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과 여행/경상권

청량산 축융봉(071201)

by 숲길로 2007. 12. 2.

코스 : 청량산휴게소 - 공민왕당 - 축융봉 - 매표소 방향 능선따라 - 지계곡으로  - 하청량 주차장(여유롭게 3시간)

 

 

 

일요일인 내일은 비가 온단다. 맑은 날씨가 아까워 청량산 가는 안내산악회를 따라 나선다. 오른 지 오랜 청량산은 훗날 단풍빛에나 다시 찾을 요량으로 축융봉을 향한다. 


청량산 휴게소 직전에서 오른쪽 등산로 개설 공사 중인 임도를 따라간다. 지도에는 계곡을 따라 길이 표시되어 있으나 확인하지 못했고, 주로 임도를 이용하는 듯하다. 아침 햇살 받는 산릉의 조망이 좋아 단풍 무르익는 늦가을이나 햇볕이 싫지 않는 이 계절엔 걸어볼만한 길이다.

얼마 가지 않아 산중 분지같은 너른 터가 펼쳐지며 폐가 몇 채가 보인다. 길 오른쪽에 마당 조망이 기막힌 빈 집 한 채가 있다. 초겨울 햇살 아래 굽어본다. 묵밭 곳곳에 억새 피어나며 폐허로 변해가는 산성마을이 스산하고 눈부시다.

 

돌아서니 공민왕당. 고려말, 폭풍같은 기세로 중국 왕조의 권력 판도를 휘저으며 개경까지 함락시켰던 홍건적을 피해 공민왕이 잠시 은거했던 곳이다. 또 비명에 간 공민왕이 신으로 다시 부활한 곳이기도 하다.

등로는 공민왕당 앞을 지나 능선으로 올라 축융봉을 향한다(임도 역시 나중에 축융봉 능선에 이어진다). 낙엽 산길을 따라 집채같은 바위봉 몇 개 연이어진 축융봉을 오른다.


축융봉은 사방 조망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청량산 전경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최고의 위치로 단풍철에 다시 한 번 오르고 싶은 곳이다. 뿐 아니라, 끝자락을 슬쩍 드러내는 안동호를 향해 수태극의 형세로 굽이굽이 흘러드는 낙동강 물길, 그 물길들을 밀고 당기며 겹겹으로 솟았다 사라져가는 산릉들... 또 일월산과 장군봉 등 태백산맥 줄기의 산릉들을 아름답게 감상하는 천혜의 조망대다. 고성능 망원경까지 있어 청량사가 손에 잡힐 듯 들여다뵈고 일월산 정상부 기지의 돔 지붕까지 선명하다.

다만, 맑고 쌀쌀한 초겨울 날씨임에도 습도 높은 흐린 대기 탓에 원경 그림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축융봉은 좀 별나고 어려운 이름이다. 축융(祝融)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1. 불을 맡은 신, 화덕진군(火德眞君). 2. 여름을 맡은 신. 3. 남쪽 바다를 맡은 신.

이라 되어 있다. 청량산 남쪽을 따뜻하게 감싸는 조망제일봉으로 어울리는 이름이나 요즘 사람의 눈에는 좀 뜬금없기도 하다.

청량산은 퇴계를 비롯 조선조 거유들이 즐겨 노시며 꽤나 띄워놓은 곳으로, 여러 봉명들은 주세붕이 중국 지명을 따서 지었다 한다. 축융봉이란 이름 역시 중국 무릉계에 있는 지명이다. 연적, 탁필, 자소, 탁립, 경일, 축융... 하나같이 멋스럽다면 멋스런 이름들이지만, 풍향만 바뀌었을 뿐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엘리트 족속들의 도저한 사대취향이 느껴져 조금은 입맛이 쓰다.


축융봉 너머부터는 길이 흐리다. 조망이 전혀 없는 육산 능선을 따르는데 수북한 낙엽 헤치며 걷는 맛은 좋다. 능선길은 청량교 쪽 매표소까지 이어질 듯하나 워낙 뚜렷치 않아 녹음 우거진 철에는 자칫 서쪽 지능선으로 빠져 버릴 우려도 있겠다. 매표소 향 능선으로 방향을 잡은 후 갈 길을 가늠해 보지만 내내 조망은 없을 듯하다. 마지막 봉우리 비슷한 지점에서 곧장 오른쪽 계곡으로 무작정 내려서 버린다. 두터운 낙엽과 이끼 낀 바위가 조심스럽지만 잡목도 별로 없고 가로막는 암벽이 없으니 위험하진 않다.

도로에 내려서니 하청량 주차장 백여미터 서쪽 지점인데, 하산계곡 바로 오른쪽 지능선 초입에서 등로 개설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년쯤이면 마무리되겠는데, 축융봉 정상에서 청량산 조망 후 부드러운 능선을 호젓하게 이어가는 산책코스로 좋겠다.

 

 

정비된 산성자락 

폐허가 되어가는 산성마을 

산성마을의 초겨울 빛 

공민왕당 

무속인 중에 공민왕을 모시는 이들이 더러 있기에 의아했는데 그 뿌리가 여기였다.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은 이들의 원한이 무속에선 큰 영험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최영 장군, 공민왕, 관운장...등등  

 축융봉에서

 당겨본 청량사 쪽

 암릉부

 낙동강

일월산 - 맑았지만 습도가 높아 많이 흐리다 

 동남쪽

남쪽 - 안동호 끝자락으로 굽이 흘러드는 낙동강 

 

 

 축용봉 너머 낙엽 숲길

무작정 내려온 계곡 - 단풍철에는 참 고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