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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전라 충청권

덕유 무룡산 2

by 숲길로 2008. 8. 5.

 

 ‘나 안 갈래~~’

꽃에 홀린 별천지...

무룡산 쪽에서 두 사람이 나타난다. 큰 카메라를 들고 웃음 가득한 얼굴이다. 인사로 나누는 이구동성의 탄성, 꽃풍경에 어울리는 언사 또한 꽃빛인 양 곱다.    

 

 

 

 

 

 

무룡산 동남릉.

바위에 앉아 굽어본다. 날렵하게 빠진 청룡의 몸통 한가운데 희게 빛나는 암릉이 매혹적이다. 잠시 가파르긴 해도 전반적으로 그다지 힘들어 뵈진 않는다.

꽃밭 굽어보며 넉넉히 쉬고 능선으로 접어든다.

 

동남릉(아래는 조금 당겨본 모습).

저기서 보는 무룡산과 덕유주릉의 모습이 많이 궁금하다. 

 

 

 

 

그런데 첨부터 만만치 않다. 길은 뚜렷한 편인데 발 디딜 곳의 땅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싸리와 키 낮은 산죽이 너무 울창하다. 발밑 지형이 확인되지 않으니 도무지 진도가 나질 않는데다, 한여름 무성하게 자란 가지들은 시야마저 가로막는다. 양손 휘저으며 헤엄치듯 밀쳐내며 나아간다. 한동안 비도 오지 않았던지 밀쳐낸 가지와 덤불에선 먼지가 폴폴 인다. 콧구녕이 매캐하다. 게다가 바람 들지 않는 능선길은 엄청 덥다. 지나온 꽃밭을 생각하니 천국에서 지옥으로 바로 굴러떨어진 기분. 

느린 속도도 그렇지만 발목 잠기는 눈길 러셀하는 이상의 체력 소모다. 뒤따르는 동행은 스틱 사용이 조심스러울 정도로 바짝 붙어 따라온다. 무슨 얘기를 붙여도 묵묵부답...  완전히 쫄으셨나부당...ㅎㅎ

시야 트이더니 1288봉이 보이는 바위다. 잠시 휴식.

드디어 누군가  말문을 연다. 돌아가잔다... ㅠㅠ

그게 옳을듯 싶다. 그래도 전체 의사를 확인할 겸 다수결로 하자며

"계속 가실 분?" 하며 손가락을 치켜든다.

다른 이들은 그저 묵묵...  이 대 일이다.

"그럼 돌아갑시다."

잠시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되돌아가는 길이 더 힘 들다. 가파른 오르막 숨이 턱턱 막히며 코가 거의 땅에 처박힌다.  숨 돌리며 시계를 보니 왕복 25분... 

 

원점으로 되돌아와 지쳐 멍한 이들...

 

여유롭게 다시 꽃놀이 모드

 

 

 

 

 

화살표 지점이 되돌아온 곳

 

삿갓골재 내려서기 전, 가지 못한 동남릉이 아쉬워 다시 돌아본다.

잎진 계절에 꼭 다시 찾고 싶지만, 무량 산천따라 흐르는 마음의 갈피 또한 무궁무진... 기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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