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들머리(03:10) ~ 망대암산(06:30) ~ 점봉산(07:05) ~ 오색 갈림(07:55) ~ 단목령(09:15) ~ 북암령(10:10) ~ 1132봉(10:32) ~ 1134봉(10:52) ~ 조침령(12:32) ~ 터널 서쪽 입구(12:55)
지난 주 우중산행으로 걸었던 코스, 다른 산악회 동행으로 다시 걷는다.
이런저런 여건 속에서 점봉산까지 구간은 기대에 미진했지만, 역시 장중한 육산릉 울울창창 대간 숲길 내쳐 걷는 맛은 더없이 좋다.
허나 일주일만에 다시보는 식상함일까, 안개 자욱하던 그날의 숲이 맹숭한 빛에 다시보는 오늘의 숲보다 한결 그윽했더라는 사실.
기억과 다투어 이길 현재는 없듯, 아쉬움과 고생스러움 뒤엉킨 우중산행의 기억은 실제보다 한결 강렬하게 채색되곤 하니....
점봉산 사계의 기억을 돌아보니,
가을이 없다. 다시금 대간길 편승 기회 된다면,
단풍 좋은 날 점봉산에서 곰배령 지나 하늘 덮는 울창숲 능선 따라 유리봉 거쳐 조침령 들머리까지 죽 이어보아도 좋을 성 싶다.
몇년 전 호랑이코빼기 가칠봉 거쳐 진흙동 계곡으로 내려서며 그려보았던 코스기도 하다.
네시 반, 정체 구간에서 기다리는 사이 동이 터온다.
지난 주 비올 때보다 오히려 진도 더딘 느낌.
정체 풀리길 기다리며 배낭 벗어놓고 조망바위 올라본다.
멀리 관모능선 위로 붉은 기운이 번져오고 있다.
지난 주처럼 한시간 늦게 출발했더라면
등선대로 이어지는 저 화려암릉, 한결 맑아진 깊고 푸른 빛을 감탄의 염으로 굽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단목령 통과에 가위눌려, 멋드러진 경관도 놓치고 밤길 암릉 산행의 위험까지 감수하는 모습이 좀 마뜩찮다.
어쨌거나 그리 깨끗한 시야는 아니다.
구름 많은 날씨라 하여 운해까지 살짝 기대했는데 박무만 가득, 좀 밋밋한 동녘 풍경이다.
우리보다 1시간 일찍 진입했다는 저 산악회, 마지막 암릉 구간에서 여태 저러고 있다. 물론 안전제일.
단목령 전에서도 한동안 느릿느릿 줄지어가며 앞길을 막아 좀 답답했던 팀.
기다리다 못해 저 암릉을 우회하여 진행한다.
좋은 길 접어드니 다들 총총 내뺀다. 어느 새 꽁찌다.
이른 아침빛으로 굽어보려 했던 주전골 특급 조망처, 길 벗어나 잠시 다녀와야 하기에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친다.
첨 꼽사리낀 산악회, 비탐구간 유난스런 경계심에 단목령까진 뭉쳐 가자던 터라 무리 벗어난 단독행동이 조심스러웠던 탓이다.
그래도 그렇지, 다 지나치긴 아까워 길 가까운 마지막 조망바위 올라본다.
좀 이른 시각이기도 하거니와 박무로 시야 깨끗하지 않다.
저어기 등선대. 깨끗한 시야라면 함 당겨보기도 하겠지만...
불과 100m 정도 거리지만 좀 전에 지나친 조망처가 훨 낫다.
여기는 오른쪽 저 바위가 시야를 가려 남설악 오색 일대의 암릉이 한눈에 들지 않는다.
중대청 이어지는 관모능선 너머 마악 해 떠올랐을 시각.
정체 피해 올라본 망대암산 직전 조망바위에서.
눈부신 아침빛 흥건히 젖어드는 크고 작은 원진개골과 멀리 어렴풋한 가리봉.
거쳐온 능선
망대암에서 보는 귀둔리쪽.
정면 계곡은 용수골.
여유로운 모습이다. 우리팀은 아닐 듯.
저 봉우리들은 1154, 1167봉
아직 구름 한 조각 얹힌 점봉산
다시, 필례쪽
건너보는 서북릉
산자락 안개 잠긴 중대청 분위기가 그럴 듯해 연신...
점봉산 오름길은 제철 만난 수수꽃다리 군락이다.
지난 주보다 훨씬 많이 보이는데 더 피어서 그런지 시야 좋으니 그런지....
망대암 돌아보다
사방 수수꽃다리 천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수수꽃다리를 본 적이 없다.
썩 화려한 꽃 아니지만
언제 어디서 이런 수수꽃다리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꽃밭 더듬다 보니 어느 새 점봉산정. 인파 와글와글한 정상석 앞에는 인증샷 하려는 이들 줄지어 서 있다.
대간, 점봉산, 같은 이름들. 때로 그것은 허공에 걸린 뼈다귀처럼 느껴진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했다. 혹자는 '정신은 뼈'라 갈파했다. 이름 = 정신의 상투적 해석을 덧붙이면 가죽 = 이름 = 정신 = 뼈라는 역설적 등식이 가능해지니, 너나없이 탐하는 그 이름이 한낱 뼈다구임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것. 우리 행위에 의미와 목표를 부여하며 필사적으로 육박하는 욕망들이 지어올리는 '세상'이라는 견고하고도 환상적인 구조물을 누군가 '상징계'라 불렀을 때, 그 불멸의 구조물을 지탱하는 뼈대들이 다름 아닌 이름 혹은 상징이라는 헛것들임을 그는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 현실 체제를 지탱하는 골격인 동시에 존재의 소멸 이후에도 사라지지 못하는 외설적 잔여물로서의 뼈, 과잉 사물이 되어버린 이름들...
지금도 하염없이 걷고 있는 이들, 길 우에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쉼없는 허기를 충동질하며 이마 위를 떠도는 텅 빈 욕망의 기표들...
점봉산 민대가리 훑고가는 서늘한 바람 속에서 숨 고르며 둘러보니
아득한 박무가 수평을 그리며 검푸른 산줄기 여기저기 섬처럼 떠 있는 남쪽 하늘이 가장 눈길을 끈다.
작은점봉산 너머 이어지는 줄기,
너머 방태 오대 계방, 담구간 대간릉 등등....
작은점봉 왼쪽으로
희끗한 곰배령 지나 호랑이코빼기 가칠봉으로 이어지는 줄기.
가운데쪽으로 담구간 대간릉과 오대 계방쪽
당겨본 방태
이제 가야할 대간릉.
맨 뒷줄기 왼쪽 잘룩한 북암령 지나 장중하게 뻗는 1132~1134 능선,
그 오른쪽으로 살짝 가라앉은 지점 진동호는 보일락말락, 더 오른쪽 조침령은 안개 속 가물가물...
지난번에 보기만 하고 지나쳤던 이름모를 꽃. 무슨 싸리 종류일까?
젖은 그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었던 걸까, 다시 보니 느낌이 좀 못하다.
많이 보이는 꽃, 금마타리가 제철이다.
단목령 가는 울창숲길에서
큰 기복없이 펑퍼짐한 구릉으로 이어지는 울창숲길,
지난 일욜 안개숲 감탄스럽던 낯익은 나무들과도 눈인사 나누며 휘적휘적 걷는다. 참 기분좋은 길...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도시락이 하 뜨악하여 도저히 다 못먹었던 새벽밥, 쉬 배 꺼지고 허기 엄습한다.
적당히 퍼질러앉아 아침 먹는 동안, 지나쳐 왔던 그 산악회 무리 줄줄이 다시 지나간다.
요기 후 기운차려 걷다보니 그들 꼬리에 붙는다.
느리기 그지없는 십여명 행렬, 산에서 가장 듣기 싫은 무전기 소음 거슬려 추월하고 싶지만 당최 비켜줄 기미라곤 없다.
포기하고 여유롭게 단목령까지 뒤따라가다가, 초소 살피느라 머뭇거리는 사이 먼저 내쳐 간다.
단목령 지나...
완만한 오름이지만 길은 더 호젓해지고 숲은 더 그윽해졌다.
짙은 녹음이 뿜어내는 원시의 푸른 생명력 심호흡하며 걷는 길...
흐르듯 꾸준히 걷고 싶지만
홀린 듯 걸음은 자주 멈춘다. 사방 시야와 하늘 가득 좀 더 광각으로 담고픈 깊고 너른 숲...
1132봉 옆에서 까치발로 돌아본 점봉산
1134봉에서 보는 점봉과 가리, 귀청
점봉에서 작은 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 곰배령은 살짝 가렸고,
정상에서 휘어져 내려 단목령 지나 이어지는 대간릉이 한눈에 든다.
1134봉에서 오랫만에 만난 반가운 이들과 함께 걸으며
양양쪽인가?
펑퍼짐한 울창 활엽숲 구간 끝나고
900m대로 고도 낮추어 이어지는 능선에 접어들면 살짝 날이 서면서 잠시나마 시야도 트이는 느낌.
동남쪽 조봉(우)과 정족산(좌) 능선
조봉 오른쪽으로 대간릉 담 구간과 멀리 오대산릉까지...
조봉 오른쪽 너머 보이는 산릉이 오대쪽으로 이어지는 대간릉 어디쯤일까...궁금해하며
조침령 항해 총총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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