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 클로저 (closer 2004)
감독 : 마이크 니콜스
왕년의 명화 <졸업>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가 보다 젊어진 감각과 더 깊어진 성찰로 왔다.
누군가를 더 알려 하면 할수록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더 멀어진다.
기묘한 진실게임. 가명이라 여겨 본명을 추궁했는데 줄곧 되뇌던 가명이 본명이었다. 진실이라며 던진 한 마디가 혼란에 빠뜨리고 진실에서 더욱 멀어지게 한다. 현실의 지평은 오히려 현실의 부재이며 꿈이다. 대책 없는 갈망과 피할 길 없는 질투는 그 가혹한 진실을 드러내 준다.
영화는 사랑에 빠진 이들의 기묘한 엇갈림과 뒤틀림이 낳는 기쁨과 고통을 꼼꼼히 훑으며 진정한 가까움의 역설적 가능성을 찬찬히 탐색한다.
믿음은 환상의 현실을 만든다. 격렬하게 연쇄 반응하는 욕망 - 믿음 - 환상 - 환멸의 순환 고리. 수컷과 암컷이 다르고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그게 사랑게임의 통상적 방식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현실은 진정한 현실의 부재로서 확인된다. 현실의 부재가 욕망을 낳고 욕망이 상상을 낳고 상상이 믿음을 낳고 믿음이 현실을 낳는다.’
궁극 환멸이 오고 언제 어디선가 다시 환상은 시작할 것이지만, 나는 네가 아니므로 서로는 늘 엇갈린 환상 속에 머무른다(그러나 환멸조차 일종의 환상이다). 그 과정은 참 절묘하고 고통스럽다.
우리가 누군가의 잘못을 고통스럽도록 샅샅이 들추어 낼 때 그의 고통은 또한 내 고통이기도 하다. 내가 벽을 민다면 벽 또한 그만큼의 힘으로 나를 밀어온다. 그가 도처에 둥둥 떠다니며 수시로 내 눈앞에 출몰한다면, 나 또한 그와 함께 정처 없이 떠돈다는 뜻이니 애당초 그는 내가 지어낸 환(幻)이며 또 내가 벗어나고자 하던 환멸(幻滅)이 아닌가?
아니, 사랑이란 幻이 나로 하여 생겨났다 해도, 어쩌면 幻이 나를 지나가며 그를 뿌려놓은 것... 내가 사랑한다는 것은 또한 사랑이 나를 지나가는 것이니, 나는 사랑이 지나가는 자리에 지나지 않으며 언젠가는 그 흔적으로만 남을 터.
그러나 어쩌랴, 지금은 그 빛나는 길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배역 하나하나는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너무 예쁘고 멋있게, 성숙한 연기를 보여준 나탈리 포트만. 늘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선 그 커다란 입을 좀 다물고 있으니 비로소 좋아지기 시작하는 줄리아 로버츠. 바람둥이역이 딱 제격인 주드 로, 여자에게 매달리는 게 무슨 특기같은 클라이브 오웬... 뛰어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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