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운두령(04:20) - 보래령(06:15) - 보래봉(06:55) - 회령봉 갈림(07:20) - 자운치 - 흥정산 갈림(09:25) - 불발현(09:50) - 청량봉(춘천지맥 갈림 10:15) - 장곡현(10:55) - 1192봉(12:55) - 구목령(13:50) - 생곡리(15:15)
(원본출처 : 마루금산악회 한강기맥 1차 기록)
운두령에서 구목령까지, 홍천과 평창의 경계 산줄기 따라 걷는 한강기맥 3구간.
저번 오대 계방 두 구간은 일반산행의 기시감 뚜렷하고, 국립공원 인공시설물 등으로 깊은 맛이나 신비감 조금 부족한 편이었던 반면,
이번 구간은 강원 영서 내륙의 깊고 웅장한 육산릉 진수를 드러내며, 한강기맥에 대해 품었던 막연한 선입견을 기대이상 확증해 준다.
태백산맥 대간릉 구간과 비교해도 깊은 맛 전혀 뒤지지 않는다.
구간 내내 무척 안정된 식생을 보여주는 깊고 울창한 참나무숲은 찬탄과 경외 불러일으키며 일찌감치 늦가을 서정으로 충만하다.
아침숲은 고요했다.
높은 구름 아래 엷은 햇살 더불어 시시각각 휘발하는 빛의 세계.
멈춰서서 돌아보면, 미어지며 사라져가는 것들...
다시 없을 시절의 황홀이 눈물겹도록 곱다.
캄캄 새벽에 운두령 도착이다.
고개 들어보니 바람 없이 포근한 하늘, 총총 박힌 굵은 별들 사이로 중천 넘어간 구월 보름달이 차다.
머리에 불달고, 이슬 흥건히 묻어나는 산길 접어든다.
서쪽으로 조망 트이는 지점 있어 건너보니...
흐미, 깊게 가라앉은 운해 가득이다. 밝아올 새벽빛의 기대 부푼다.
초소에 뜬 달
곳곳 고목들 인상적이라 플래쉬 터뜨리며 두어번 똑딱거리지만
별 그림은 난망, 한동안 묵묵히 간다.
앞선 이 걸음이 좀 더디다 싶지만, 먼 길이니 서두르지 않고 뒤따른다.
이번 구간 최고봉 1381봉 공터도 지나 보래령 내려설 즈음에야 사위 희부윰해져 온다.
강원 내륙 울울창창 깊은숲 적셔오는 새벽빛 담아본다.
붉게 물든 새벽숲 사이로 보이는 사방은 흰 구름바다.
남쪽,
랜턴 진작 껐는데 기계눈은 아직 어둡다.
북쪽
보래봉 오름에서 꾸물대느라 보래봉에서 일출 보기는 힘들 듯하다.
어차피 보래봉은 조망이 없다. 허나 뜻밖에 정상 직전 왼쪽으로 시야 트일만한 곳 있어 나가본다.
동남쪽.
가운데 멀리 육중한 저 산릉, 가리왕산군일 듯한데 확신은 없다.
일출보다 더 궁금하던 모습이다.
평창 일대는 구름바다다. 왼쪽은 가리왕산군이 맞을 듯하고, 오른쪽 멀리 가장 높은 봉우리는 백덕산이다.
당겨본다.
맨 오른쪽 백덕산, 그럼 왼쪽 큰 섬처럼 우뚝한 건 금당산쯤이겠다.
보래봉은 기억 새롭다.
오래 전 회령봉과 잇는 원점코스로 눈꽃없는 겨울산행 다녀간 적 있다.
코스 전구간 조망 없어 실망했지만, 참나무숲 인상적이라 다른 계절 궁금했는데 오늘에야 연 닿았다.
울창숲 너머 보이는 회령봉
내림길 잠시 가파르다.
한동안 부지런히 걷는다.
쨍하게 맑은 하늘 아니어도,
잘생긴 고목 즐비한 깊고 울창한 숲길 걷는 맛 그만이다.
고도 좀 낮추니 늦단풍 숲길.
1089 운두령에서 시작한 오늘코스는, 몇군데 고개에서 900대로 낮추지만 전반적으로 천미터급 이상을 유지한다.
1100 이상은 대부분 잎이 졌고, 1000대나 그 이하에선 단풍 제법이다.
볼품없더라는 올단풍이지만,
적막한 심심산길, 이만큼이면 더 바랄 나위없는 산빛이다.
갈길 머니, 걸으며 똑딱이며..
아침빛 쨍하지 않아 섬을 감싼 구름바다는 꾸물대며 게으르다.
고목들 장하다 해도 숲 사이로 보는 운해는 분명 감질나다. 허나 불발현 전까지 툭 트이는 조망처 없다.
부드럽게 구비치는 육중한 육산릉, 쉼없이 오르내리며 간다. 기온 적당하여 별 힘들진 않다.
오늘 정도면 산행하기엔 년중 가장 좋은 때 아닌가 싶다.
회령봉쪽 줄기일까?
다시 북쪽, 당겨본다.
회령봉 갈림 지나 자운치 향해 내려선다.
걸음 더뎌진다.
저 빛의 만장,
쉼없이 휘발하며 허공으로 사라지는 비인간 세상, 혹은 세계의 바깥.
늘 느끼지만, 풍경이란
산이, 세계가 사라지는 어떤 방식 혹은 소멸의 통로, 빛으로 변용된 시간의 이미지.
풍경의 침묵, 말을 끊고 의미를 넘어서는 세계의 무궁무진.
미어지는 한숨으로,
혹은...
모든 얼굴은 빛의 낯으로 돌아본다. 더불어가는 단풍숲...
가는 세계 등지고 가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사람도 나무도...
끝없이 이어지는 길...
몸은 말로부터 달아나 풍경으로 든다. 말과 풍경, 서로의 끝을 물고 맴도는 경계를 따라 길은 이어진다.
그러므로 산길은,
말로부터 퇴행하는 몸의 빛나는 궤적, 찬란한 탈주의 풍경.
숲은 말을 삼킨다.
메아리(에코)는 삼켜서 뱉는 목소리다. 삼켜서 끝없이 되돌려 뱉는 목소리이다.
숲은 제 푸르름을 삼켜 오채의 빛으로 뱉아놓는다.
반사 아닌 굴절, 깊은 내부를 거쳐 나온 비대칭의 운동이 계절이라 불리는 시간의 풍경.
대견하고 또 대견하여, 안기거나 엉기거나...
오르며 돌아본다.
눈부시지 않은 하늘, 날카롭지 않으니 다만 빛을 머금고 있는 잎들.
올단풍, 메말라 이쁘지 않더라 했다.
그러나 저렇게 메말라가는 모습도 오늘 산길에선 이쁘다. 보는 이 많지 않으니, 다시 볼수 없으니...
연면히 이어지는 팀닉의 시간, 끝없는 길
구름은 느리게 움직인다.
특이한 연리목.
신령이 되어가는 나무들
숲 사이로 태기산 보인다. 당겨본다.
인상적인 고목들은 가급적 챙겨 담아본다
오른쪽 흥정산릉
지상에 내렸던 구름들, 기온 높아지니 점차 흩어지고 있다.
공주과 자작나무, 오늘 구간에선 귀하신 몸이다.
흥정산 갈림.
계곡으로 더 유명한 산이지만 역시 꽤나 울창할 듯하다.
기회된다면, 회령봉과 이어서 흥정리 원점코스로 함 돌아보고 싶다.
함도 속시원히 보이지 않았던 홍천쪽 운해지만, 흩어져가려 하니 조금 아쉽다.
속새란 이름의 사철 새파란 이 풀,
어디선가에서 많이 보고 이름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불발현 내려서며 당겨본 산자락
안개 걷히며 자운리의 마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당겨본다.
북으로 대간릉 마루금이 시원하다. 미답구간인 조침령에서 갈전곡봉 일대인 듯.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바위산은 문암산(석화산)
불발현 내려서며
속새와 참나무 대비가 이채롭다
불발현 가가워지니 숲 사이로 조망 트이는 곳 더러 있다.
진작 좀 그러지 그러셨어~~
(2부로 이어짐)
'산과 여행 > 기맥, 지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지맥 2구간 서옥고개~망운산~평현 131030 (0) | 2013.10.31 |
---|---|
한강기맥 3구간 운두령 ~ 보래 청량봉 ~ 구목령 131019 (2) (0) | 2013.10.22 |
남해지맥 1구간 산성산~금음 대국산~삼봉산~현촌 131016 (0) | 2013.10.17 |
한강기맥 2구간 오대 계방산 131005 (2) (0) | 2013.10.07 |
한강기맥 2구간 오대 계방산 131005 (1) (0) | 2013.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