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경산 남천면 하도리 경로회관 - 소원사 뒷쪽 능선따라 올라 - 선의산 서릉 - 선의산 - 남봉 - 솔숲능선 - 하도리 갈림길 - 용각산(왕복) - 하도리 갈림길 - 용각산 서릉 - 하도 저수지 - 하도리 경로회관(보통 걸음으로 6시간)
지도 출처:구름뫼
선의산과 용각산은 참 부드러운 산이다. 멀리서 보던 그대로다. 두 산 모두 정상부만 바위를 살짝 드러낼 뿐 사방 이어지는 산릉은 부드럽고 울창한 숲길이다. 특히 가파른 구간도 없다. 게다가 용각산 정상부엔 소규모지만 억새가 섞인 진달래 군락이 있어 예기치 않은 반가움을 준다.
무엇보다 이 코스의 백미는 선의산 남봉과 용각산을 잇는 소나무 숲길인데 끝없이 걷고 싶은 부드럽고 쾌적한 일급 산책로다. 다른 계절에 다시 한번 걷고 싶은 곳이다. (단체 산행코스가 아니라 한둘 혹은 몇몇이 호젓하게 걸어야 맛깔나는 길이다)
두 산을 잇는 능선은 소나무가 주종인데 두 산의 서쪽 능선들은 활엽이 주종이다. 그래서 내내 발 아래서 낙엽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가는 낙엽산행길이다. 단풍철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능선 조망 즐기는 이에겐 선의 용각은 전혀 흥미롭지 못한 산이다. 정상부를 제외하고 전 구간 전혀 조망이 없다. 조망의 트임 면에선 그래도 용각이 더 낫다.
선의산 가는 길
하도리 경로당 앞에 주차하고 바로 왼쪽 산자락으로 접어든다. 잠깐 계곡을 따르다가 오른쪽 능선 비탈길로 붙는다(위 지도보다 일찍 산길로 접어듬). 산소(대부분 파묘한 상태)로 이어지는 길인데 낙엽이 많이 쌓인데다 중간중간 흐려져 조금 불편하다. 한참 가니 리본도 하나 보인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오르니 선의산 서릉(위지도 A4 못 미친 지점)에 붙는다. 한동안 거의 기복없는 비단낙엽길이다. 오르막 한번 올라서니 도성사 갈림길과 만나고 다시 평평한 길. 헬기장 지나면 바로 정상이다.
정상(용각산도 포함) 조망은 - 흐린 대기로 원경 조망이 불가능한 탓이 크겠지만 - 서쪽보다 동쪽, 즉 두곡리 계곡과 산자락, 그 너머 매전쪽 산릉이나 대왕 학일산쪽 그림이 훨 나았다. 특히 매전이라면 영남 알프스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지역 아닌가.
그래서 원점회귀 코스라면 두곡리쪽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 용각산을 내려서며 동남쪽 조망을 잠시 더 누릴 수 있는 잇점도 있다.
선의산 정상석은 仙義로 새겨져 있다. 선녀가 춤추는 어쩌고... 설명이 적혀 있으면서 왜 ‘의로울 의’자를 쓰는지 모르겠으나, 좀 고지식한 발상의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원래 宣衣인데 仙義로 바뀌었다 함). 사실 선의산의 산세는 멀리서 보아도 워낙 부드럽게 펼쳐진다. 선녀의 열두폭 날개옷처럼 은은하고 우아하다. 너르게 펼친 옷자락이란 이미지를 지닌 원래의 宣衣가 산의 형세와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선의산에서-백자산과 신방산(?)
두곡리계곡과 대왕 학일 통내산쪽
선의산 남봉과 용각산(맨 오른쪽)
남봉 가며 돌아본 선의산
용각산 가는 솔숲길에서
용각산 정상부
용각산에서 되돌아본 선의산 능선
용각산에서 본 곰티 방향
통내 학일산쪽
용각산에서 되돌아와 하도리 가는 길(남성현재 이정표) 은 상대적으로 덜 다녀 덤불이 조금 있고 약한 봉우리도 두개 넘지만 역시 걷기 좋은 길이다. 하산지점 부근에선 묵은 임도가 나타나고, 안부에서 U턴하듯 지나온 산자락을 따라 돌아간다. 그 길을 줄곧 따르면 하도 저수지 최상단 마을까지 이어질 듯하나, 너무 멀 듯하다. 도중에 저수지를 향해 고속도로 터널 옆으로 가파르게 쏟아지는 능선을 따고 내려선길이 나 있다. 잠시지만 제대로 된 길도 아니고 워낙 가팔라 좀 짜증스럽다.
하도 저수지 옆길을 따르면 마을까지 이어진다. 빙빙 돌아가는 포장도로인데 저수지 하단 제방(댐)을 건너가면 오히려 지름길이 될 듯하다.
하도 저수지 상류
하도 저수지
오늘도 당초 맘먹기로는, 소천 용암봉 능선을 이어 중산 낙화산으로 걸으려 했다. 그러나 내 하는 짓이 늘 그렇듯 게으름이 다시 산을 골랐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그것조차 잘 안 된다. 자주 엇길로 간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엇길이 더 좋았던 때도 많았다. 오늘처럼 세상에 안개 자욱한 날은 아쉬운 조망보다 저런 부드러운 능선길이 좋듯이.
게으름은 늘 마음보다 먼저 몸과 화해하고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다. 이 나이쯤이면 잘 지내는 것들의 풍경을 섬겨도 흉은 아닐 터이니, 뾰족하던 마음까지 덩달아 무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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