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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대간

대간 구룡령 ~ 진고개 180708

by 숲길로 2018. 7. 10.



코스 : 구룡령(04:17) ~ 약수산(05:04) ~ 1281봉(05:50) ~ 응복산(07:12) ~ 만월봉 ~ 신배령(08:33) ~ 두로봉(10:20) ~ 신선목이(11:03) ~ 차돌백이 ~ 동대산(13:00) ~ 진고개(13:47) gps로 22.3km 9시간반 소요




 대간릉 최고의 숲이라 해도 좋을 오대능선. 사계 모습 모두 궁금한 곳이다.

부드럽게 출렁이는 육산릉 마루금따라 진종일 안개숲길 더듬는다. 녹음 우거진 여름숲은 깊고 어둡다. 구름 속 짙푸른 수림은 한기마저 느껴진다. 가장 깊은 숲은 서사敍事의 진정한 무덤, 모든 이야기가 힘을 잃고 스러지거나 이미지로 흡수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또한 숲은, 임계치에 다다른 길의 열망이 푸른 혈맥으로 과잉과 균열을 새기며 가차없이 범람하는 곳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보게 하는 힘이 숲에겐 있으니, 안개 너머 반짝이는 눈, 무수한 일탈의 염念으로 빛나는 숲의 틈들. 유혹하며 이끄는 나무들 검게 젖은 가지와 소리없이 빨아들이는 푸르름만 가득한 적막의 심연들.

길이 숲을 낳는 걸까, 숲이 길을 부르는 걸까? 지펴오르는 길의 욕망같은 안개에 홀리듯 이끌려 숲에 들지만, 망연히 걷다 고개 들어 돌아보는 숲은 어느 새 깊고 푸른 우주적 감성으로 새로운 세상의 낯선 이야기들을 꿈꾸고 있다. 푸르게 푸르게 물드는 시간, 푸른 숨결 고르고 있는 너나없는 심신들... 

검푸른 새벽공기 마시며 약수산 올라 응복 만월 신배, 두로봉 거쳐 비로소 하오의 동대 오르니 

안개 가시고 새로이 솟는 산맥을 본다. 갓 태어난 양 푸른 하늘 아래 검푸른 하늘금 긋는다. 길이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라면 길은 숲의 욕망이다. 길로 하여금 더 멀고 깊은 숲을 꿈꾸게 한다. 길과 숲, 서로를 꿈꾸며 낳아 기르는 물物의 이름들이지만, 길에는 숲이 없고 숲에는 길이 없다. 길을 잃고서야 숲이 보이니, 숲은 언제나 길 밖에 있다. 서로의 한계 너머로 태어난 숲과 길, 저마다의 안으로 품고 있는 빈 자리이거나 또다른 세상의 꿈같은 것이므로...



약수산 조망처에서 보는 서쪽 하늘.

일출시각이라 붉게 물들었지만, 시야 가득 펼쳐져야 할 첩첩 산줄기들은 구름바다에 잠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아래는 지난 겨울에 본 같은 방향 풍경, 지나온 대간과 방태산릉이 한눈에 든다.


30여 분이면 올라설 약수산, 컨디션 불량으로 한참 걸렸다. 비몽사몽 국물도 잊고 허겁지겁 퍼넣은 나물밥이 체한 걸까, 메스껍고 어지러워 들머리부터 헤맨다. 가야할  길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한데 식은땀만 삐질거리며 걷다가 쉬다가...  소화제 먹고 약수산정에서 한참 바람 쐬고 나니 조금 살만하다.  


제법 밝아진 시야, 안개 젖은 숲 분위기 만끽하며 걷는다.

예보로 짐작컨데 날씨는 진종일 이 모드로 이어지겠고, 오늘도 우린 첨부터 맨 꽁지. 


지난 겨울 잎진 모습에 감탄했을 나무들, 조금 낯익은 듯 아닌듯... 




'꿩의 다리' 한창 피고 있는데

젖어 뭉친 꽃송이가 살짝 맵시를 잃었다.  



깨끗하게 맑은 새벽빛 못지않은 안개숲, 먼 시야 감추며 산길의 적막을 더한다.  


노루오줌도 보이고...

여름꽃이 슬슬 피어나는 듯.




1281봉 지나 1264봉으로 기분좋게 이어지는 길.


무성하게 자란 풀이 고산릉의 시절 운치를 더한다. 






낯익다.

잎진 계절에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

지난 겨울에는 아래처럼 담았더랬다.
































미천골과 명개 잇는 고개 지나 응복산 오름길






싱싱한 노루오줌




1284.9봉 치올라 응복산으로 이어지는 펑퍼짐한 능선숲에서




쨍한 날씨 아닌, 안개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스며들듯 사라지고 싶은 충동 불러일으키는 곳, 길의 욕망을 넘어서는 어떤 범람의 지점이거나 소실점 같은 곳으로서의 숲... 

취한 기분으로 헤메듯 걷다가... 슬쩍 올라서면 응복산(1360m).

내내 울창숲 찬탄하며 걸어왔지만 비로소 돌아보는 기억,

응복산정 오름길에 숲 사이로 보이던 설악이나 응복산 내려서며 보일 오대산릉의 윤곽 따위들(아래 사진들)...


▲ 작년 겨울 응복산정 바로 아래서 돌아본 남쪽 대간릉.

▲ 오른쪽이 두로봉이고 왼쪽 시설물 얹힌 곳이 황병산. 

▲ 두로에서 호령까지 오대능선 


그러나 오늘은 오로지 깊고 어둔 숲,

응복산 내려서면 키낮은 참나무들 사이로 길은 숨듯 열리듯 다가오지만 짙은 녹음 탓에 지난 겨울 신비롭던 나무들의 그 수형은 드러나질 않는다.


?


까치수염도 한창 피어나고 있다


눈개승마 앞에 범꼬리도 한점 보인다.


병조희풀이라던가? 아직 덜 핀 게 많다.


응복산 내려서면 신배령까지는 수월하게 간다. 사실 오늘 코스 전반적으로 그리 가파른 곳은 없다. 그나마 두로봉 오름이 살짝...

덕분에 내내 울창숲 찬탄하며 걸을 여유가 있다.


저긴 꽃밭.






만월봉 지나 신배령 가는 길






신배령 내려서기 전부터 두로봉 가파르게 치오르기 직전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구간의 울창숲은 오늘 코스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다.    
















신배령 지나 다시 올라서며
















잎진 그 때, '11월 숲의 감개무량'이라고 적었다. 
























오늘 코스 중 그나마 좀 가파르게 치는 두로봉 오름길,

하늘 맑다면 숲 사이로 지나온 길 엿보는 즐거움도 있는 곳이다. 가령 아래처럼...


▲ 왼쪽 나뭇가지 뒤로 약수산부터 둥두렷한 응복 만월, 신배령 거쳐 이어지는 능선이 일별된다.

응복산 왼쪽 너머로는 설악.




두로봉에서 참조팝 군락


두로봉 내려서며 보는 하늘의 푸른 빛. 이후부터는 구름속을 벗어난다.




승마 군락


안개 걷히니 햇살도 들기 시작한다.




신선목이 내려서며 동쪽으로 건너보이던 만월지맥 줄기.

똑같은 지점 아니지만 비교될 만한 지난 사진(아래).


맑은날 실눈 뜨고 바라볼 저 동해의 수평까지 감안하면 이 코스를 다시 걸어야 할 이유가 새삼 분명해진다.

잎진 계절과 눈꽃 시절을 나눈다면 어쩌면 다섯 계절 모두 걸어보아야 할까....  

 




신선목이에서.

밤에 지날 때는 몰랐는데 껍질 흰 자작과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이름 잊었다. ??














건너 호령봉 거쳐 남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 줄기.

비교적 깨끗이 드러나는가 싶더니 카메라 들이대는 사이 다시 구름 속으로...


벌써 여름꽃 구경이 쏠쏠한데 이달말쯤이면 재미가 절정일 듯.

오늘만 해도 눈개승마나 노루오줌 등 승마 종류와 꿩의 다리, 까치수염, 범꼬리 등등...  








 동대산 오르는 구간의 숲도 유난히 돋보이는데,

워낙 울창하기도 하거니와 수형 아름답고 덩치에서 눈길 끄는 고목이 특히 많다. 








건너 상왕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파란 하늘 아래 온전히 드러난다.


상왕봉(오른쪽) 아래 자세히 보면 북대암도...  


깜깜할 때 보았던 기억이 나는 듯...




동대봉 오르며 숲 사이로 돌아보니,

지나온 능선 동쪽은 구름바다고 서쪽은 맹숭~

상황이 저러하니 요즘 영동 영서의 날씨 차이가 극단적일 수밖에.   


 상왕봉족 능선에서 건너보는 대간릉 모습이 장관일 듯.






동대산 전 공터에서


동자꽃도 한송이 보인다.


꿀풀?




노목들의 향연


멀 보시나?


숲 사이로 굽어보는 동쪽은 운해


겨울 모습 궁금한...














조망없는 동대산의 하늘






진고개 가는 길에


진고개 고랭지 밭 건너, 진부 방향 남쪽.

궁금키도 하지만 몰라서 더 멋스러워 보이는 먼산릉들 건너보며 총총 하산.



장마철이다. 

좀 걸어 내려가니 알탕은 엄두도 못낼 시린 물 흐르는 계곡, 시원하게 씻고 진종일 묻혀온 흙탕도 털어내고...

하산주 일배 후 깜빡 쿨쿨~이지만, 차안은 시끄럽고 도로는 정체라 깊이 잠들지 못한다. 

요즘은 계절 없이 강원도 길이 넘 막힌다. 제2영동선 개통 후 오히려 더한 듯한데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노릇. 빨라진 길, 너나없이 맘먹기 쉬우니 길은 언제나 붐빈다.

수도권의 집중과 과밀이 새삼 뜬금없이 절실해지는

비몽사몽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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