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거짓말이었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아마 겁먹고 놀란 경호관이 지어낸 말이었겠다.
설사 지어낸 말이라 해도 그는 노무현이란 사람을 참 잘 아는 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두고 두고 음미할 만하다. 담배 있느냐던 물음과 함께...
아마 그 말은,
겁에 질려 책임을 모면코자 지어낸 말이 아니라, 지키지 못한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이가 평소 느낀 그 이의 면모를 가장 아름답고 함축적으로 담아낸 절명시 같다.
내가 생각하는 노무현의 궁극 가치는 사람이었다. 모든 권력과 제도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란 게 그가 한평생 추구한 민주주의의 핵심 아니었던가 싶다.
그의 삶을 지키지 못한 경호관이 그의 죽음이나마 지키려고 생각해 낸,
생애 마지막 순간 인간 노무현의 눈동자에 맺혔던 것 또한 사람이었다는
정곡을 찌르는 아름답고 슬픈 거짓말...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인간이기를 고집하며 살다 끝내 인간답게 삶을 마감한 노무현과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 경지에 이르러 버린 이름모를 경호관...
그러므로 그 절명시,
노무현의 것도 아니지만 그 경호관의 것도 아니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 노무현의 것인 동시에 그 경호관의 것이기도 하겠다.
.
.
.
퇴계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매화나무에 물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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