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비슬랜드(군불로) - 왼쪽 임도 따라 - 수월리 넘어가는 고개(직전에 등로 표지 있으나 그리 가지 않음) - 능선 따라 - 989.7봉 - 조화봉 - 군불로 방향 능선 - 임도 - 낙성 저수지 - 애골농원 - 큰길 벗어나 오른쪽으로 - 비슬랜드(바위마다 기어오르며 여유롭게 6시간)
산행은 여행이다. 낯선 세상 속으로, 짧은 거리를 늘이고 늘여 가없이 멀리 떠난다.
안개의 길은 내 걷는 산길보다 먼저 있었다. 낙성마을 지나가며 올려다보았던 낙락장송의 하늘은 이미 하나의 예감이었다.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오른 989.7봉 능선이지만 새로웠다. 능선 오름길 한 두 군데 길 벗어난 조망바위들도 좋았지만, 수월리 갈림길부터 이어지는 암릉길은 비슬산의 일품 코스라 할 만하다. 전에 우회했던 구간들까지 남김없이 바윗길을 이으며 엷은 안개가 펼쳐놓는 선경에 빠져든다.
안개의 겨울은 색계(色界)가 아니었다. 무색계(無色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채계(無彩界)였다. 산이 빛깔을 감추니 날카로움마저 사라진다. 헐티재와 팔조령 사이에서 남으로 뻗어내리는 산릉들, 비슬기맥과 관기봉 남쪽 줄기가 풀어놓는 겹겹 산릉과 연봉들... 땅과 하늘이 하나가 되는 몽환세계. 온전한 윤곽 버리고 무채색 선만 남은 저것들을 어쩌면 더 이상 산이 아니니 이름 부르기조차 망설여진다.
시간이 멈춘 듯 느리고 고요한 세상의 풍경, 그만큼 느린 걸음으로 걷는 산길...
첨으로 조망 트이는 곳에서 돌아본 동북쪽
조화봉
남산리쪽
당겨보다
돌려보고...
더 돌려보고..
아기자기한 바위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 멀리 젖꼭지 같은 게 관기봉
남쪽
굽어본 계곡. 그나마 빛이 살아있던...
저 암봉이 989.7봉
당겨본 관기봉
수직절리를 부챗살처럼 펼친 바위. 우회로도 있지만 조심스레 지나가는 재미도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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