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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거제 산방산(1) 080408

by 숲길로 2008. 4. 9.

코스 : 산방 소류지(산방산 비원 입구) - 정면 능선길 - 산방산 - 북서 능선 - 너른 공터 - 흐린 능선길 따라 - 임도 만남 - 약수터(왕복) - 공동묘지 - 산방산 비원 뒷길 - 산방 소류지(여유롭게 4시간)   

 

 

작지만 야무지고 아름다운 산이다.

햇살 머금은 진달래 꽃그늘 밟으며 느리게 오른다. 발길 미치는 조망대마다 올라 여기저기 살피며 가니, 산 아래서 보았던 작은 산의 인상은 어느 덧 사라진다. 크지 않은 정상부지만 암릉과 암봉이 균형있게 발달하여, 다가갈수록 속살의 깊이와 두터움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국립공원급 명산 한 자락을 뚝 떼어 놓은 거 같다.

때는 호시절, 산자락부터 정상부까지 곳곳에 진달래가 붉게 만발하여 바위빛과 어울리고, 무성한 활엽수들은 앞다투어 연두의 첫 잎을 내민다. 조망대에 서면 눈 두는 곳마다 절창의 한 시절로 아우성이다.    

그러나 아무리 더디게 가도 정상은 멀지 않다. 바위 잡고 더듬거나 우회로로 에둘러 가도 어쩔 수 없이 산은 아담한 제 규모를 드러내고 만다.

그래서 당초 계획은 산방산에서 대봉산 백암산을 거쳐 폐왕성까지 길게 준원점회귀로 이어보려 했었다. 고려 때 무신란으로 쫓겨난 의종이 3년을 지냈다고 하는 폐왕성은 한 번 가 볼만한 곳이지만, 야산릉으로 이어질 다른 구간들은 썩 구미가 당기지 않아 포기했다. 나중에 기회가 있을려나...

 

대금산으로 넘어가는 길에 잠시 깜빡하여 옥동 입구까지 가 보았는데 거기서 보는 산방산의 모습이 아주 멋스럽다. 산방산의 사방 모습이 다 궁금해진다. 게다가 산벚꽃 만발한 뒷자락의 산빛이 기막히다.   


코스 참고 :

산방 소류지 옆에 산행 안내판이 있고, 산방 비원 앞을 지나 다다른 보현사와 산방 윗저수지 갈림길에 등산로 입구 표지가 있다. 

3~4부 능선쯤에 있는 큰 암봉은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서는데, 좀 위험스럽긴 해도 바위를 타고 바로 오르면 곳곳에서 돌아보는 조망이 아주 좋다. 

산 아래서 보면 능선 오른쪽으로 쏟아지는 거대 암반 역시 틈새로 오르는 길이 있을 듯한데 확인하지 못했다.

정상부 첫 봉우리는 왼쪽으로 돌아 오르는데, 가파른 바위벽으로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위험하다.  

첫 봉우리 내려서는 곳에 로프가 있다. 로프가 싫다면 잠시 되돌아와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중간의 송곳니같은 봉우리는 길이 없는 듯하다.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넘을 길을 찾지 못했다. 로프로 내려오면 왼쪽, 우회로는 오른쪽으로 그 중간 봉우리를 돌아간다. 두 길은 정상 봉우리 직전 안부에서 만난다. 


산방리 원점 하산길은 거북바위 쪽이다. 거북바위 지나 임도와 만나는 너른 공터 이후로는 길이 흐리다. 흐린 길 따라 빨간 테이프를 붙여 놓았는데, 추측컨대 산방산 비원 측에서 길을 개척하려 한 게 아닌지... 멀리서 보면 솔숲 능선이나 막상 들어보니 솔 숲 아래 키 낮은 잡목이 많고 조망이 전혀 없어 즐거운 코스는 아니다. 땡볕만 아니라면 조망 있는 임도가 낫다고 할 이도 있겠다.

어느 산소 옆에서 결국 임도를 만난다. 임도 따라 잠시 가면 약수터 팻말이 있다. 약수터를 거쳐 하산하는 길은 없는데(왕복 500m 정도) 계곡 따라 하산로가 개척되면 아주 좋겠다.

이후 임도는 산방산 비원 뒤쪽을 거쳐(중간에 소규모 공동묘지 경유 가능) 산방 소류지 삼거리에 닿는다.

 

능선 초입부터 만개한 진달래가 환영한다 

 

능선 중간쯤 있는 암봉 전망대에서 굽어본 사곡 마을.

산방산 비원에는 �꽃이 구름띠를 이루었다.

이 지점에서 만난 지역주민들 몇 분이 왈, 

오늘 삼월 삼진날 해마다 저 아래 동네서 잔치를 하는데 떡 찌고 돼지도 잡아 푸짐한 음식을 너나없이 나누어 먹는데, 올해는 선거 앞두고 잔치가 열리지 않아 먼 길 온 우리가 아주 애석하게 되었다며 심심한(?) 위로의 말씀... 

몰랐으면 괜찮을 걸 듣고 나니 과연 애석하긴 하네...    

 

암봉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정상부와 당겨본 모습(아래) 

 

다시 이어지는 오솔 숲길.

암릉을 타고 오르는 방법도 가능할 듯한데 진달래 꽃길, 걷기 좋은 길을 따라간다.  

 

길 벗어난 좌우 조망대들이 좋다. 조심스럽고 번거롭지만 수고에 값하는 절경들이다. 

 

 

 

 

산방산 네 봉우리 중 첫 봉우리를 바위를 더듬어 올라본다. 잡고 디딜곳은 좋은데 거의 직벽에 가깝고 작은 조각들로 풍화중인 바위가 충분히 단단한지 의심스러워 꽤 조심스럽다.

  

바로 치오른 첫 봉우리에서 굽어보다

사진 오른쪽에 폐왕성 봉우리가 보인다.  

 

왼쪽 멀리 노자 가라산,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 산달도

 

정상 봉우리 직전에서 돌아보다. 바로 앞 저 봉우리는 우회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