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과 여행/전라 충청권

완도 상황봉 - 상록숲의 바다를 자맥질하다(070313)

by 숲길로 2007. 6. 4.

코스 : 불목리 - 숙승봉 - 업진봉 - 백운봉 - 상황봉 - 대구미 마을 

 

 

 

오르며 돌아본다.

원래 남해의 봄빛은 산빛보다 먼저 오는 연두, 아니 젖빛의 따스함이 눈물겹도록 곱지만 오늘은 대기에 가득찬 봄기운이 안개처럼 물빛을 가린다. 대신 숲의 바다, 수해(樹海)를 유유히 헤엄쳐 나아간다. 곳곳에 떠 있는 흰 섬 같은 암봉들에 올라 숨을 고른다.

선정에 든 고승의 모습이라는 숙승(宿僧)봉. 해안을 향해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동백숲 가운데 살짝 숙인듯 웅크린 묵묵한 자세가 절묘하다.

업진봉에 올라 가파른 산턱에 몸 놓고 봄 바다 향해 졸고 있는 숙승봉을 건너다본다. 불어오는 해풍에 젖은 머리 씻으니 전생과 이생, 내생의 업까지 순식간에 다 씻겨갈듯 후련하다. 업진(業盡?)봉. 이름 한번 잘 지었다...

백운봉은 완도숲 최고의 조망대다. 너른 암봉에 올라앉아 늘푸른 활엽숲을 굽어보고 상황봉을 건너다본다. 과연 흰구름의 자리 외에 다른 이름이 올 수 없겠다. 널찍하여 중식 장소로도 안성맞춤.


가끔 멈춰 서서 무성한 동백잎들 반짝이는 하늘을 쳐다보거나 아무도 없는 길을 뒤돌아본다. 깊고 푸른 이 적막의 빛은 사계절의 것일 테니, 무시로 와서 무진장 상록 숲길 너머 사라지곤 할 수만 있다면...


봄바다에 떠 있는 또 하나의 푸른 숲바다 완도.

완도의 상록활엽숲에 압도되고 취한 하루였다. 너른 산자락이나 작은 섬 전체를 덮은 동백숲에도 감탄했지만 무지한 나는 완도가 이토록 방대한 난대식물원인 줄 전혀 몰랐다. 

완도가 이리 사철 푸른 숲으로 덮이게 된 건 장보고 때문이란다. 그가 죽은 후 완도 주민이 뭍으로 강제 이주되어 500년을 지나는 동안 섬은 식물 생태계의 낙원을 구가하며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 자생 군락지’라는 지금 모습의 원형을 갖추었다 한다. 장보고 자신은 전혀 바라지도 상상도 못했겠지만 자연과 인간사가 얽혀드는 저런 인연과 운명이 흥미롭다.

 

숙승봉

 

상록의 숲바다

 

백운봉에서

 

하산능선

 

 

하산길 풍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