다.
하나 아쉬운 점은 전혀 조망이 없다는 것.
천문대 가는 도로 만나서 돌아보다.
갈미봉 너머 기룡산, 멀리 운주산과 봉좌 천장 도덕산릉도 보인다.
면봉산과 베틀봉, 곰바위산 능선
보현산 자락에서 본 이름모를 식물 군락. 꽃 피면 참 곱겠다.
천문대 향 도로 두번 만난 후 능선길은 보현산릉 끝자락으로 바로 치오르지 않고 슬쩍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보현산 주릉에서 내려오는 등로 만나 혹 조망 있을까 싶어 잠시 올라 보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이왕 올라온 김에 보현산릉 끝자락에서 여유로운 점심식사 후 밤티재로 내려선다.
밤티재에서 대략 300m를 쳐야 하는 면봉산 오름은 꽤 가파르다. 내내 불던 바람도 잠시 숨은 듯 없다...
면봉산 오르며 돌아본 보현산 북릉의 봉우리
돌아본 보현산. 도로 어지러운 앞모습보다 미끈하게 빠진 뒷태가 일품이다.
앙증맞은 터널 지나는 고개 너머... 군위쪽 산릉들.
방가산, 선암산, 금성 비봉산릉 등등일 듯...
면봉산 윗부분으로 오를수록 큰 나무 없이 시야 확 트인다.
곳곳 큰 바위 듬성하여 조망처로 아주 뛰어나다.
기룡산(좌)과 보현산
큰 기복없이 이어지는 작은 보현산릉과 기룡산릉
왼쪽 움푹한 곳이 대태고개, 능선 왼쪽은 수석봉
다시 보현산, 오른쪽 흐린 건 팔공산과 화산릉.
정상 직전 시원스레 트인 지점의 모습
너른 공터에는 포항시에서 세운 정상석 놓여 있다. 정상도 아닌데다 주위 곳곳 멋있고 잘생긴 바위들 많은데 저런 돌삐까지 왜 세웠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 정상부에 청송군에서 세운 정상석 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근히 쓴웃음마저 난다. 살림 넉넉찮은 청송군 압도하듯 디따 큰 덩치로 부자동네 티내는 것도 아닐 테고. 크지 않은 산 곳곳에 지자체마다 산악단체마다 경쟁적으로 돌삐를 세워 오가는 이 실소 머금게 하는 노릇은 이 나라만의 특징 아닐까 싶다.
저 돌삐 뒷면에는 산이름 유래도 새겨져 있는데 며칠 전 백화산에서 보았던 글과 대비된다. 간결 명료하면서도 품격 배어나던 그 글에 비해 산만한 문장이란 느낌... 공적 장소에서 불후의 자재인 돌에 함부로 이름 넣어 글 새기는 일은 모름지기 신중해야 한다는 사례 아닐까 싶다.
조망바위 올라 사방을 둘러보다. 동쪽 멀리 보이는 건 비학산쯤?
동남쪽
두마리 전경. 여기서 보면 저 분지의 들머리가 그리 비좁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바람 좋고 조망 시원한 여기서 한참 머물렀다. 그래서 이리저리 똑딱...
보현산 건너보며
다시 기룡산 건너보며
오래 머물던 공터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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