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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대간

대간 진부령~미시령 180513

by 숲길로 2018. 5. 15.



코스 : 진부령(09:20) ~ 흘리고개(10:15) ~ 마산(11:17) ~ 병풍바위(11:45) ~ 암봉(12:41) ~ 새이령(13:06) ~ 신선봉(14:39) ~ 화암재(15:07) ~ 상봉(15:43) ~ 미시령(17:00) 



한동안 남으로 향하던 발길, 점점 오르는 기온과 단조롭게 우거지는 녹음 등지고 북으로 돌려본다.

비갠 후 날씨 좋을 듯하여 대간 남진팀 첫구간에 편승이다. 명실상부 설악 북자락, 날씨만 좋다면 가히 최고의 코스라 할만하니

계절 상관없이 관심가져도 좋을 곳. 이번에도 새삼 느끼거니와

그윽한 울창 숲길과 아쉽지 않을만큼의 조망처 거느린 마산 병풍바위봉 일대 육중한 육산릉과, 대간령 남쪽 비교적 호젓하면서도 화려한 상봉 신선봉 일대 북설악 암릉의 대비가 코스의 품격을 더한다.

또 예전 북진 때는 미처 눈여겨 보지 못했지만, 다시금 대간 편승 기회된다면 소간령을 중심으로 숲길 트레킹 코스와 대간 일부구간을 이어보는 것도 좋겠다. 아마 전구간 대간릉만 걷기보다 한결 여유롭게 심산유곡 운치까지 곁들이는 멋진 조합이 될 듯하다.    


기분좋게 활짝 개인 아침, 

산길 들머리 가며 돌아보니 멀리 향로봉 마루의 군시설물이 잡힐듯 선명하다.

쾌청 조망과 함께하는 멋진 산행이 될듯한 예감. 

 

흘리마을 에두르는 구릉길에서


마을길따라 간다.  


건너보이는 마산봉과 병풍바위봉 거쳐 남으로 이어지는 대간 줄기.

맨 끝에는 뾰족한 신선봉도 보이는 듯... 


마산 향하여


전에 이런 웅덩이를 본 적이 있었나...?

 

북으로 이어지는 대간릉 돌아보다.

희게 반짝이는 향로봉 시설물 오른쪽으로 까칠한 봉우리가 눈길을 끈다.

생김답게 삼봉(995m)이라고. 

지구 최후의 냉전체제가 비로소 해체되려 하고 있는 한반도, 어서 빨리 자유왕래가 가능해져서

저 향로봉 지나 DMZ도 지나 금강산까지 걸어서 가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다른 지점에서 당겨본 향로봉 시설물


을씨년스런 폐가 알프스콘도 바라보며 산길 접어든다.   


꾸준한 오름길, 첫조망처에서 숨돌리며 뒤돌아보는 흘리.

너머로 매봉산(좌, 1271)에서 대간 칠절봉(가운데, 1172) 거쳐 북으로 이어지는 대간릉.



칠절봉에서 동굴봉 거쳐 향로봉까지.

대간은 향로봉 직전에서 서향하므로 이후 구간은 시야에 들지 않는다.  


당겨본 폐가 알프스콘도,

예전에 마산 내려서며 본 저 녹슨 시계탑이 참 인상적이었다.

당겨본다.


성채를 방불케 하는 텅 빈 폐가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시계탑.

참으로 기이한 풍경이라 싶던 첫인상이었는데,

계절 번갈아가며 관광인파 북적이는 강원도 설악산권이지만 여기만은 용케 그 분위기를 비켜가며 흉흉한 적막만 감도는 곳.   


경사 누그러지며 기분좋게 이어지는 산길,

오월의 울창한 신록 참나무숲은 나날이 짙어지고 있다.


철쭉이 제철이라 곳곳이 꽃길




마산 가까워지며 끝물 얼레지가 제법 보인다






마산에서.

금강을 고대했는데 오르는 동안 구름 덮여버렸다. 향로도 보이질 않는다.

 

매봉에서 칠절 지나... 흘리를 분지처럼 만드는 힘찬 남북 능선.


500m급 고원분지같은 흘리



다가가며 숲 사이로 당겨본 병풍바위봉


울창한 맛 일품인 숲길.

갠적인 생각엔, 돌포장이나 시설물 뺀지랍은 유명산 구간보다 깊고 그윽한 이런 울창숲길 걷는 맛이 대간릉에서 맛보는 가장 큰 즐거움인 듯.  








쪼그려 앉아 머 보노?


나도바람꽃?


검종덩굴?








피나물?




나도바람?


병풍바위봉 오르며 돌아본 마산릉



병풍바위봉 비탈엔 털진달래가...!

올해는 설악 진달래 못보고 지나가는갑다, 했는데 ㅎㅎㅎ






다시, 매봉 칠절 능선




돌아본 마산릉이 마냥 부드럽고 둥글다.

치달리는 위세가 아닌 부드러움과 힘을 겸비한 미끈한 말잔등이 아름다워 마산馬山인 건가?




병풍바위




진행방향 신선봉과 상봉엔 구름 얹혔다.

쨍하게 푸른 하늘 느껴지던 아침과 달리 무겁게 구름 일렁이니 행여 좋은 조망 감출까 은근히 걱정이다.

  

병풍바위 내려서 암봉 가는 길, 역시 울울창창 숲이 일품이다.


끝모를 푸르름의 깊이...

눈 돌리는 곳마다 소실점, 겹겹 숲의 무한 감추고...


암봉에서 동해 바다를 보다.


뒤돌아본 병풍바위봉.

병풍은 능선 너머 숨었으니 마냥 무던할 따름.


가야할 방향 건너보다.

새이령으로 툭 떨어졌다가 꽤 힘들게 치올라야 할 신선봉과 상봉.


상봉 능선 오른쪽 너머로 황철릉과 서북릉이 구름 아래 선명하다. 

특히 눈길 끄는 봉우리들 있어 당겨본다.

 

까칠한 안산릉과 너머 왼쪽으로...

상어지느러미처럼 위태롭게 솟은 가리 주걱. 감출래야 감출수 없는 설악 인상이다.

 

내려서며 뒤돌아본 암봉


다시금 새이령 굽어보다


소나무들이 다 죽고 있다.

겨울이 너무 따뜻한 탓일까? 병일까?




오늘은 내내 꽃길~




흰철쭉


설악산 국립공원 경계인 새이령(대간령) 금줄 넘어 잠시 숨차게 치오르니...

조망 툭 트이는 흉물 참호 지대.

 

지나온 세 봉우리 돌아보다.

암봉 병풍바위봉 그리고 마산봉.


또다시 꾸역꾸역 오르다가... 꽃밭에서 숨돌리며 돌아보다.

이제 신선봉 올라서면 암릉지대 본격 시작되고, 먼 설악 어루만지는 북능선의 저 부드러운 자태들과도 헤어진다.  


다가가며 숲 사이로 당겨본 신선봉

 

신선봉 전 암봉


앵초

설악주릉엔 흔한 꽃인데 여긴 좀 드문 듯, 오늘 첨 본다.

아니, 아직 넘 이른 건가?

 





봉우리마다 사람들 보인다.




끙야~~


암릉 접어들면 신선봉까지 줄곧 조망 트인다.

상봉 건너보다.


근데...

동쪽에서 구름 올라온다.

좀 전엔 말짱하더니 왜 하필 지금...ㅠㅠ


우이~씨~~

밀려드는 안개에 짓눌리는 느낌.


피할 수 없음 즐기랬으니,

더불어 노는 수밖에~~




신성봉은 진달래 한창이다.

설악 주릉도 요즘 제법 볼만하겠다.  














힘들어 저기는 가지 않았는데 저기서 보는 신선봉 동릉 모습이 궁금하다. 




신선봉에서 동으로 뻗는 능선. 입체감이 없어 좀 아쉬운 각도다.

저길 함 가려 오래 벼르고 있는데 아직이다. 화암사 기점 신선대 능선 원점회귀 코스에 편승해선 시간 맞추기 어려울 듯해 좀체 기회 닿지 않는 듯. 


가지 못하는 길이니 더욱 입맛만 다시며...


대간릉 동쪽으로는 안개의 파도가 줄기차게 부대껴 오고 있다.

시야 빼앗는 대신, 느린 역감으로 푸른 정물 휘젓는 저 수묵의 밀도는 묘한 쾌감과 뜻모를 고양감을 안겨준다.

오래 전, 신선대 능선 첨 오르며 안개가 빚어내는 수묵의 관념산수를 흥얼거리며 감질나는 조망을 위로하던 때가 떠오른다.    



안개는 집요한 길의 욕망을 비웃듯, 대상을 지우며 출몰하는 낯선 얼굴이다. 감출수록 그 너머에서 나타나는 무엇이 있으니,

대간길 상봉과 신선대, 그 이름과 형상을 지움으로써 (혹은 빼앗김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이름으로서의 대간이 아닌, 산으로서의 설악조차 아닌 풍경을 만난다. 일렁이는 안개가 순간순간 지우면서 다시 빚어내는 물物 자체와 조우한다. 그 경계는 공허하고 아름답다. 

저것은 산줄기 잇고 나누며 명명하는 지식의 영토도, 종주의 집요한 성취욕이 투사된 의미의 제국도 아니다. 빛과 바람과 물이 빚어낸 텅 빈 사물 이미지, 환멸을 유혹하고 소멸을 꿈꾸게 하는 원초적 세계의 풍경일 따름이다. 이 순간 나는 대간길을 걷는 자도, 산을 오르는 누군가도 아니다. 길의 욕망이 사로잡고 있는 그 완강한 의미들의 세계에 더이상 머물고 있지 않다. 나는 그저 저 안개의 문門 혹은 물物 앞에 있다.




빼꼼한 울산댁


바람 피해 과일 하나 묵고 일어서니

그새 안개 사라지고...




상봉 건너보며 화암재 향해 내려선다.


??


상봉 오르며 돌아보다.

마산과 병풍바위엔 구름 묻었고 서쪽 하늘이 뿌옇다. 불안하게 점점 빗방울까지...


문득 맑아진 신선봉


우회한 암봉


저 아랫쪽에 민둥한 신선대 바위와 학사평 저수지 보인다.


아주 살짝 비 뿌리고 간 덕분일까?

향로봉쪽이 다시 깨끗이 드러난다.




뒤돌아보다. 풍화의 형식.


상봉 능선도 진달래가 곱다




상봉에서 돌아보니...

북으로의 시야가 무척 깨끗해졌다. 기분으로는 금강산까지 보이는 듯...


동해쪽.

오른쪽 신선대 능선 저 아래 수암도 보인다.


미시령쪽 능선


미시령 너머로 황철이 장대한 잿빛 너덜 드리우고, 그 너머 대청 화채쪽은 아직 구름 지분대고 있다. 


설악 변방, 제법 너른 자락 펼치며 일가 이룬 황철봉








일행들




시간 죽이며 당겨본 속초와 청초호








뒤돌아본 상봉










상봉능선 올라선 뒷일행 당겨보다






샘터 내려서기 전, 능선상의 마지막 전망바위에서












당겨본 신선대.

울산바우를 부채처럼 눈앞에 펼쳐놓고 보는 눈맛 참 좋은 곳.


미시령과 황철이, 너머로는 중대청과 화채 외설악 암릉들까지...

하산하려니 점점 하늘 선명해진다. 아까버라~


미시령 하산길,

울산댁이 빼어난 미모로 자꾸만 시선을 유혹하는데, 저만치 달마는 제풀에 불끈해지고...


황철이 점점 높아지네...








돌아보다


해지는 서쪽,

아침에 보았던 매봉산이 오후햇살 아래 다시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