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종성교회 - 동석산 암릉 - 안부 - 농로 - 도로(3시간 10분)
한 마디로, 거리는 멀고 코스는 짧다.
코스 길이로 산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산행의 경제는 평가해야 마땅하다. 대구에서 동석산행은 정말 비경제 자체다. 왕복 2천리가 넘는 길, 새벽같이 뛰쳐나가 10시간 넘게 차에 시달려 딸랑 세시간여 산행하고 온다는 건 아무래도 재미없다.
마지막 봉우리에서 짱 왈, 몸 좀 풀릴만 하니 끝나버리네...#$%^&*% 전적으로 동감!
거대한 암괴로만 이루어진 산, 까칠한 암릉길 오르내리는 맛이 제법이고 곳곳에서 바라보는 암봉 암릉의 형세는 역동감 넘치고 매우 화려하다. 그러므로 짜릿한 손맛 느끼며 최대한 우회없이 느리게 가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암릉미를 충분히 음미하는 게 동석산행의 포인트겠다.
그러나 고도가 없어 지릉이 부실하니 시야의 폭이 빤하고 깊은 맛은 부족하다. 또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코스 자체가 워낙 짧으니(강풍 불거나 비가 오면 그 반대로 느껴질 테지만) 풍경이 다양하지 못하고 단조롭다. 물리적으로 전혀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기보다는 몇몇 바윗뎅이를 요리조리 뜯어보며 가는 셈이란 것. 날이 풀려 원경조차 좀 흐리고 바다 조망도 기대보단 약한 편이었다. 차라리 안개가 적당히 시야를 가렸으면 상상 속 풍경이라도 좋았을까....?
올따라 달리기 선수들만 왔는지 짧지만 굴곡 많은 길을 그닥 여유롭게 진행하지도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꽤 실망스런 산행이 되어버렸다. 부여된 4시간 반도 소화하지 못해 1시간20분을 잘라먹었으니... ㅉㅉ
코스에 따른 완급조절이 불가능한 산행 스타일을 가진 이들과 동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재미없는 산행의 최소조건은 갖추어진 셈인데, 꼴찌로 다다른 정상에서 하산완료까지 두시간이 남아 다시 암릉길로 되돌아갈까 했으나 암 것두 없는 도로에서 멍하니 기다릴 그들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 그러지도 못했다.
코스 자체의 재검토도 필요하겠다.
정상에서 심동 쪽으로 되돌아갈 게 아니라 북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세방낙조 전망대로 향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멀리서 보니 북릉엔 바다 조망할 수 있는 지점도 몇 군데 있겠다. 짧은 암릉 산행 후 부드러운 육산릉 따라 몸도 풀고 두어군데서 바다조망도 즐기며 한두시간 더 코스를 이어간다. 마지막엔 바다가 보이는 세방으로 내려서 (해 짧은 계절엔) 일품 낙조까지 바라본다...
그게 제대로 된, 머나먼 진도 동석산행 코스 아닐까? (진도에서 버린 1시간 20분은 정말 너무 아깝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암릉구간을 최대한 여유롭게 진행하고(천종사쪽 오름에 있는 전망대도 다녀오고) 정상에서 다시 되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보는 방향과 시간에 따라 풍경은 달라지므로 돌아가는 길은 또 다른 코스다. 가급적 우회로 이용하면 별 위험부담 없이 오를 때보다 빨리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무슨 넘의 숙제하러 간 것도 아니고 이름만 요란했을 뿐, 실속없이 뒷맛이 씁쓸하던 산행...
첫 봉우리 맨 꼴찌로 올라서니 너도 나도 카메라를 치켜들고...
로프 잡는 곳, 저 아지매 가뿐하게도 올라가 버리네!
걸리버 여행기 삽화 보는 거 같다. 난장이 나라의 걸리버 편.
거대한 방구 하나 두고 개미처럼 달라붙었다.
돌아보다
철난간 있는 곳 지나와 돌아보다
저 칼날릉은 도저히 갈수 없겠다. 무조건 우회!
당겨본 칼날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