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과 여행/경상권

청도 용당산(071120)

by 숲길로 2007. 11. 21.

코스 :

청도 매전면 온막리(청도 학생 야영장 입구 주차) - 온막교회 뒷쪽 - 개울 건너 - 능선 끝자락부터 - 완만한 능선따라 - 삿고개(좌)와 능선 갈림길  - 암릉 조망대 - 정상 - 삿고개 마을 - 오른쪽 677.8봉 방향 - 왼쪽으로 산비탈 횡단 - 주능선  만남 - 작은 봉우리 - 전주있는 안부 - 삿고개 마을 - 마을 오른쪽 길(계곡 하산로) - 계곡따라 오락가락 살피며 -  3단 폭포 - 산비탈길 - 삼거리 지나 왼쪽으로 - 낙엽송 길 - 사은막 - 온막리(여유롭게 6시간) 

 

출처: 산 속으로 

출처 : 산모듬


장연리에서 건너다보는 늦가을 산빛과 느리게 굽이치며 오르는 산줄기가 좋아 오른 산이다. 청도읍과 매전면을 나누는 능선에서 동남쪽으로 뻗어나와 온막리 뒤로 길게 휘어져 내리는 용꼬랑지같은 산줄기는 지금 울창한 낙엽송 단풍으로 물들어 활엽 단풍숲과 또다른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보기 좋은 떡이 다 맛있는 건 아니니, 걸음 내디뎌 몸으로 드는 산행의 현실은 먼 눈으로 가늠한 기대를 배반하기 일쑤...

 

온막교회 뒤편으로 오르는 능선의 낮은 자락은 웬만한 동네 뒷산길보다 못하다. 완만하지만 잡목과 풀들이 뒤섞여 좀 지저분하게 느껴진다. 기대했던 그윽한 낙엽송 단풍 숲길을 걷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큰 탓일까.

 

오르며 보는 용당산릉  

당겨보다

 

서쪽을 향하던 산줄기가 봉우리 하나를 솟아올리며 서북으로 방향을 틀기 직전 산길은 두갈래로 나뉜다. 오른쪽 길은 능선을 잠시 우회하며 용당산 정상으로 향하고, 왼쪽 길은 산비탈을 따라 큰 기복없이 이어지며 계곡 상류를 거쳐 삿고개에 닿는다.

능선길을 따른다. 솔숲길이 이어진다. 곳곳이 용꼬랑지에 올라탄 무덤들이다. 철조망을 쳐 놓은 곳도 있다. 그러나 길 살짝 벗어나 좌우로 번갈아 나타나는 조망대는 심심치 않다. 정상부 직전에서는 암릉까지 살짝 드러나며 좌우로 거침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거대한 은빛 뱀으로 굽이쳐 흐르는 동창천이 눈부시다. 용당산 줄기 끝자락을 이어 온막리 벌판이 너르게 펼쳐지며 동창천 물길을 동쪽으로 밀면, 육화산에서 뻗어나온 젖무덤같은 응봉 두 봉우리는 그 물길을 다시 서쪽으로 밀쳐낸다. 좌우에서 밀리는 물은 뱀처럼 사행(蛇行)하며 유유히 남으로 흘러간다.

 

동창천과 그 너머 용암 소천 능선

 

왼쪽을 굽어보면 금빛으로 물든 낙엽송 숲 산자락 아래로는 온막리와 용산리의 마을들이 정겹게 자리잡고 있다. 가을걷이 끝난 벌판은 그 흔한 비닐 하우스 하나 없이 시원스럽다. 

암릉이 제법 눈에 띄는 호랑산과 멀리 비룡산 사이, 불령사를 지나 안중산 고원으로 오르는 계곡이 흐릿하다. 비룡산과 호랑산, 좌청룡 우백호의 풍수 형국이란 걸까? 년전에 사륜차로 안중산 고원을 거쳐 곰티로 넘어간 적이 있는데 태백 일대의 고원분지 축소판처럼 매우 인상적인 곳이었다. 그런데 그 특이한 지형을 기껏 활용한다는 게 골프장 짓겠다는 거였고, 이 한심한 금권적 발상은 주민들을 서로 불신하고  분열하게 하여 평화롭던 농촌 마을 인심을 자못 흉흉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온막리와 용산리 일대 전경

굽어흐르는 동창천과 육화산릉 전후좌우. 태극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지태극 수태극이라 탄복할만한 가경이다.   

 

문제의 그 용산리 아래쪽 또 유난히 눈길을 끄는 산이 있다. 온막리와 용산리, 북지리를 나누는, 두 봉우리로 된 초승달 모양의 산인데 상동과 매전을 잇는 도로가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허리잘린 달... 그 한쪽은 년전의 화재로 아직도 볼썽사나운데  기슭마저 전원주택단지 조성으로 허옇게 파헤쳐져 있다. 

 

허리잘린 초승달같은 산과 멀리 묵묵한 운문 가지산릉

 

눈 들어 먼 산을 본다. 육화산과 흰덤봉 줄기 너머 지룡 옹강 문복 가지 억산 운문... 그 오른쪽으로 천황 정각 용암 소천 낙화산까지... 좀 멀거나 하늘금 뿐이긴 하지만 대단한 조망이다.

 

용당산 정상은 무덤 하나 있을 뿐 조망은 없다. 올 겨울 첫추위, 바람이 차다. 삿고개로 총총 내려선다.

 

삿고개로 내려가는 길

 

폐가가 여럿 보이지만 삿고개 마을은 그림처럼 아늑하다. 사계절의 아침 저녁 풍경이 궁금해진다.

삿고개(삭고개라고도 함) 마을

 

시루봉이라 불리는 677.8봉쪽을 오르다가 솔숲 비탈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우회한다. 숲 사이로 청도읍 부야 저수지가 내려보이는 능선에 닿는다. 곰티에서 오례산까지 이어질 능선 전후와 부야1리 쪽으로도 길이 뚜렷하다.

 

바람이 차서 걸음을 빨리한다. 낙엽송 숲길을 지나 봉우리 하나 넘으니 대남바위산 가기 전 안부다. 부야2리쪽으로 이어지는 고개길이 아주 뚜렷하다. 옛날부터 삿고개 주민들이 오르내리던 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전기(電氣)도 이 고개를 넘어간다.

바람찬 날씨에 조망 없는 능선길 걷기가 싫어 삿고개 마을로 내려간다. 오색 낙엽으로 뒤덮인 예쁜 길이다.

 

삿고개로 내려서는 길

삿고개 마을 묵밭의 억새

 

마을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계곡을 따라 하산길을 잡는다.

계곡 모습이 궁금하여 물길로 다가서 본다. 상류라 별 볼품은 없다. 계곡 왼쪽에 흐린 길이 보여 따라간다. 잠시 후 덤불이 우거져 더 갈 수가 없다. 다시 물을 건너 계곡 오른쪽 좋은 길을 따른다. 암반이 드러나며 제법 꼴을 갖추는 지점 쯤에서 다시 계곡으로 들어 물길을 따라가 본다. 제법 볼만하다. 삼단폭포 비슷한 것도 있다. 당골마을까지 계곡산행을 잇고 싶지만 아내는 바위만 더듬어 가는 게 좀 힘든 모양이다. 계곡 답사는 나중으로 미루고 길에서 더 멀어지기 전에 낙엽 쌓인 산비탈을 무잡이로 올라선다.

 


삼단폭포

 

울창한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낙엽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지만 가파르지 않아 여유롭기도 하거니와 적막 숲길의 운치가 그만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간간이 오른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노랗게 물든 낙엽송 숲과 계곡으로 쏟아져내리는 지능선들의 바위 절벽이 아름답다. 단풍이 제철이라면 아주 장관일 듯하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

 

단풍철이면 제법 고울 듯...

동창천 저녁 물빛

 

능선가는 길과 다시 만나 오분쯤 내려오니 왼쪽으로 흐린 길 흔적이 있다. 오전에 산 오르며 기대했던 낙엽송 숲길로 이어진다. 사은막 마을로 내려서는 길 같다. 지그재그로 천천히 내려서는 예쁘고 멋진 길, 눈부시게 올려다보니 하늘은 온통 파란 바탕에 노란 빗살로 가득하다.

 

 

마을 뒤쪽 억새 피어난 묵밭을 거쳐 민가 마당을 가로질러 마을길에 이어진다. 오분쯤 걸어나가니 온막교회가 있는 명대마을. 예쁜 돌담길 사이를 걸어 산행을 마무리한다.

 

명대마을 돌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