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 결혼은, 미친짓이다 (2002)
감독 : 유하
출연 :
이 영화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향수로 읽는다.
달동네 골목 풍경이 아름답다. 불규칙하게 엇갈리는 담벼락의 선들과 그늘과 그 사이로 열리는 허공. 시선이 사라지거나 가 부딪치는 곳에서 피어나는 하늘.
언제부턴가 이 도시에선 길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굴곡이 사라졌다. 도로는 있어도 골목은 없다.
채 벗지 않은 상태의 섹스를 즐기는 여자. 그림자 없는 노출과 위생 처리된 욕망만이 펼쳐지는 나체는 깨끗이 구획된 거리에 어울린다. 욕망이 그늘지며 숨어들 수 있는 틈은 맨 몸과 옷 사이인지 모른다. 속옷 사이로 밀어 넣는 손길은 그러므로 더욱 격렬한 매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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