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주실령(10:20) - 예배령(11:40) - 문수산 정상(12:50 점심) - 축서사(14:55) - 주차장
대간릉이나 36번 국도에서 보던 모습은 언제나 의젓하고 당당했다.
주실령에서 문수를 오른다. 일대 여느 산릉들처럼 울울창창 숲길 이어진다. 푸른 허공 신비롭게 무늬짓는 고목 참나무들과, 그 사이사이 동물적 육감으로 치솟는 껍질 붉은 소나무들. 숨 돌리며 고개 들면 짙푸른 그 이마... 정상 거의 다 이르도록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시선과 마음 향하는 곳은 오로지 숲, 또 숲이다.
문수文殊는 흔들림없는 지혜의 이름 아니던가. 허나 읽히지도 않고 읽을 수도 없는 지혜의 숲, 망연히 걷고 또 걷는다.
맘 같아선 예정된 축서사향 버리고 우곡성지도 잊고 문수지맥 따라 주욱 내쳐보았으면 싶다.
한 때 산은 다른 세상이었다. '너머'이며 어떤 '다른 곳'이었다.
산, 아니 산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산은 여전히 거기 있겠으나 더 이상 '다른 곳'이 아니다.
산과 함께 하는 그대 또한 '다른 세상'이었지만, 지금 너와 함께 걷는 세상 밖의 그 산이란 없다. 세상 바깥 그 산으로 들던 이들의 자취마저 끊겼으니, 너와 나의 소식 또한 그들에게 잊혀진 지 오래라 해도 좋을 터.
예배령이란 특이한 이름의 고개 지난다. 묵은 발길 흔적 깊이 패였다.
어째서 예배령일까? 산행안내로 들은 '우곡성지'가 떠오른다. 조선 후기 선각 지식인들, 서학 좇다가 천주학에 이르고, 마침내 학문을 넘어 깊이 빠져들어버린 어떤 거대한 믿음의 체계. 박해 피해 서울 벗어나 벽촌을 전전타가 다다른 봉화 어느 골짜기... 그들이 예배보러 다니던 고개였을까?
조망좋은 정상엔 통신시설물과 피뢰침 서 있다. 첨단문물의 거점이 되어버린 산들.. 더 이상 산같지 않은 산에 서서 산 너머 산을 본다.
해동기마냥 날 풀리고 습도 높아 시야 흐린데, 발 아래 저만치선 영문 모를 구름바다 아득하다. 정오 지나 오후까지 이어지는 겨울 운해라니.
나른한 봄소풍 착각하며 얼결에 얻어먹은 라면으로 배가 부르다. 숨차게 오를 봉우리도, 내처 걷고픈 지맥길도 비에 눈녹듯 사라졌으니
망설임없는 하산이다.
축서사는 좀 기묘한 곳이다.
얼마 전까지도 참 조용하고 아담한 산사였다는데, 목하 대규모 불사 진행중인 삐까번쩍 으리으리한 절집이 되었다. 사방 백악의 치장들이 눈부시다.
의상이 부석사에 앞서 지었다는 문수산 축서사, 지식통 보살과 독수리의 혜안에 겹쳐 읽히는 지혜의 전당이란 인상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조망 둘러보다 마주친 한 젊은 스님의 태도와 인상 또한 그러하다.
쫓기듯 등지고 내려서는 거대절집, 문득 고개 갸웃거리며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주실령에서 보는 선달산릉
오늘은 첨부터 끝까지 숲길. 읽을 수 없는 숲이기에 쉼없이 베끼고 기록할 따름이다.
눈은 거의 녹아 버렸다. 어제 전국적인 비가 이 고도에선 당연히 눈이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말 포근했던 게다.
언제 보아도 기분좋은 이 동네 참나무 숲
숲 사이로 대간릉 구룡산과 태백산 보인다.
잠시 쉬는 봉우리, 솔숲 사이로 옥돌바위 보인다
걷고 또 걷는 숲길...
예배령
두내약수 갈림길
다시 숲 사이로...
구룡과 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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